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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무서운이야기입니다:) 20

벨라 |2017.06.27 00:56
조회 1,595 |추천 8
*** 저도 팬이생겼습니다:) 출퇴근시간이 재미나길바랄게요 ! 힘이나네요 감사합니다 ㅎ ***




​응급실에서 외래로 연락이 왔다. 전화를 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진정이 되지 않고 떨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충격적인 일인 것이 분명했다. 전화를 건 응급실 간호사는 내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고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마치 패닉 상태에 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장님... 빨리 응급실로 와 주세요... 빨리요.. 사람이 DOA인데요... 검안이 필요해서요..."

그녀는 내게 대체 무슨 일이냐는 질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대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혹은 수술실과 같은 특수분야 간호사를 몇 년 하다 보면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는다. 특히 그중에서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일반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비극적인 일은 다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안에는 절절한 사연과 비통한 죽음과 극적인 회생, 그리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극단의 절망과 희망이 모두 교차하는 곳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그곳에 들어온 환자는 모두 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또 누군가의 아들딸이고, 또 누군가의 형제자매요, 친구가 아닌가...
그래서 응급실에, 혹은 중환자실에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등에는 그 환자 자신의 아픔 외에도, 각자 그 사람의 인연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걱정과 우려, 기원들이 덧 얹혀 있는 것이다.

그런 응급실에서 몇 년을 근무한 간호사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서,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담당과장인 내게 육하원칙에 따른 상황을 전하지 못할 정도로 동요한다는 것은...
지금 응급실에서 얼마나 엄청난 사건이 벌어져 있을지를 충분히 짐작게 하는 일이었다.
아래는 의사 '박경철' 씨가 쓴 환자의 실제 이야기이다.

변두리에 사는 어떤 부부가 일찍이 혼자되신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
할머니는 일찍이 남편을 사별하고, 외아들을 혼자서 키우셨지만, 여러 가지 형편으로 인해서 아들의 경제적 여건도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도시 외곽의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할머니와 며느리는 밭농사를 짓고, 아들은 트럭을 몰고 농수산물 시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하신 할머니가 몇 년 전부터 치매 기운이 조금씩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나마 하루 중에 스무 시간 정도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시고, 저녁이나 밤 무렵에 서너 시간 정도만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치매 증상을 드러내시곤 하셨다.

이들 부부 입장에서는 아무리 치매가 있으신 노인이라도, 차라리 24시간 완전 치매라면 며느리가 아예 곁에 붙어서 수발을 들겠지만, 대개는 멀쩡하시다가 한 번씩 그러시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치매 증상이 나타나시면 할머니 방에 혼자 계시게 하고 문을 잠가 두거나, 아니면 며느리가 곁을 지켰었는데, 그나마 대개 증상이 밤에 나타나셔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밤에는 밖에서 문을 열어 잠가두면 혹시 문제가 생기시더라도 방을 더럽히는 것 말고는, 그래도 가출을 하시거나 위험한 일을 하시지는 않는 데다가, 밤에는 아들도 집에 있어서 할머니가 설령 발작을 하셔도 감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건 그 부부는 노모를 모시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하루는 며느리가 노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시장에 다녀왔다.
원래 시장을 갈 일이 그리 잦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시장에 들러서 이것저것 사야 했고, 그럴 때 며느리는 낮에는 멀쩡하신 노모에게 늦게 얻은 아이를 맡기고 얼른 다녀오곤 했다.
할머니도 늦게 본 손주라 애지중지하셨고, 그들 부부에게도 아이는 그나마 유일한 행복이었다.
며느리가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서 장을 본 다음 두 시간 정도 후에 집에 돌아오자, 아이를 보던 노모께서 장보고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반겼다.

"수고했다. 어서 배고픈데 밥 먹자. 내가 너 오면 먹으려고 곰국을 끓여놨다."

며느리는 곰국을 끓여 놨다는 할머니 말에 갸우뚱했다.
최근에 소뼈를 사다 놓은 적도 없는데 노모께서 곰국을 끓이셨다길래 의아해하면서 부엌에 들어가 보니, 정말 솥에서는 김이 펄펄 나면서 곰국을 끓이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며느리는 그 솥 뚜껑을 열어보고는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나는 지금 가능하면 담담하게 이 끔찍한 일을 기록하려고 하고 있지만, 다시금 그 장면을 기억하는 내 심장이 부담스럽고, 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 뜨거운 솥에는 아이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검안을 위해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때 나는 생애에서 가장 끔찍하고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장면을 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나는 나대로 피가 얼어버리는 충격 속에서, 응급실 시트에 올려진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진 아이의 몸을 진찰하고, 앞뒤로 살피면서 검안서를 기록해야 했다.
또 너무나 끔찍한 장면에 차마 눈을 감아버리고 아예 집단 패닉 상태에 빠져 스테이션에 모여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혼란도 같이 다독거려야 했다.

아이 엄마는 아예 실신해서 의식이 없었고, 할머니는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출처 : 시골의사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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