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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과 연애하고 헤어져 본 경험 있으신가요?

철부지 |2017.07.01 04:06
조회 4,368 |추천 3

[긴글]

 

취준생과 연애하고 헤어져 본 경험 있으신 분 있나요.

제목 그대로 저는 취준생인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제가 고등학교때 친구였던 애랑 헤어지고 너무 힘들어했는데 그걸 안쓰럽게 여긴 친구가 소개팅을 해줬어요. 그게 제가 대학교 2학년 때였죠. 그 당시 남자친구는 군대 다녀와서 복학하고 3학년 이었어요. 그러니까 그 남자가 3살 많아요.

 

첫눈에 반했었어요. 쌍꺼풀 없이 담백한데 호수처럼 깊었던 그 사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 사람은 절 만나자 마자 알았대요 ㅋㅋ 쟤가 날 좋아하는구나.. 라는걸. 넘사스럽죠? 

 

저는 애교도 부릴줄 모르고  무뚝뚝해서, 아마  답답했을 거에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되게 호감을 가졌었는데, 그 다음에 만나고 나더니 그 남자가  아닌것 같다고, 연락하지 말자고 했어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비록 처음 만났어도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강렬한 제 마음때문에 그 남자의 말이 참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슬펐어요. 다시 연락하고 싶었는데, 주변에 친구들이 모두 말렸어요. 소개팅이 으레 다 그런거고 너 그 상황에서 연락하면 진짜 우스운 사람 될 거라고.. 그래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어딘가 외롭고 공허해보이던, 그렇지만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던 그 사람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그래서 어차피 안될거면, 이러나 저러나 안될거면 연락은 해보자 하는 마음에 연락을 했다가. 그렇게 3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함께하게 된거였어요.

 

서로가 대학생이었을때는 서로를 사랑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어요. 사소한 다툼은 자주 있었지만 만나면 다 해결되곤했죠. 함께 했던 시간도 참 많았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를 만나서 각자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듣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화를 내 주기도 하고, 서로 공유한 시간표를 보면서 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시침 뚝 떼고 앉아있기도 하고(다른학교에요ㅎㅎ). 과제에 지친 그 사람에게 야심한 밤에 몰래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나타나기도 하고. 등을 돌리면 벽과 부딪히는 그런 작은 공간에서 소꿉장난하듯이, 그렇게 많은 추억을 쌓았죠.

 

서로 많이 좋아했어요. 연인들 누구나 다 그렇겠죠. 그런데 남자친구가 졸업을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우선은 그 사람부터 많이 힘들어졌어요. 저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마음이었겠죠. 그 사람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지침과 우울함으로 미뤄짐작했을 뿐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진심을 다해 이해해보려고 하긴 했을까,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어요. 만약에 그랬었더라면, 적어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섭섭함은 덜 쌓였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의 상황을 통해서 간신히 현실을 비춰볼 수 있었어요.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을. 그건 너무도 각박해보였어요. 처음엔 그런 세상이 미웠어요. 왜 이렇게 그 사람을 힘들게 몰아넣는지. 그런데 이 상황이 길어질수록. 제 마음도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남자친구가 졸업하고 취업에 뛰어들었던 첫 1년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그 때는 그래도 각자 할 일 하면서 1주일에 한 두번쯤은 꼭 만났으니까요. (만나서 같이 공부한 날이 많아요.. 그러면서 데이트할 정신은 있었냐고 돌던지지 마세요 ㅜㅜ..)

 

그런데 그 한 해가 지나고 올해 들어서 정말 급경사진 도로 위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에 어쩔 수 없이 올라탄 것 마냥. 정말 그렇게 힘들어졌어요. 마음이 조급해진 남자친구는 자소서와 인적성시험 준비하는 것도 벅찰텐데 자격증 공부에까지 매달리기 시작했어요. 만나는 빈도는 한달에 두번 남짓이 됐어요. 같이 만나서 공부했었다며, 지금도 그랬으면 더 만날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시겠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져있었어요. 우선 남자친구가 어딘가로 이동할 만한 시간적, 심적 여유가 전혀 없었고, 저는 부전공, 연계전공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서로를 만나래야 만날 수가 없게 된 거죠.  

