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기막힌 사건을 고발합니다
[제1309호] | 17.06.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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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담임의 방관 아래 집단 따돌림을 당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이 학교 교감이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학생의 엄마는 자신도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학부모의 거듭된 요청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지방경찰청은 담당 경찰서를 못 믿겠다며 고소장을 들고 경찰청을 찾아온 피해학생의 엄마를 다시 경찰서로 돌려보냈다. 전면에 나서야 했던 교육청 관계자는 실언을 내뱉었고 학교는 피해학생의 개인정보를 가해학생 학부모에게 제공했다. 관련 기관과 담당자는 모두 솜방망이 처분만 받았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5월 중순이었다.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A 양(13·여)은 같은 반 4명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A 양의 엄마 B 씨(43·여)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반 년 전에도 이따금 시샘 부리는 친구 때문에 힘들다는 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A 양이 학교 출석을 거부하고 나서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딸의 상황을 조금 파악해 본 B 씨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정도가 심했다. 따돌림을 주도한 4명은 대놓고 자신의 딸을 투명인간 취급하거나 학급 행사에서 교묘하게 따돌렸다. 나날이 잦아지는 따돌림에 A 양은 정신적 충격으로 지난해 5월 17일부터 간헐적으로 등교하며 정신과 등에서 치료를 받았다.
A 양은 병원에 다녀온 뒤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더 큰 상처였다. 지난해 5월 26일 4명은 또 다시 A 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위가 높아졌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A 양을 옆 칸에서 지켜보며 욕설과 조롱을 퍼부었다. B 씨는 이를 전해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 교감, 학교폭력 피해 여학생과 그 엄마까지 성추행했나
B 씨는 담임과 장학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민원을 듣게 된 교감(54)은 학부모에게 만남을 청했다. 지난해 5월 24일 오전 11시쯤 "오후 서너 시에 학교로 뵈러 가겠다"는 B 씨에게 교감은 “그렇게는 만나고 싶지 않다. 저녁에 밖에서 만나자. 학교는 안 된다"며 한 음식점 앞을 약속 장소로 정했다.
교감을 처음 본 B 씨는 악수를 나누면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악수할 때 교감이 내 손등을 과하게 쓰다듬었다”며 “언변에서도 불쾌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B 씨는 이어 "교감이 만나자마자 '이 일을 전해 듣고 상상한 어머니의 모습이 실제와 참 다르다. 삐쩍 마르고 깐깐하게 생길 줄 알았다. 이렇게 지적이고 날씬하다니. 이런 외모인 걸 오늘에야 봐서 충격적이고 놀랍다'고 말했다"며 교감과의 첫 만남을 설명했다.
피해학생의 노트. 교감을 악마로 묘사하고 있으며 교감의 말도 적혀 있다.
약속 장소인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자는 B 씨에게 교감은 근처 호프집에서 술을 권했다. B 씨는 술 대신 음료수를 마셨다. 알고 보니 약속장소였던 음식점은 교감이 홀로 사는 원룸 1층이었다. B 씨는 "교감이 이 원룸에서 산다더라. 언제든지 24시간 전화하고 상담하라며 이런 일이 아니라 사적으로 봤다면 나에게 확 갔을 거라고 했다. '사귀고 싶다. 눈이 사슴 같다. 사슴 눈에 어떻게 눈물 흘리게 하지' 등 듣기 힘든 말을 계속 하다가 손까지 덥석 잡고 1분쯤 놓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딸 문제 해결 때문에 수치스러운 상황을 버텼다. 하지만 교감에게서 받은 이상한 느낌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학교폭력 관련 자료를 수집하던 지난해 7월 B 씨는 딸의 방에서 이상한 흔적을 여러 개 발견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 공책과 수첩 마지막 쪽에 빼곡히 적힌 딸의 낙서였다.
낙서를 본 B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낙서 내용은 모두 교감의 성추행 기록이었다. 공책 등에는 교감이 악마로 묘사됐고 손가락은 뱀으로 그려졌다. "뱀 교감이 자꾸 만지고 주무르며 내 몸을 더럽게 만든다. 껴안고 주무르고 엉덩이도 꽉 잡으며 나쁜 변태 짓도 한다. 죽고 싶다" 등의 내용이 수십 장에 걸쳐 나왔다.
