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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틈이 날 때마다 생각난다. 새벽이네.

그렇다 |2017.04.15 02:47
조회 604 |추천 0

혼자 위로를 해보기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연락을 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네주고 싶어 안 오던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글을 써봅니다.

 

오빠 반가워요, 오빠 성격상 이런 사이트에는 안 올 것 같아서 혼자 끄적여 보려 해요.

어쩌면 사실 오빠가 읽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어요. 자세한 일들은 안 적을게요.

오빠가 나인거 알면 나는 너무 민망할 것 같으니까.

 

오빠랑 나는 운명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쉽게 만날법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오빠는 내 또래 사람들보다 성숙한 내 모습과 자신을 존중해주는 내 마음에 반했고, 나는 내가 여태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믿음직스러움과 현명함에 반해서 만나게 됐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오빠의 외적인 부분과 오빠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많이 끌렸던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던 나이차이가 있었지만 신경 안 쓴다는 오빠 말에 내가 더 다가갔던 것 같아.

나이가 많은 오빠가 나한테 들이대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나는 학생이었고 오빠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항상 오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입이 짧은 오빠가 걱정돼서 항상 양 손 가득히 해서 오빠를 보러갔어.

내가 잘 오고 있는지 걱정돼서 걸려오는 오빠 전화 한 통이 나는 그렇게나 좋더라.

 

혹시나 내가 오빠 일터에 가서 실수를 하면 어쩌나, 오빠랑 같이 일하시는 분들을 불편하게 해드리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매일 오라고 하던 오빠 말에 나는 계속 토를 달았어.

그럴 때마다 괜찮다며 다들 좋아한다고 대답해주던 오빠 말을 사실 직접 듣고 싶었던 거 일지도 몰라.

 

그래서 토를 달았어.

매일 오라며 말해주는 게 너무나도 좋았거든.

 

둘이서 조용한 가게에 가서 술 한 잔 걸치고 차가웠던 겨울바람 속에서 추워하는 내 손을 꽉 잡아주는 오빠 손이 너무나도 좋더라.

새벽까지 술 먹고 오빠 집에 가면 항상 나와 오빠를 반겨주던 강아지도 너무나도 좋았어.

 

사실 무엇보다 이제 강아지가 내 발걸음 소리를 기억하는 것 같다는 오빠 말이 더 좋았어.

오빠 삶에 내가 자리 잡은 듯 한 기분이 들어서였거든.

 

참 바보 같지.

 

오빠가 준 장미꽃을 일일이 다 분리해서 플라스틱 통 안에 꽃잎이며, 줄기며, 포장지며 같이 층층이 쌓아서 보관해놨었어.

 

받고 나 울었었잖아. 너무나도 좋아서.

 

담배 피러 나갔는데 근처에 꽃집이 있어서 사온 거라고 없었으면 안 사왔을 거라고 말해도

나는 좋더라. 그 꽃집을 보고 내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아서.

 

사진, 번호, 문자메시지, 카톡 등등 오빠랑 관련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지웠는데 아직 그건 못 지웠어. 아직도 우리 집 침대 위 선반에 그 통이 놓여져 있어. 나도 모르겠다 왜 못 버리고 있는 건지는.

 

한 달 넘게 만났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어.

헤어질 날이 오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오니 그냥 눈물부터 나더라.

 

그만하자는 카톡에 어떡하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옆에 있었던 친구한테 물어봤어.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어.

그냥 계속 울었어 그리고. 그러다가 화가 났어. 왜 진작 나한테 말을 안했을까.

 

나이차이가 힘들었으면 힘들다고 말을 해주던지. 나랑 왜 대화를 나눌 생각 조차 안했을까.

그냥 혼자 정리하고 혼자 통보할 만큼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던가.

 

가는 내내 오빠 욕을 친구에게 퍼부었어. 나는 젊으니까 괜찮다고 계속 소리쳤어.

사실 욕설도 내뱉었어.

 

웃겨 정말. 그렇게 사랑해 놓고 헤어지니 욕을 하잖아.

 

그러다 허탈해졌어. 마음이 공허한 기분 알련지 모르겠다.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더라.

친구가 없었으면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아무 곳이나 걸어갔을 거야.

그러다 벤치가 보이면 앉아있었겠지.

 

이 세 가지 감정이 반복됐어. 한동안.

 

친구들 중에 한 명이 그러더라. 나이차이가 그리 나는데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만났냐고.

오빠는 나랑 언젠가는 헤어지겠지, 라며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나는 끝을 생각 안했어. 내 이십대를 모두 오빠에게 주어도 아깝지 않았을 정도니까.

 

정말 현명하고 배울게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던 내게 그 정도 나이 먹었으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거야. 라며 말하던 내 친구들도 생각나.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이 먹어도 이런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 없다고 오빠를 쉴드 쳐 줬었지.

 

친구들이 오빠를 안 좋게 볼까봐 일부러 오빠 자랑을 많이 했었어.

