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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ㅇㅇ |2017.07.07 01:15
조회 653 |추천 0
저는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어머니한테 체벌도 엄청나게 많이 받은 첫째였어요. 어느정도였냐고 하면,  빗자루든 파리채든 먼지떨이든 손에 잡히는대로 들고 때리다가 부러지면 또 다른 것 찾아서 때리니까 온 몸에 뱀이 휘감은 것 같은 피멍이 들 정도였어요. 아버지가 현관벽 구석에 아버지 회사 직통번호를 적어놓고 어머니가 화내기 시작하면 바로 전화하라고 하셨을 정도로요.

맞는 이유는 말대답해서, 퉁퉁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동생이랑 싸워서, 뭔가를 깨뜨려서... 절대로 도벽이 있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아니었어요. 정의감이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그런 성격 때문에 죽어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못하겠는거에요. 제 기준으로는 제가 한 행동이 야단을 맞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두들겨 맞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입을 꼭 다물고 한 대도 안피하고 다 맞았어요. 잘못했다고 빌기보단 맞기를 택한 거 같아요. 어머니 기운이 빠질 때까지. 어머니는 그때 제가 전생에 독립운동을 했었나 하셨대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어머니도 여러가지 트라우마와 알콜중독증이 있었던 경찰서장 외할아버지 아래 자라셔서 그런 체벌을 해서라도 기를 꺾어 놓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신거에요.  한번도 기를 꺾는데 성공한 적은 없으시지만요.

저는 어머니를 이해해요. 어머니가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영혼에 새겨진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군요. 엄마가 되어서 두 아들을 키우면서 그게 더 곪더라고요. 제가 사는 곳은 체벌이 엄격히 금지되는 곳이고 저도 절대 아이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키우는데, 일년에 한 두번 저도 모르게 아이의 등을 후려치거나 분노로 손목을 휘어잡을 때가 있어요. 주로 안전에 관련된 문제일 때가 많은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고 분노에 가까운 감정으로 아이를 때린 거에요. 그러면서 겁에 질린 아이의 눈을 보면 자제할 수 없는 스스로에 더 화가 나요. 이건 깊숙하게 새겨진 체벌의 대물림이다... 이걸 내 대에서 끊겠다 수도 없이 다짐해보지만 일 년에 한 두 번은 여지없이 자기혐오에 빠지고 그럴때면 어렸을때 저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체벌해서 체벌을 습관으로 새겨놓은 어머니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저는 체벌이 아니라도 다른종류의 벌로 충분히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 제가 때리는 건 제대로 된 체벌은 아닐테니까 제외하고 ) 실제로 제 두 아들은 반듯한 아이들이란 평가를 많이 받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아이들에게 손을 대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저는 공부도 잘했고 원만한 결혼 생활과 경제생활도 하고 있고 똑똑하고 착한 아들들도 있어서 객관적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거에요 . 그런데 가슴 속에는 지워지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비감, 억울함 같은게 있어요. 그게 어린 시절에 겪은 체벌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관련이 있는 것을 확실합니다.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이 많다는 것도 알고 그런 분들 중 대부분은 감정과 분리를 해서 체벌을 행하는 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중 일부는 감정처리를 매끄럽게 할 수 없을 수도 있잖아요. 저처럼요. 그럼 그 분들의 자녀들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자라날까요? 그런 아이들은 체벌을 폭력으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체벌이 제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분이 쓰신 체벌에 대한 글에 누군가가 쓴 댓글을 보고 생각이 많아져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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