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완결
---- 그리고 사람이 산다 2 -----
"승미야..미안하다. 자주와야하는데...중간에 일이 생겨서..이제부터 자주올께..
그런데 여기 참 좋다..공기도 맑고 조금만가면 바다도 볼수 있고..아참 그것 알아?"
승미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선영을 바라보자 선영은 목소리를 낮추면서
"전에 너 담당여의사 알지? 그 여의사분이 너희 아빠랑 어릴때 같은 동네
소꼽친구래...그런데 요즈음 두분이 자주 만나시는것 같더라..예전에 명동쪽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두분이 팔짱을 끼고 쇼핑하시던데...
어릴때 소꼽장난하면서 여보 당신이 잘하면 현실이 되겠다...후후.."
어설프게 미소짓는 승미를 보고 선영은
"앗~ 이런것은 농담처럼 말하는게 아닌데...아직 엄마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텐데..
미안미안.."
승미는 뭔가 말하고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자 옆에 메모지에
"아니 괜찮아..아빠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지..
하늘에 있는 엄마도 이해하실거야.
그나저나 빨리 말이 터져야지..메모로 할려고 하니깐 너무 답답하다."
"곧 나아질거야..너 치료에 열심이라는 말들었다. 너무 조바심내지마..
곧 이 수다쟁이야 좀 조용히해 라는 소리듣게 될거야..
아참 우리애들 볼래?"
"?"
선영은 지갑에서 사진을 하나 꺼내서 승미한테 건네주면서
"사진이 작아서 안보이는데..애가 석주인데..아주 개구져..그런데 바이올린은
엄청잘해..옆에는 혜미인데 약간 공주병이 있지만 하는 짓이 얼마나 귀여운데
애교만점이라니깐...그리고 애는..."
선영은 만면에 미소를 가득해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애들 자랑을 했다.
너무나 행복해하는 선영의 옆모습을 보고 있으니
승미에게도 그 행복감이 전해져왔다.
"어떻게 된거니?"
"어..그게 말이야..."
선영엄마는 유언장에 당신의 모든 재산에 대한 상속을 선영앞으로 해두었는데
그돈으로 선영은 경기도 끝자락에 엄마이름을 따서 보육원을 짓었다.
"우리 보육원에 보육선생님들이 나보고 뭐라는줄 알아?..골목대장이래...
매일 나를 따르라하고 애들 몰고 산으로 들로 산토끼마냥 뛰어다니면서 노니깐
계획표대로 못하잖아 그러니깐 보육선생님들이 안좋아하지...
선생님들이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큰애가 문제야~ 라고 하더라...헤헤..
그런데 내생각은 그래...인간의 가장 큰 스승은 자연이다라는 말처럼
그속에서 뛰어노는것도 아이들에게는 공부야.
그렇다고 마냥 놀리는것은 아니야.
내가 아는 언니중에 은진언니라고 있는데 영어 엄청 잘하는 언니가 있는데
그언니가 애들한테 영어 가르쳐주고 있고 그리고 고수오빠는 컴퓨터를 가르쳐 주고 있는데
이 오빠는 오면 맨날 애들이랑 온라인겜이만 해서 안되겠어..요리교실로 쫓아버려야지..
그리고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은진언니 회사분과 자매결연해서 매주와서
도움을 주고 있고..그리고 너의 아버님 아시는분중에
무술하시는분께서 호신술도 가르쳐주시고 있고..
음.. 그리고 너두 빨리 낫아서 우리 애들 전속약사해라..
그러고보니깐 다들 무료봉사네...이러다가 나 대머리되는것 아니야?"
"아직까지 내친구중에 대머리는 없는데..대머리되면 연락줘라..
사진기들고 구경갈께..볼만하겠네.."
선영은 눈을 살짝 흘키면서
"칫~ 나쁜 기지배...."
선영은 승미는 마주보고 웃는다.
내겐 좋은 친구가 하나 있다...맑은 햇살 같은 친구..
한사내가 등을 돌려서 창문을 바라보고 있고 문을 열고 그의 보좌관인듯한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와서
"어르신..아무래도 기자들이 냄새를 맡은듯 합니다."
"그래?"
마치 예상한일이라는듯이 반응이 시큰둥하다.
"어떻게 할까요?"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먹는법...문제는 어느 사냥개를 잡아먹느냐인데...
아무래도 주인이 없는 사냥개가 낫지 않겠어?"
