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감은 부친의 관직이 낮고 집안이 한미해 수녀간택에서 뽑힌 후 일개 답응으로 책봉됐어요.그녀는 그래도 후궁이 되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고 기뻤답니다.한편으로는 떨리고 두려웠어요.황궁에 가면 황제를 모시는 일이 메인이지만 그 안은 여자들의 세계니까요.그곳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요.밀감은 세라라는 동년배의 시녀 하나만을 데리고 입궁했습니다.으리으리한 자금성에 도착해 함복궁을 배정받으니 궁녀 하나가 왔어요.궁녀는 자신을 홍댕이라고 소개하곤 처소로 들어가 침상을 정리했어요.밀감은 홍댕에게 셋이 함께 잘 지내보자고 하였습니다.
밀 답응은 꽤나 총애를 받았어요.아무도 그녀를 눈여겨보지 않았건만 삼십대 후반의 황제 오야붕은 밀감이 귀엽고 재치가 있다며 아꼈답니다.그녀는 자기가 복이 많다고 믿었어요.입궁한 지 1년이 지나 밀감의 생일이 되자 오야붕은 그녀를 상재로 올려 주었어요.밀감은 예쁘장하고 귀여운 편이었지만 사가에서 온 시녀 세라는 성숙하고 말하는 것도 똑부러졌어요.그런 만큼 세라는 노비답지 않게 자의식이 강한 편이었어요.그러다 그녀는 자신을 눈여겨본 술취한 오야붕의 총애를 받게 되었어요.슬슬 밀감에게 질리고 세라에게 마음이 동했던 그는 세라더러 너를 관여자로 만들어 줄 거라고 속삭였어요.
다음날 함복궁은 난리가 났어요.오야붕은 미안한 마음에 밀감을 귀인으로 올렸지만 그녀의 분노는 식지 않았어요.한창 총애받고 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오래 본 자신의 측근시녀라니요.세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꿇어 앉았습니다.그녀의 복장은 시녀의 옷이 아나 후궁들이 입는 비단옷이었어요.밀감은 관여자가 된거냐며 웃음을 터뜨렸지요.세라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밀감은 안 믿었어요.홍댕만이 발을 동동 구르며 둘을 중재했습니다.그날 밤,세라한테 가기로 했던 오야붕이 함복궁을 찾았어요.
밀감: 세라는요?
오야붕: 세라가 곱다 한들 너만큼 곱겠느냐.
밀감: 그러셔도 소용없어요.신첩의 시녀를 취하시다니요.
오야붕: 너만큼은 총애하지 않을 것이다,짐을 못 믿어?세라는 어차피 네 시녀잖아.
밀감: 그녀가 원했나요?
오야붕: ..밀귀인,둘은 자매같은 사이라지 않았느냐.어릴적부터 너를 모셨고.
밀감: 맞습니다.
그녀는 그래서 충격이 크다는 말을 삼켰어요.계속 고집 부리면 황제도 화가 날 테고 그럼 그녀만 손해였죠.그녀는 세라가 잘 되는 꼴을 볼 수 없었어요.밀감은 엷은 미소를 띠고 그럼 자기가 회임할테니 자길 빈으로 올려달라고 했어요.그녀가 좀 풀어진거 같자 그가 웃었어요.그러나 그가 나가자 그녀의 표정은 곧바로 굳어졌답니다.그녀가 또다시 울까 봐,홍댕은 버섯탕을 들이밀며 화제를전환했습니다.
세라: 어젯밤은 왜 안 오셨습니까?밀 귀인께 가셨었죠?
오야붕: 꽤 총명하구나.
세라: 모를 리가요.
오야붕: 종수궁은 불편하지 않고?양심전과 좀 멀지 않느냐?네가 원한다면 바꿔주겠다.
세라: 괜찮습니다,뭐든지 다 좋아요.
오야붕: 이제야 조금 웃는군.너는 어찌 그리 안 웃지?
세라: 다른 언니들이 잘 웃으시니 신첩은 차가워 보이세요?
오야붕: 그런게 아니다.사실..짐은 너같은 아이를 처음 봐.이제껏 이런 여자는 없었어.네가 처음이야.
세라: 칭찬이시죠?..사실 신첩은 폐하로 인해 삶의 행복을 알고 진짜 제가 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그러니 가시면 안됩니다.
오야붕: 무슨 소리냐,널 두고 짐이 어딜 가겠어?
세라: 제 주인을 아끼셨던 것처럼,지금 저를 아끼시는 것처럼 다른 여자에게도 그러실까 봐요.(기댄다)폐하는 제가 특별하다지만 정말일까요?
오야붕: (마주 안는다)곧 널 정식후궁으로 만드마.그럼 네가 조금은 편안해지려나 모르겠구나.
세라: 그런 게 아니에요.신첩은 지위는 중요치 않아요.
오야붕: 네가 원하는 짐의 사랑을 마음껏 주겠다!
실제로 청나라의 오야붕 황제가 가장 사랑한 여자는 관여자에서 답응,상재,귀인,빈까지 올라간 세라였다고 합니다.그녀는 평생토록 전 주인 희비 밀감과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체빈으로서 나름 영화를 누리고 사랑받으며 살다갔지요.그녀가 죽자 오야붕은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과 슬픔을 겪었으며 체빈과의 사이에 자식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애달파 했습니다.세라는 사후에 체안비로 추존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