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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유증

바다가들린다 |2017.06.17 07:42
조회 1,107 |추천 2
*숙취(宿醉) - 술에 몹시 취한 뒤의 수면에서 깬 후에 특이한 불쾌감이나 두통


"으....머리야."


병재는 지독한 숙취에 눈을 떴다.


"우웩.."


눈 앞에 어지럽게 펼쳐지는 기억의 편린들이 그의 속을 더욱 안좋게 만들어 헛구역질을 하게 만들었다.


"하....여기 어디야."


불이 꺼진 방안을 더듬어 간신히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형광등이 켜지자 그제서야 사물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자신의 오피스텔이 아닌 낯선 방이었다.

42인치 벽걸이 TV와 거울이 달린 화장대, 그 옆의 1인용 쇼파, 그리고 침대 옆의 협탁과 그 위에 다방 전화번호가 너저분하게 인쇄 된 각 티슈....
아마도 이곳은 어느 모텔방이 분명했다.

병재는 물렁거리는 속을 가까스로 달래며 어제일을 떠올렸다.
어제 자신은 대학교 동창의 장례식장에 참석을 했었다. 대학교 때는 제법 친하게 어울렸지만 졸업 후 연락이 뜸해지더니 10년이 지난 어느날 친구의 사망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가 운영하던 조그만 선술집에서 벌어진 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 친구는 어이없이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병재는 장례식장에서 한동안 못봤던 대학교 동기들을 만나게 되자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신 것을 기억해냈다.


********


"민규 불쌍한 자식...너희들 그거 아냐?"


친구 재석이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뭐?"


"이자식 1년 전에 이혼 했잖냐. 와이프랑 성격차이로..."


"응. 그리고 멀쩡히 다니던 회사 관두고 선술집 차린거 아냐."


"근데...그게 성격 차이가 아니라 회사에서 여직원이랑 바람 폈었는데 그걸 와이프한테 걸린 거래. 회사에도 그것 때문에 사표 낸거고."


"야, 진짜야?"


"진짜라니까. 저번에 민규 자식이랑 둘이 술먹었는데 울면서 그 소리 하더라니까..봐 봐. 이혼한 재수씨 오지도 않았잖아."


친구들은 굳은 표정으로 애꿎은 술만 마셨다.



********


그후로 친구들과 밖에서 한잔 더 하자고 장례식장 인근 술집으로 간 것까지 기억이 났다.

병재는 그제서야 자신의 침대 옆에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무슨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미치겠네. 또 술먹고 필름 끊긴거야..."


다른날도 아닌 친구 장례식장에 참석하고 난 후 현재 상황에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병재는 수화기를 들고 카운터에 전화를 했다.


"아저씨 숙박 하루 추가요. 계산은 10분 후에 외출하면서 할께요. 아..그리고 여자친구 자고 있으니까 방 청소는 할 필요 없어요."


전화를 끊고 병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앗 차가워... "


병재는 차갑게 식은 여자를 발로 밀어 침대에서 떨어 뜨렸다. 침대가 넓어지자 다시 편하게 누워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다 무엇인가 떠오른듯 중얼거렸다.


"... 어디보자 필요한게 가방이랑 비닐이랑 또 뭐였지?....에이 또 쓸데없이 돈 나가네. 술을 끊어야지 원..."


이윽고 불을 붙인 후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출처: http://naver.me/xbDIO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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