 

참, 결혼하자고 하면 나는 할 생각이었어. 어쩌면 이런 생각조차 어린 거일 수도 있겠다.

 

혼자가 되니 주변에서 소개가 많이 들어왔어. 마다하지 않고 다 나갔어.

작은 키인 오빠를 생각해서 운동화만 신었던 내가, 구두를 신어도 내가 올려다보게되는 사람도 있었어. 물론 얼굴도 잘생겼어.

 

오빠가 전혀 안 해주던 애교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어.

내가 좋다며 계속 표현해주는 사람도 만났고.

내 목소리만 들어도 하루 있었던 묵은 것들이 다 풀린다는 사람도 있었어.

 

생각해보니 나 많이 사랑 받았네.

 

그러다 정말 나에게 다정히 대해주고 내 생각 많이 해주고 보고 싶다며 나를 직접 보러 오고 내가 좋아하는 애교도 많이 보여주는 사람을 만났어.

내 의견을 따라 주고 내가 먹고 싶었던 게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데려가주기도 했어.

믿음직스러웠어. 나를 안 버릴 것 만 같았어.

 

주변 사람들이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거라며 한 번 만나보라고 했어.

그런데 그 사람과 뭘 하든, 어디를 가든 오빠가 생각났고 바보같이 난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했어.

 

내가 그토록 바랬던 내게 헌신적인 사람에게.

 

사실 글을 쓰고 있기 전 까지도 오빠를 떠올렸어.

시간에 틈이 생길 때 마다.

 

술을 그렇게나 좋아하던 내가 소주병을 볼 때마다 우리 둘이 조용한 가게를 찾아다니고 가게 인테리어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하던 것들이 생각나서 지금은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아.

 

손톱 주변을 뜯어서 상처가 자주 나던 내 손을 보더니 한 번 더 뜯으면 클럽 가버릴 거라고, 전화 안 할 거라고 협박하던 오빠가 생각나.

그 때는 나지 않던 피가 지금은 자주 난다.

 

처음에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던 오빠네 강아지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 존재가 되었고

어색해서 같은 공간에 있기가 불편했던 오빠 지인 분들이 어느 새 시시콜콜한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되었었어.

오빠랑 정말 친한 친구 분과도 편하게 통화 할 수도 있었고.

 

그저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지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참, 여자친구 생겼더라.

 

나는 아직도 오빠를 못 잊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하루에 수 십 번씩 들어 가 보고,

그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되뇌이며 어떤 점이 오빠를 힘들게 했을 까 혼자 고민을 해보기도 해. 아직 내가 생각이 날까. 이런 어이없는 미련을 가진 채 말이야.

 

그거 알아? 나 사실 오빠 만나면서 많이 힘들었어.

모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웠고 내 주변 사람들도 내 험담을 하기도 했으니까.

혹시나 그런 이야기들이 오빠 귀에 들어갈까 노심초사 했었고 나와 있는 시간이 불편할 까봐 일부러 오빠 의견을 먼저 물어봐주고 사소한 거에도 웃었어.

비용 부분에서 부담을 느낄까봐 내가 먼저 계산 해둔 적도 많았어.

 

조금이라도 편안하라고.

 

같은 지역에 있다가 내가 다른 지역으로 가게됐을 때,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생 이별이냐며 투덜대는 오빠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매 금요일 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빠를 보러 내려갈 때, 한 번이라도 마중 나와 주길 바랬었어.

 

그저 잘 오고 있냐는 카톡 하나와 어디냐는 전화 한 통 보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 저 멀리 오빠가 나를 보고 웃으며 다가오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아.

그리고 그걸 난 매일 상상했고 기대했어.

오늘은 나와 있겠지. 그치만 오빠는 그 곳에서 그림자조차 보여주지 않았어.

 

그저 오빠는 오빠가 있는 곳에 내가 가서야만 내 손을 잡아줬지.

 

분명 짧게 만났는데 왜 이리 남는 건 긴 건지. 너무나도 밉다 오빠가.

오빠가 결혼 할 나이 이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분과는 결혼은 하지 말아줘.

이런 말 하는 내가 못 된 건 알지만 축하보다는 불행하기를 바랄 것 같아.

 

여자 친구 생긴 거 보고 나도 참 못되게 오빠 지인 분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분보다

내가 더 나은거 같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어.

너를 그리 생각해주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오빠가 98프로 밉고, 여자 분이 2프로 미워.

 

그리고 나중에 오빠가 다시 내게 연락이 오면 좋겠어. 잘 지내냐는 찌질한 멘트도 좋아.

 

마음이 심란하고, 또 심란하다.

불행하기를 바래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

목소리가 너무나도 듣고 싶고 너무나도 잘 지내는 오빠 모습이 너무나도 밉다.

또 내 존재가 작아지는 것 만 같아서 너무나도 슬프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썰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새벽이야 오빠.

그 파도에 너도 같이 들어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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