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S,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병을 가지게 된 혈육이 있습니다현실남매이고 팩폭을 나누며 낄낄거리던 사이인데 원인과 치료가 불가능한 이 지독한 통증이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는 병에 걸린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가장 고통스러운 건 그 고통이 저에게는 체감할 수 없는 것이란 점입니다.속상하다, 괴롭다, 그런 표현은 감정사치이자 자기연민일 뿐입니다. 그 고통과 느낌을 실제로 나누어가질 수 없기에.그런 자기혐오의 날을 보내다 우연히 프로듀스 101을 보게 되었습니다.갈기갈기 만신창이가 된 자존감을 아직 채 추스르지도 못한 듯 보였던 뉴이스트 멤버들.그저 조용히 지켜보게 만드는 애잔함이 있었습니다.중간에 강동호라는 사람의 인성논란이 나오더군요어차피 긴 시간을 축약해서 내보내는 방송이니까 진위여부는 알수없지만 초반 논란과는 달리 후반에 이르며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와 마지막에 같이 합숙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왜 제목을 강동호 CRPS라고 했는지 본론으로 가려고 합니다.
프로그램 초반 만신창이가 되어있던 뉴이스트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곡을 듣기 시작했습니다.처음엔 단어선택이나 곡의 느낌이 일반 아이돌들과는 다른 모습에 당황했습니다.그런데 뭔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느낌이라 계속 들었습니다.어느 날, 그들의 곡을 들으며 태양이 쨍쨍한 길을 걷는데 갑자기 비가 오더라구요제가 걷고 있던 길이 갑자기 숲으로 변했습니다.비에 선명해진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수천가지 초록색대지에서 올라오는 흙과 섞인 비의 그리운 냄새멀리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드는 잔잔한 수천개의 파문그리고 무엇보다 노르스름하게 밝은 하늘.비오는 날 하늘을 쳐다보면 생각보다 밝습니다. 놀라울정도로............ 저는 비를 좋아합니다.어릴 때부터 비가 오면 나가서 온통 비를 맞으면서 헤매는 시간들을 사랑했습니다.하늘을 보며 비를 맞으며 멍때리는 그 행복감.하지만 저의 혈육이 가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병은 비오는 날이나 바람부는 날에는 그 고통이 수직상승합니다.너무 아파 이를 악물다 어금니까지 빠지는.........형벌같은 병그 병을 지켜보며 비를 좋아하는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비오는 날은 죄책감의 늪에 그저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그런데 뉴이스트의 음악은 맑은 날 갑자기 내린 비의 환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실제가 아니기에 죄책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많은 위안이 되더라구요나 혼자만 절망의 벼랑 끝에 서있는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은 느낌었습니다.아티스트는 작품으로 자신을 발가벗어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직업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강동호씨가 성추행 사건에 휘말렸더라구요변명하거나 쉴드치거나 그 어떤 쪽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하지만 전 그들의 음악으로 위안을 받았으니 보답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성추행을 했건 안했건 상관없습니다.진위여부를 떠나 법적인 결과를 떠나강동호씨에게 채워진 족쇄는 이제 그의 인생을 옭아매고 침잠시킬겁니다그의 인생 모든 일을 전 전혀 알지 못합니다.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그들이 벼랑끝에 섰었음을,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절망에 헤매는 사람을 위로하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그가 성추행을 했어도 그 고통의 시간들은 이미 그에게 형벌을 가했고만약 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에게 가해지는 잣대는 천형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타인에게 강철잣대를 들이댑니다.자신에게는 유리잣대를 대면서 말이죠저는 그에게 강철대신 유리잣대를 대려 합니다.아니, 유리잣대마저도 허공으로 던져 부숴버리고 싶습니다.연예인에 미친 병신이라 욕을 하든 비웃든 마음껏 해주세요
전 강동호라는 한 인간의 편에 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