"무슨말씀인지?"
"몇명 국회의원들 곁들여서...승일그룹 박이사가 들어가는걸로 해서 대충 매듭지어.
염의원이라는 방패도 없는데 그쪽이 제일 만만하잖아."
"그렇치만 승일그룹이 그동안 우리쪽으로 많은 자금을..."
"그러면 지금 기자놈들이 가마솥에 물 펄펄 끓이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물을 우리가
뒤집어쓸까?
박이사한테 검찰 조사받을때 처음부터 끝까지 무조건 모른다고 말하라고 해.
그러면 우리가 일년안에 보석으로 나오게 하거나 사면으로 나올수 있게 해주고
감방에 있는동안에도 불편한것 없도록 신경써준다고 걱정말고
수양한다고 생각하고 잠시만 고생하면된다고 그렇게 전해."
"네에 잘알겠습니다."
보좌관은 꾸벅 목례를 하고 문을 나가자 사내는 다시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다음날 신문 일면에 고개를 숙이고 검찰에 출두하는 박이사의 모습이 크게
실렸다.
모든 예쁜 사랑이 예쁜 결말에 도달하는것은 아니지만 같은 강을 건너온
고수와 은진은 충분히 그런 자격이 있다.
"신부님 신랑님 여기를 봐주세요. 네에..찍습니다.
신랑님 너무 그렇게 웃지마세요...이건 결혼사진이지 건치광고사진이 아닙니다...
신랑님 표정관리좀 해주세요.."
고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죄송합니다. 처음이라서..."
사진사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고수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님을 얻으셨으니깐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신랑님 조금만 표정관리 좀 하세요. 부탁드립니다..그럼 다시 찍습니다."
고수는
"네에.."
하지만 곧 건치광고모델처럼 입이 귀에 걸리는 고수를 보고 사진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절망한다.
"자자...다음은 신랑신부 친구 동료분들 오세요.신랑 신부 뒤로 서주세요...
아니 그렇게 서시면 안되죠. 넓게 서주세요.아니 그쪽분 신랑쪽으로 가세요.."
사진사가 보라를 가리키면서 말하자 보라는
"저요? 저는 신부쪽 하객인데요..."
사진사가 한숨을 푹쉬자 이상해서 고수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다들 신부쪽 서있는것이 아닌가?
고수는
"저기요..제쪽에도 서주세요...제쪽에 서시면 제가 식권2장씩 드립니다."
그러자 보라가 고수쪽으로 슬쩍 자리를 옮기자 고수는 보라의 손을 덥썩 잡으면서
"그래 고맙다 너만이 진정한 내친구다.."
보라는 하늘을 보면서
"휴~ 그놈의 식권이 뭔지..."
다들 박장대소를 하면서 장난을 걷고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건치광고사진은 계속되었다.
어떻게 끝난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무사히 식을 끝마치고 하객께 인사를 하고
통로를 신랑신부가 걸어갈때 통로옆으로 선영의 보육원 아이들이 쭉 늘어서서
꽃바구니에서 꽃잎을 뿌렸다.
어찌 아름답다는 말한마디로 설명될수 있을까?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은진은 마치 잠시 길은 잃어서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가 자신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듯했다.
신혼여행길을 떠나기전에 오늘 온 하객과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보라는 은진을 보면서
"축하한다 은진아..다음은 나인데..오늘 은진이를 보니깐 약간 부담이 되네.
하지만 어디 내미모가 어디 빠지는 미모냐? "
약간?.. 미모? 옆에서 듣고 있던 고수는 보라를 빤히본다.
"와주셔서 고마워요..언니.."
"아참 이쪽은 우리혁재씨야..초면이지 인사해.."
'아하~ 그 문제의 우리혁재씨를 드디어 오늘보는구나.'
고수는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면서 하마터면 사인해주세요 할뻔했다.
어쩌면 그렇게 개그맨이랑 똑같냐?
혹시 잃어버린 쌍둥이동생 아니야?
"은진씨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머 신대리님.. 미국에 계신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여기는 어떻게? "
"은진씨 결혼식 아닙니까?...만사를 제쳐놓고 왔습니다."
고수는 승자의 여유로 신대리를 지긋이 보고 있는데 신대리가
"은진씨 혹시 고수씨가 속상하게 하면 저한테 오세요..제가 첫번째입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그러면 나는 두번째.."
"나는 세번째.."
