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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연애 그리고 끝맺음

ㅇㅇ |2017.05.22 21:15
조회 428 |추천 0
스무살때 피시방에서 만났지.앞선 이별로 마음고생 심했던 나를 너는 보듬어주었어.한달간 썸타다가 술을 마시고 취중진담으로 뱉었던 너의 말을, 난 기다렸었다.
우린 2년간 나름 이쁜 연애를 했다고 생각해.안가본 곳이 없었지.서울, 인천, 대구, 순천, 부산, 여수, 전주, 청도, 경주.한달에 한 번 꼴로 우리는 여행을 다녔다.지갑을 여는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우리 커플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사주는것에 경쟁이 붙었는지서로 이것저것 사주기 바빴지.하루는 신발, 하루는 옷...
그러다 네가 국가의 부름에 응해 군대를 갔을 때, 나는 기다리겠노라 흔쾌히 말했다.너는 미안했는지 자꾸만 "힘들면 다른 남자 만나도 돼." 라며 날 다독였지만아니, 나는 너만 바라보고 싶었다.나는 곰신생활이 네가 처음이 아닌데도, 너는 힘들거라며 날 다독였다.뭘 해도 멋지고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던 너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연락도 안 되고, 편지 한 통 없던 훈련병 시절도 이악불고 버텼고,선임들에게 불려다니고 적응하느라 바쁜 이병 시절도 버텼다.
장담하는데, 난 네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남자 털 끝 하나 건든 적 없고,남자에게 내 털 끝 하나라도 허락 한 적 없었다.클럽, 감성주점. 스물넷먹은 지금까지도 발 한 번 들여본 적 없었다.오직 너만 바라보고 있었다. 바보같게도.
첫 휴가를 나오던 날.나는 모으고 모았던 외출 에너지를 소모해 최대한 이쁘게 꾸미고 너를 마중나갔다.역까지 나와있는 나를, 넌 친구들이 보고싶다며 집에 데려다 주고는 떠나버렸다.그래, 약 4개월간 단 한 번도 목소리 들어본 적 없고, 얼굴 본 적 없는 친구들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난 바보같이 이해하고 말았다.둘쨋날 잠깐 영화보고 헤어진게 끝이었다, 너와 나는.
일병이 지나 상병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제일 기뻤던건 나였을 거야.곧 있으면 전역이야, 곧 있으면 입대 전처럼 붙어있을 수 있어.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기다리고, 조금만 참자.연락이 잘 되지 않더라. 나에게 너는 피곤해, 힘들어, 그런 얘기들 뿐이었다.너를 기다리는 나는 눈에도 보이지 않았던 걸까.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병장이 되었고, 넌 더더욱 연락이 되지 않았다.상병때와 같이 너는 나에게 "사회 나갈 준비를 해야지." 라며 바쁘다고 끊기 일쑤였다.나도 너와 같은 대학교 다니려고 편입준비 하고 있었는데.나도 공부하느라 바빴는데.그래도 난 네 목소리 듣고 힘내겠다고 그토록 기다렸는데.
전역날, 나는 수업도 빼먹은 채 너에게 달려갔다.너는 그 어떤 날보다 빛나보였고, 멋졌다.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남자답게 군복무를 마친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천사였다.그래, 너는 나에게 나의 천사, 나의 사랑, 나의 희망이었다.
내가 너를 그토록 사랑했던 이유는, 입대 전 나에게 했던 행동들 때문이었다.나를 무심하게 챙겨주면서도, 단 둘이 있을 때는 애교가 많고,늘 나를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하고 이뻐해주고 귀여워 해줬던 그 행동들.내가 많은걸 바랐던 걸까.전역과 동시에 친구들과 유럽여행이며 내일로 여행이며, 나와 볼 시간은 단 한시간도 없었다.내가 부르면 피곤하다던 네가, 친구들이 부르면 그렇게 빠를수가 없더라.잊은거니? 너와 나는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써, 너의 친구들은 곧 나의 친구였단거.넌 몰랐겠지. 그 소식들이 다 내 귀에 들어오더라도 나는 너에게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너를 사랑했으니까.그래, 1년 9개월 그 긴 시간 동안 못봤던 친구들이 보고싶었겠지.
진급할 때마다 내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주고,외박, 외출, 휴가 한 달도 빼먹지 않고 너를 보러 왕복 8시간 기차를 타고 올라갔었다.전화오면 전화오는구나, 휴가 나오면 나오는구나, 전역하면 전역하는구나, 하고 시큰둥했던그 친구들이 나보다 더 소중했던 거니?매달 너에게 소포를 올려보내며, 다음엔 뭘 보내줄까 고민하던 나는 눈에도 보이지 않았나보다.
보상심리를 언급하며, 너에게 많은걸 바라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던 너의 모습이 훤하다.그것마저 그렇게 이뻐보이면 어떡하라는 거니.나는 그저 입대전만큼만 해달라는 건데, 왜 그걸 보상심리라고 하는 걸까.왜 전처럼 해주지 않았던 걸까.이 여자가 얼마나 못생겼길래 그 긴 1년 9개월의 시간동안 아무도 대쉬를 하지 않았던 걸까라고 생각한거니?대쉬가 와도 내 선에서 끊고, 네가 걱정할 까봐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던 거였다.
이별의 말을 꺼냈을 때, 너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앞에 두고, 너는 돌아서 버렸다.그 모습마저 이쁘더라.뒷모습마저 멋지면 어떡하라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한달이 지난 지금도 너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매정하게 돌아섰던 너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박혀있다.
어쩜 그렇게... 이별의 순간마저 멋있는거야?포기할 수조차 없게 만들어놓고.수영 못하는 사람을 물에 빠트려놓고, 건져주지 않을테니 네 힘으로 올라와라 라고 하는게,그게 사랑이고 이별이라는데.난 앞선 이별로 연애를 하고싶지 않았다. 그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하지만 너는 보듬어주겠다며 나를 사랑해주었어.너를 좋아하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알아서 이겨내라니.그럼 난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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