 

상황은 악화됐고, 소통은 줄어들었어요. 전쟁터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사람한테, 저의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우울함이나 속상한 일을 말하는 일도 점점 하지 않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내 일상속에서 작아져가는 그 사람의 존재감에 대해서 알았을 때 마음이 많이 괴로웠어요. 지금 그 사람에게는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일텐데 그러지말자, 그러지말자, 내색하지말자, 내가 내색하면 그 사람에게 더 큰 짐을 지우게 될거다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사소한 일에도 참을 수 없이 서운한 마음이 들고 그걸 감추기가 힘들었어요.

 

분명 내 일상은 그 사람의 일상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도, 그 사람과 만나기로 한 날 그 사람이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제가 생각 할때 너무 느리게 연락이 오면 그게 그렇게 섭섭했어요.

우리 얼마만에 만나는건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은걸까. 나 빨리 만나러 오고싶다는 생각이 안드나. 뭐 이런생각들 있잖아요. 근데 그걸 지혜롭게 표현할 줄을 몰라서 미련하게 꽁꽁 안고 있었는데. 그걸 감당할 그릇은 못되는 밴댕이 소갈딱지라 불쑥 짜증을 내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은 그럴 때마다 정말 당황스러워했죠. 기분 나빠하고. 나 정말 할거 많은데. 너 만나는 날을 위해서 보통 때보다 더 무리해서 해야할 일을 다 해놓고 시간 겨우 비우는건데. 내가 뭘 잘못한게 있어서 나한테 이렇게 짜증을 내는거냐.

 

전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면 더 큰 자책감에 빠졌어요. 난 너무 속이 좁아. 왜 그걸 못 참았지? 남자친구는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내가 조금 답답한거 그거 왜 못견뎌서. 악순환이었어요. 근데 그런 제 자신이 더 참을 수가 없는건. 자책을 할 때는 그 때 뿐이라는 거였어요. 저는 매순간 자책을 할 줄만 알았지 막상 그런 상황이 또 닥치면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어요.

 

진짜 유치하고 어린애 같지만, 남자친구 니가 힘든거 알겠는데, 내가 힘든거 아무것도 아니라는거 알겠는데, 나 그래도 내 이런마음 조금이라도 헤아려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었어요. 그런 저의 모습에 남자친구는 마음이 조금씩 닫혀가고 있었나봐요.

 

서로에게 지친 마음을 숨기는. 그게 일상으로 굳어진. 햇살은 따갑고 공기는 매캐해서 짜증스러웠던 그 날, 저는 아르바이트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그 때,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면접에서 또 그렇게 됐다고. 나는 인상이 별로인가 보다고. 이 상황이 희망고문하는 것만 같다고.

그 말을 듣는 제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괴로웠는데, 입에서는 엉뚱한 말이 튀어나갔어요. 그 내용은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평소에 그 사람에게 품고있던 불만을 그 사람이 면접에서 탈락한 이유로 갖다대며 지적한거였어요. 

 

오빠 평소 모습은 되게 소탈하고 참 좋아보이는데 앞머리에 젤 바르고 2:8 가르마를 하면 너무 회사원같은 인상을 풍기니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머리에 젤 바르고 오는거 아니라면 한 번쯤은 머리에 젤 안바르고 가면 안되겠냐고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냐고 (진짜 웃기죠 제가 뭘 안다고), 그리고 오빠는 부모님 말씀도 귀담아 듣지 않잖아,

 

그게 그 사람의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가 됐어요. 입장바꿔놓고 내가 만약에 대회를 나가서 연이어 탈락하고, 그 쓰디 쓴 결과 앞에서 좌절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니 연주하는 폼이 바보멍텅구리 같아서 떨어진거야' 라고 말한다면, 저라도 너무 자존심상하고 그 사람이 미울것같아요.

(제 전공은 피아노에요. 혹시 예시가 뜬금없다고 생각하실까봐..)

 

그 때 이후로 그 사람은 정말로 눈에 띄게 저를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런 말을 내뱉은 저 자신을 끊임없이 저주하고 후회했지만 더 이상은 내가 그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시킬 수 없다는걸 알았어요. 그래서 받아들이겠다고,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하니까, 그래 그만하자, 하더라구요.