"난 네번째.."
고수는 당황해 하면서
"저기 여러분..오늘이 저희 결혼식이걸랑요...파혼식이 아닌데요...
그리고 네번째라고 하신 박과장님은 뭡니까? 사모님께 콱 일러바칩니다."
"후후...최고수 내가 그러면 떨줄 알았나? 귀신잡는 해병을 뭘로 보고..하하하"
고수는 깜짝 놀라면서
"사모님 언제 오셨어요?"
순간 박과장은 사색이 되어서 뒤돌면서
"여보 아니 그게 아니라..."
박과장은 뒤에 아무도 없는걸 보고
"고수 너 이놈~"
고수는 나잡아봐라~ 하고 뛰어가고 그뒤를 박과장에 눈을 뭉쳐서 던지면서 따라가는걸
재미있게 보였는지 다른사람들도 우르르 가서 금새 집단눈싸움이 됐다.
선영은
"보라언니 저 둘사람 원래 저렇게 놀아?.."
보라가 보육원에 자원봉사하고 있어서 선영과 보라는 아는 사이이다.
"아니 저것보다 더 심하게 놀아...그나저나 은진이 너가 앞으로 고생이 많겠다.
저 철부지데리고 살려면...그러니깐 남자는 초장에 길을 잘들여야되는거야?
안그러면 평생 고생한다니깐..."
은진은 흐뭇한 눈으로 고수가 노는것 보고는 있는데 고수가 저쪽에서
은진에게 달려오더니 은진의 손을 잡더니
"은진씨 차갑죠?"
"네에..차가워요.."
"은진씨 손은 참 따뜻하다..손이 따뜻한 사람은 마음도 따뜻하다는데.."
"제가 호~ 해줄까요?"
"네에..호~ 해주세요."
고수의 손을 감싸고 호~ 하고 입김을 불어주는걸 보고 있던 보라는
"나도 우리 혁재씨 호~ 해주러가야지..."
하면서 혁재씨~ 하면서 달려가자 혁재는 자신한테 눈을 던지러 달려오는줄 알고
먼저 눈을 잽싸게 뭉쳐서 던지고 도망가자 보라는
"얌마~ 너 거기 안서..잡히면 죽어..."
하고 쫓아가는걸 보고 세사람은 깔깔대면서 웃는다.
선영은
"에이구~ 나는 호~ 해줄 사람도 없고 난 여름도 겨울이고 겨울은 더 겨울이네..
언니오빠 염장질에 속터져 죽기전에 얼른 우리 애들이나 보러가야지..."
하면서 휙뒤돌아서 가려는데 앞에 오던 남자 가슴에 얼굴을 부딪히고
휘청하자 그남자는 선영의 허리를 감싸서 뒤로 넘어지지 않게 하고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네에. 괜찮습니다."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춘듯 그렇게 그남자와 선영은 서로에게 눈을 뗄수 없었다.
선영이가 먼저
"저어기.."
"앗~ 죄송합니다" 하면서 허리를 감싸던 팔을 뗐다.
둘은 쑥스러운듯이 멀쓱하더니 남자가 먼저 선영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은진에게 가서
"비행시간이 다되서 이제 그만 가봐야겠군요.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리고 두분 행복하세요.
그리고 언제 미국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그럼 저먼저 가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일부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시는 공부도 잘되셔서 좋은 성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게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하고 둘은 신대리에게 인사를 한다.
선영도 은진과 고수에게
"언니 오빠 나도 그만 가볼께...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연락해..."
그러자 은진이
"잠깐만..선영아..초면이지 인사해라 이쪽분은 신대리님이셔..."
"아하~ 예전에 고수오빠 연적이였던...안녕하세요."라고 하자
고수는 헛기침을 흠흠하고 한다.
"이쪽은 제가 잘아는 동생 선영입니다."
신대리는 꾸벅 인사를 하고
"안녕하세요. 저어기 초면이지만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차라도 한잔할까요?"
"네에..그럴까요?"
애기를 하면서 나란히 앞에서 걸어가는
둘을 보고 은진과 고수는 마주보고 싱긋 웃는다.
이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당신과 함께 가는 길이라면 두렵거나 무섭지 않습니다.
2개의 육신에 깃드는 하나의 새로운 영혼이 부부라고 합니다.
이제는 하나의 영혼으로 한곳만 바라보면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당신을 지켜준다는 그말과 함께....
사랑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