제법 늦은 시간이었지만 방 안의 불은 아직 훤하게 켜져 있었다.
순용은 헛기침을 하였다.
" 순용이 왔니? "
문이 열리며 귀순의 밝은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 네 이제 왔어요 "
" 어서 오너라 저녁 먹어야지? "
방에는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
수를 놓은 고운 상보가 상을 덮고 있었다.
" 엄니 아직 진지 안드시고 계셨어요? "
" 네가 오랫만에 왔는데 저녁 한끼나마 같이 먹어야지 "
순용은 저녁을 먹었노라고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 애야 내가 어서 국 데워 오마"
" 그럼 제가 엄니 좋아 하시는 약주 한 잔 사오지요 "
" 술은 무슨 "
순용은 귀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을 나섰다.
" 자 엄니 요거 한 잔만 드세요 그리고 편히 주무세요 "
" 그래 네가 따라주는 잔도 오랫만이구나 "
" 엄니~` 이젠 이 아들 엄니 곁에서 매일 있을거예요"
" 그쪽 일은 다 끝냇어? "
" 거기 아니면 먹고 살 곳 없나요. 엄니가 해 주시는 밥 먹고 아침저녁 일다니면 더 좋기만
할걸요 "
" 나이든 에미 밥이 뭐가 그리 좋노? 어서 장가들어서 마누라가 해주는 밥먹고 그래야지
마누라가 해주는 밥이 제일이여 "
" ........"
" 그리고 나도 이젠 손주 손녀 안고 소일이나 하고 싶구나 "
" 허허허 쉰이 내일모레인 늙다리 노총각한테 누가 시집이나 온답디까? "
귀순은 막거리 한잔에 얼굴이 곱게 물들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은 그래도 간직한 채 붉게 물든 얼굴이 순용은 너무 보기가 좋았다.
" 엄니 ~~ 그동안 너무 고생이 많으셨지요"
" 고생은 무슨 , 너한테 해 준게 없어서 늘 미안하기만 하구먼 "
" 다 압니다 엄니 . 엄니 은혜 제가 살아서 다 갚을 수 없다는거 "
"........"
" 저를 마다않고 줏어다 길러 주시고 사람 만들어 주신 은공 어찌 제가 한시라도 잊고 살겠어요 "
" 네가 오늘따라 이 에미를 비행기를 다 태우냐? "
" 저 앞으로도 엄니 살아 계시는 날까지 꼭 옆에서 지켜 드리는 아들이 될 겁니다 "
" 그래 고맙구나 "
" ......."
" 나는 네게 해 준 것도 없이 이렇게 커주고 함게 살아 온것이 너무 고맙기만 하구나."
귀순의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 왔다.
순용은 살포시 귀순의 손을 잡았다.
" 엄니~~ 인석이 형 생각 이제는 안 허우? "
귀순이 순용을 쳐다 보았다.
" 어찌 생각이 안나겠니! 내 뱃속에서 나온 내 핏줄을 어찌 하루인들 잊고 살겟니"
".........."
" 추운데 떨고 있지나 않는지 배고파서 에미 찾으며 울고 있지나 않는지 그 녀석 보낼때
그 얼굴이 아직도 선해. "
"........"
" 살아나 있는지, 지금 그얘두 살아나 있으면 허연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되어 있을텐데......"
귀순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순용은 떨고 있는 귀순을 가만히 안았다.
굽은 등이 노을 지는 서산 언덕 같았다.
순용은 그 등을 토닥 토닥 두드려 주었다.
" 엄니 좋은 날 보셔야지요 "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오열을 꾸욱 삼키고 잇었다.
밖에는 다시 빗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방문을 두드리듯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