 

남자친구는 카톡으로 그렇게 이별을 고한 자기 자신이 괴로웠었나봐요. 헤어지자고 한지 이틀 뒤에 미안하다고 카톡이 오더라구요. 저는 그 사람이 자기를 자책하는게 너무 싫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최소한 나 때문에 일어난 일로 그 사람이 자책하지 않길 바랐고, 그래서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먼저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해놓고 막상 도저히 만날 시간이 나질않았어요. 변명같다는 거 다 알아요. 맞아요 변명일 수도 있어요. 만약 만나서, 진짜 이별을 실감하게 되는 그 순간 어떻게 감당해야할까 솔직히 두려웠어요. 그래서 기말고사가 다 끝나면, 그 때 만나자고 했어요. 그런데 이미 그 사람의 마음이 많이 닫힌것 같아서. 만나는 일이 그 사람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구태여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는게 서로에게 좋겠다, 그래서 연락하지 않았는데.

 

카톡이 왔어요. 시험 다 끝났냐고. 그렇다고. 2주만에 먼저 온 그 연락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저는 전화를 걸었어요. 그런데 어색한 침묵만 몇 분씩 이어졌죠. 그 사람 원래 본인이 말 하기 싫을 때 연락 안받거나 끊어버리는 사람인데. 하고싶은 말이 있구나, 내가 보고싶었던 걸까 온갖 생각과 기대를 하게됐죠. 그래서 용기내서 말했어요. 나는 오빠가 보고싶었다고. 그런데 오빠는 나한테 보고싶은 마음, 궁금한거 없었냐고 물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참 냉정하게 '응 없었어' 라고 대답하더라구요. 그 사람의 냉랭한 말에 참 제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어요. 울었어요. 그냥 서러워서. 오빠 마음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왜 연락한거였냐고, 좋은 이별같은게 어디있냐고, 오빠 마음 편하자고, 나한테 확인사살 시키려고, 그래서 연락한거였냐고 울면서 말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그 사람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나 니가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이제 잘 지내라고, 지금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 질거라고, 이제 다시는 우리 연락하지 말자고, 그렇게 말했어요. 그 사람의 마지막 말이 저는 너무 두려웠어요. 아니야, 잠깐만, 나 사실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 따로 있었어, 끊지말아줘, 다급하게 말했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어요.

 

저는 너무 괴로웠어요. 이 사람의 진짜 마음이 뭐였을까. 지난 해에도 이렇게 나 다시는 찾아오지말라고 말했던 그 사람, 막상 찾아가서 화해하고보니 자신을 찾아와주지 않아서 반대로 말한거였다던, 그런 아이같은 모습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혹여나 이번에도 그랬던건 아닐까. 왜 먼저 연락했을까. 연락을 받지도 않던 그 사람이 왜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전화기를 붙들고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랬던걸까. 궁금해서 미칠것만 같았어요. 내가 그 사람에게 입힌 상처, 나로는 더 회복 불가능한 그 상처때문에 이번만큼은 정말 끝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래서 확실한 마침표를 찍고싶은 욕심에 연락한거였을거야 라는 생각과, 아니야 이번에도 반대로 말한 것일지도 몰라,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하는. 그렇게 믿고싶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저는 그 사람이 언제 일어나고, 언제 밥을 먹고, 언제쯤 집을 나서서, 어디로 가는지 패턴을 알아요. 그래서 찾아갔어요. 어차피 연락해도 안받아줄거니까.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해보자. 그 사람이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을 카페에 들어갔어요. 카페를 둘러보니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절망하려던 찰나에 낯익은 책가방이 눈에 띄었어요. 그 사람은 기둥 뒤,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기뻤어요. 너무 보고싶었으니까.

 

왜 왔어, 하고싶은 말이 뭔데, 차가운 눈빛과 말투로 그 사람은 내게 물었어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동요하지 말자 받아들이자 수도없이 다짐했건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겉잡을 수 없이 서글퍼졌어요. 오빠는 너무 잔인해.

 

그랬더니 오빠는 너도 내게 잔인했어. 나 그날 너 말 들은 이후로 많이 힘들었어. 면접 갈 때마다 너가 한 말이 생각나서.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 우리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이렇게 힘든데. 우리는 서로 안맞는 것 같아. 그동안 만나왔으니까 앞으로도 만나야겠다는 건 싫어. 나 더 이상 너한테 마음 없어. 그래서 지금 같이 있는 것도 솔직히 불편해. 그리고 나 정말 해야할 것 많아. 앞으로 다시는 나 찾아오지마.

