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은 전정질환이라고 하는데요. 아마 고양이를 오래 키우신 분 중에서도 처음 듣는 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몸의 균형을 관장하는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병인데요, 나이가 든 강아지에게는 종종 나타나지만, 고양이에게는 흔히 나타나는 병이 아니라고 하네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도 정보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혹시 또 어딘가에 나나처럼 전정질환을 앓는 고양이가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나나의 병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동영상은 아픈 나나를 처음 발견했을 때 찍은 영상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니 나나의 안꺼풀이 눈의 반을 가리고 있었어요. 에디가 와서 나나를 물어도 나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때리고 같이 물고 난리를 쳤을 텐데 말이에요. 이상을 느끼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나나의 상태는 더 나빠져 있었어요. 눈동자가 흔들렸고 서지 못 했어요.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바로 전정질환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두 번째 동영상은 집에 도착한 후에 찍은 사진이에요. 몸이 기울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걷질 못했어요.
고양이가 전정질환에 걸리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나나의 경우 귀에 있는 효모균 때문에 외이염이 됐다가 외이염이 악화해서 고막을 찢고 전정기관에 손상을 준 경우, 뇌에 뇌종양이 있는 경우가 의심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날 나나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동공 크기가 달랐는데 그건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과는 원인이 다르고, 뇌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외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만으로 자연히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어요. 이 경우 돌발성 전정질환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돌발성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요.
바로 엑스레이를 찍어 귀 안쪽 상황을 확인해봤습니다. 근데 귀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의사선생님께서는 뇌종양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MRI를 찍어야 하는데 만약 종양일 경우에는 더이상 손 쓸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3일 동안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경과를 보는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그날은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죠?
나나는 어지러움증 때문에 이날 꼼짝도 하지 않더라고요.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물도 안 먹었어요. 혹시나 해서 저녁에 차오츄르를 줬더니 그것만 먹더라고요. 병원에 전화해서 억지로라도 밥이랑 물을 먹이는 게 좋냐고 물어봤더니 억지로 먹일 필요는 없다고 해서 지켜보기만 했어요. 혹시나 해서 기저귀를 채워줬는데 싫어해서 금방 빼버렸습니다.
전날까지 이렇게 건강했는데 누워만 있는 나나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퐁타 같이 물도 마시고 재미나게 놀았는데..
퐁타가 걱정이 되는지 계속 케이지 앞을 지켰어요. 이후에도 계속 퐁타가 나나를 돌보더라고요. 지금도 나나가 울면 퐁타가 저희보다 먼저 쫓아가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도 육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나나와 모모를 챙기더니, 퐁타는 정말 자기가 엄마인 줄 아나봐요. 참 든든했어요. 저희집 장녀 참 든든해요.
둘째 날부터 나나가 케이지에 들어가기를 싫어하더라고요.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면서 기어코 마실을 다니겠다고..ㅠ.ㅠ 돌아다니면 높은 데 올라갔다 떨어질 위험도 있고 해서 케이지에 넣어뒀어야 했는데, 넣어두면 철망을 타고 기어 오르려고 해서 (더 위험한ㅠ.ㅠ) 결국 꺼내줬어요. 아파도 기가 센 나나입니다ㅎㅎ. 뒷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화장실 가는 걸 도와주려고 하면 싫어하더라고요. 전부 자기 힘으로 하려고 하는 걸 보니 아~ 나나는 꼭 낫겠구나, 꼭 병을 극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며칠 동안은 남집사와 제가 교대로 밤새 나나를 간호했어요. 화장실 가다가 넘어지고 밥먹으러 가다가 넘어지고 할 수 있어서요. 아픈 이후로 나나는 꼭 저한테 이렇게 붙어서 자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애교 없는 나나가 아프면서 애교가 늘었어요. 덕분에 나나는 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잘 걷지 못하기 때문에 나나가 있는 곳에는 이불을 깔아주는데 이젠 이불을 깔지 않으면 앉지를 않아요. 이불을 어서 깔라! 하고 기다릴 줄도 압니다. 완전체 공주님...ㅎㅎ
어젠 이불을 깔아줬더니 어느새 에디가 와서 떡실신해 있더라고요ㅎㅎ
발병한 지 이틀 째부터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기 시작했어요. 잘 씹지도 못해서 한동안은 사료를 불려줬고요(습식은 안 먹더라고요. 평소에 먹던 사료만 먹으려 했어요.). 화장실은 다니기 쉽게 문을 뜯어줬어요. 삼일 째부터는 불리지 않은 사료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나나는 회복 중입니다. 아직 머리는 사진처럼 기울어 있네요. 이건 전정질환의 후유증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나나는 3일 동안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그 후로 4일 동안 조제약을 먹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또 병원에 가서 뇌 세포를 재생시켜주는 주사를 맞고 또 4일 동안 약을 먹은 후에 오늘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왔습니다. 한동안 이런 식으로 뇌 세포 재생 주사를 맞으면서 경과를 보기로 했어요. 처음엔 차도가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돌발성 전정질환일 수 있겠다고 하셨는데, 오늘 병원에 가니까 나나의 눈동자 크기가 돌아오지 않는 걸 봐서는 뇌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겠다고 하시네요. 당분간 치료를 해보고 MRI 검사도 고려해보자고 하셨어요.
다른 고양이들이 나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요. 말은 못 해도 나나가 아픈 걸 다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나나가 이대로 회복을 해줄지 병이 더 진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나나를 잘 보살필 겁니다. 남집사, 퐁타, 모모, 에디와 함께요.
나나와 모모가 저희집에 온 지 1년이 지나서 그 기념으로 올릴려고 했던 사진이에요. 나나가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이렇게 높은 곳에도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