B 씨는 갑자기 반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자기를 시샘하는 친구가 많아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아이를 B 씨는 교감에게 "잘 다듬어 달라"고 보냈었다. 자신을 원망했다.
교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행동은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교감은 9일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교육하며 3회 정도 손과 어깨를 잡은 적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학부모의 미모를 칭찬하며 사슴 발언을 한 것도 기억난다. 다만 손을 잡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 "피해학생 전학 보내라"는 담임, "담임은 미남"이라는 장학사
지난해 5월 16일 B 씨는 딸이 등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담임 임 아무개 씨에게 집단 따돌림 사실을 알렸다. 빠른 대처도 수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담임은 오히려 가해학생들을 두둔하며 딸의 전학을 권했다고 알려졌다.
B 씨는 "담임이 요즘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차라리 내 딸을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라고 했다. 따돌림을 주도한 아이가 자기네 반에서 대세라며 밉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고까지 말했다"며 "몇 차례 더 훈육을 부탁하자 교권 침해를 걸고 넘어졌다. 자신이 한국교총 등 교육자집단의 회원이니 이들 단체에 문의해서 사안을 해결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담임에게 다시 한 번 가해학생들 훈육을 요청했다. 사과 문자나 전화면 충분할 거라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담임은 "A 양 문제를 학교폭력상담전화에 문의한 결과 학교폭력이 전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사과가 실행되려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이 상황이 학교폭력이 맞는지 판단 받아야 한다"고 대응했다.
담임과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자 B 씨는 장학사를 찾아갔다. 장학사 역시 담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담임을 만나고 온 뒤 실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B 씨가 경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0일 장학사는 B 씨에게 “어머님. 제가 담임을 만나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미남이시고.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학사는 이를 부인했다. 장학사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 이 일은 경찰과 관련 기관에서 다각도로 사건을 마무리 중”이라고 반박했다.
# 사건 은폐하며 가해자 쪽에 피해학생 개인정보 제공한 학교
학교는 가해학생들의 훈육을 요구하던 B 씨를 외면하고 지난해 6월 12일 자진해 학생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 발생 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가 사건을 조사·심의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내리는 조치를 학교장에게 요청하는 자치회다. 학교는 이 사건의 학교폭력 판단 여부를 학폭위에 넘겼다.
문제는 이를 담당한 생활지도부장 김 아무개 씨(31)가 가해학생 4명 가운데 1명만 가해학생으로 학폭위에 올렸다는 점이다. 김 씨는 “솔직히 별로 큰 일도 아닌데 이상하게 꼬인 사건이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이런 사건이 생기면 조용하고 빠르게 처리하려고 한다”며 “B 씨가 1명만 지목했다. 그래서 1명을 기준으로 학폭위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했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김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B 씨가 제출한 진술서에는 정확히 가해자 4명이 적혀 있었다. 학교폭력에서 따돌림은 2인 이상일 때 인정된다. 김 씨는 집단 따돌림을 개인과 개인의 갈등으로 학폭위에 올렸다.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학폭위에서 참석위원 일부는 “개인의 갈등이라도 이 정도면 학교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담임과 학교전담경찰관은 개인 사이 벌어진 일로 이 사건을 치부하며 학폭위를 주도했다. 결국 1차 학폭위 결과는 이 사건을 학교폭력이 아닌 동급생 간의 갈등으로 판단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B 씨는 충남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은 뒤집혔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 29일 이 사건을 학폭위와 달리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다.