 

면접장에서도 제가 한 말을 떠올리며 괴로워했을 남자친구를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러면서도 이번에 보는 오빠의 얼굴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더라구요. 바쁜 사람, 자기한테 상처만 준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랑 씨름하느라 시간 허비하게 만들면 안되는데 알면서도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고 그 사람의 옷자락을 놓는 일은 죽기보다 싫었어요. 그 사람은 역까지 저를 끌고가다시피 해서 억지로 저를 보내려고 했어요. 가야돼. 가야돼. 이 사람한테 정말 미안하다면 나는 가야돼. 끊임없이 되뇌이면서도 나오는 말은 나 혼자 집에 어떻게 가. 오빠 어떻게 잊어. 오빠는 우리가 좋아했던 마음이랑 시간들 이미 다 잊었어? 나 어떡해. 철부지 어린애처럼 떼 쓰듯이 매달렸는데. 얼마나 싫었겠어요. 본인도 마음은 아프겠지만 할 일이 태산같은데, 시간은 가고. 

 

그 사람은 제게 그런 사람이었어요. 제 모든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인정할 정도로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사람. 내가 전에 받아본적 없던 사랑을 퍼부어준 사람. 어떤 상황이든 상관 없이 내가 속상해하면 일단 내 편부터 들어주는 사람. 난생 처음으로 화장품가게에서 종업원에게 내 피부색깔을 설명하고 일일히 손등에 묻혀가며 골라온거라며 자몽색 립스틱을 내미는 사람. 피아노 실기 시험에 대한 염려로 온 불면증 때문에 힘들어하던 나에게 힘들게 알바해서 번 돈으로 매트리스를 사서 보내주던 사람. 내가 하루종일 피아노 연습실에 박혀서 피아노와 씨름하는 동안 잠시라도 떨어져있기 싫다고 책상을 끌고와 옆에 앉아서 공부하던 사람. 마냥 설레하며 예매했던 월디페 티켓을 내 말 한마디에 그래 그러자 하고 서운한 내색 없이 취소하던 사람, 예쁘지도 않은 날 여신이라고 불러주며 예뻐해주던 사람.

 

나 정말로 하고픈 말이 있었어. 나, 정말 무뚝뚝하고 투박한 사람이었는데 오빠 만나서 사람답게 될 수 있었어. 나는 그게 늘 오빠한테 고마웠어. 나에겐 오빠가 이렇게 남았는데, 오빠에게 남은 내 모습은 상처준 사람 뿐인 것 같아 그게 제일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니가 나한테 그렇게 고맙고 미안하면. 그게 진심이라면, 나 마지막까지 너무 괴롭지않을 수 있게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게 해달라고.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라고. 내가 다 잊은 것처럼 너도 다 잊을수 있을거라고.

 

그 때 그 사람의 손을 놓았어요. 서로 헤어질 때마다 몇 번이나 돌아보던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갔어요. 그건 당연한거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톡이 왔어요. 우리가 이렇게 된거 다 내가 못난놈이라서 그런거라고. 상황 때문에 그런거니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고. 오늘 니가 흘린 눈물, 니가 느낀 아픔 다 잊을 수 있게 행복해지길 정말 간절하게 기도한다고. 그 사람의 문자에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오빠 아프게 한 나같은거 잊고 더 이상 아프지 말라고,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게 오빠를 버겁게하는거라면 덜어내보겠다고, 나도 오빠가 행복해지길 기도하겠다고, 그렇게 끝이 났어요.

 

처음부터 제 욕심때문에 그 사람을 우리의 관계로 끌어들였는데 결국 상처만 입히고 떠나보낸 것 같아 정말 괴롭고 미칠것만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 사람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니까. 때로는 자책하는게 힘들어서 상황만 이렇게 나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상황 탓을 하고 원망도 해 보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와요. 모든건 다 나 때문이야 라고.

 

'남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 , '남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을 때 재결합 가능성' 따위를 마음졸여가며 검색하는 제 자신이 너무 우스워요. 진짜 찌질하죠? 그러다가 여기 판에 오게된거고 헤어진 다음날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댓글들 읽어가며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들 많구나, 위로를 얻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풀어놓고 싶었어요.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이건간에, 헤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그냥 힘들어서.

 

주절주절 참 말이 많았죠. 이런 글 왠지 읽어줄 사람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썼는데. 여기까지 함께 와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 드리고, 그리고 우리, 이별을 고한 사람, 통보를 받은 사람,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사람 모두들 다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자기변명에 가득찬, 끝까지 이기심을 내려놓지 못한 이 글을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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