학교는 다급해졌다. 위원회가 결정을 번복할 방법을 모색하려 담임은 가해학생의 아빠 C 씨에게 만남을 청했다. 지난해 8월 10일 학교 밖 한 커피숍에서 담임과 C 씨의 만남이 이뤄졌다. 담임은 이 자리에 A 양의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생활기록부와 일기 등 개인정보를 모두 가져갔다. 가해자의 아빠는 이 자리에서 A 양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재심까지 이어지는 동안 학교는 피해학생 쪽과 가해학생 쪽이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이간질까지 했다. 가해학생의 아빠 C 씨는 "피해학생의 엄마를 만나려고 했지만 학교는 내게 '피해학생의 엄마가 날 만나기 싫어한다'는 등의 이유로 삼자대면 요청을 계속 거부했다”고 말했다.
담임의 비정상적인 대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 사건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됐는데도 A 양의 생활기록부에 질병과 무단결석, 학교생활 부적응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학교폭력방지법에 따르면 피해학생이 학교폭력 때문에 학교를 나갈 수 없을 경우 출석을 인정토록 돼있다. 이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하는 B 씨의 요청에 담임은 날짜만 지우고 내역을 남겨뒀다. 다시 내역을 지워달라는 B 씨의 요청에 날짜를 살린 뒤 내역만 지우는 등 B 씨를 농락했다.
이와 관련 A 양의 담임은 <일요신문>과의 만남에서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며 자리를 떠났다.
# 무심했던 천안 동남경찰서와 사건 떠넘기고 '솜방망이' 징계 내린 충남지방경찰청
B 씨는 학교와 말이 통하지 않자 학교전담경찰관이었던 천안 동남경찰서 소속 김 아무개 경사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김 경사는 20회 가까이 자신의 딸을 한 번이라도 만나달라는 B 씨의 요청을 무시했다. 게다가 학폭위가 열렸을 때 "넓게 보면 학교폭력이 맞지만 좁게 보면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B 씨는 천안 동남서 여성청소년과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천안의 그 어떤 경찰도 믿을 수 없었던 B 씨는 서울에 있는 경찰청에 직접 진정을 넣었다. 그런데 경찰청은 이 진정을 충남지방경찰청에 이첩했다. B 씨는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충남청은 "최고의 인력을 붙여서 잘 수사해주겠다"며 B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탄원서 한 장을 내밀었다. 학교전담경찰관 김 경사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써주면 더 잘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이거라도 잡고 보자"는 심정으로 B 씨는 탄원서를 썼다. 이어 교장과 교감, 담임, 생활지도부장 등 4명을 성폭력, 직무유기,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지난 2월 충남청에 고소했다. B 씨는 천안 동남서를 제외한 다른 기관이 이 고소건을 맡을 수 있도록 충남청에 요청했다. 이에 충남청은 "성폭력 사건과 그 외 사건을 각각 나눠 고소하라"며 B 씨에게 고소장 2부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 초등학교가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을 잘 하고 있다며 '제6회 Wee 희망대상' 대상을 수여했다.
얼마 뒤 B 씨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성폭력 고소 건만 충남청이 담당하고 나머지 고소 건은 다 기피부서인 천안 동남서로 이첩됐다는 내용이었다. 천안 동남서를 피해 달라고까지 B 씨는 여러 차례 충남청에 부탁했지만 사건은 천안 동남서로 배정됐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징계가 문득 궁금해진 B 씨는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김 경사의 징계 내역을 확인했다. 김 경사는 지난 4월 26일 성실·공정의무 위반 비위로 불문경고를 받았다. 경고는 경찰 내부에서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다. 처벌불원탄원서 때문에 경고에 그쳤다는 사유가 경찰의 답변서에 적혀 있었다.
지난 1월 충남교육청은 이 사건 관계자 행정처분을 알렸다. 주의와 경고가 다였다. 충남지방청과 천안 동남경찰서에 이어 충남교육청의 솜방망이 처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학교 정문에는 교육부 표창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이 학교에 '제6회 Wee 희망대상' 기관부문 대상을 수여했다. Wee는 각 학교와 교육청, 지역 사회가 연계돼 ‘학교폭력’ 피해자 등을 통합지원하는 서비스망이다.
B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교육부에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꾸준히 민원을 넣어 왔다. 이 기간은 학교가 교육부의 Wee 희망대상 공모전을 준비하던 기간이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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