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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해서 가기 싫은 시댁, 배부른 소리

깔끔이 |2004.01.27 02:52
조회 2,650 |추천 0

작년에 결혼하고

이번 설에 첫 명절을 보냈죠.

저희 둘 다 고향은 대구

신혼집은 서울

신랑 직장은 서울

제 직장은 대구라

친정인 대구에서 직장 다니면서

주말부부로 보내고 있어요.

제 일이 출근 반 재택 반이 가능해서 제가 주로 서울로 올라가는데

가끔 신랑이 대구 내려올 때도 있죠.

그런데 신랑이 대구에 와도 반갑지가 않은 건

저랑 보낼 시간도 모자라는데

그 짧은 시간에 대구 시댁에 가야한다는 것

시댁어른이 나쁘신 건 아니지만

시댁 문화가 너무 익숙치 않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편하지가 않네요.

다시 명절 얘기로 돌아오면

시댁이 제사 대신 예배를 보기 때문에

그리고 가족 친지도 적어서 음식 준비 간단하게 하면 됩니다.

시댁 가면 어머님이 거의 다 준비해놓으시구요.

전혀 아무런 부담을 안 주십니다.

이곳 게시판의 다른 분들 비하면 참 팔자 편한 며느리겠죠.

그런데~~~ 시댁이 시골이라 어찌나 지저분한지

친정 엄만 상당히 깔끔한 분이시라 너무 대조적이고 그 차이에 힘이 드네요.

시골집이란 게 다 지저분하겠지만

이건 도를 지나쳐

안방 한가운데 늘 이불이랑 요가 펴져 있죠.

설 음식을 준비하려면 안방에서 전기 프라이펜에 전을 구워야하는데

제가 가니 그날도 여전히 이불히 펴져 있더군요

대충 이불을 한쪽으로 옮겼는데

방바닥은 어찌나 지저분한지, 이불 밑에 먼지가 말도 못하게 많아서...

세수하고 수건 한 장 쓰려해도

빨았다는 수건이 어찌나 지저분한지 이상한 것들이 잔뜩 붙어 있고

처음엔 그냥 화장지로 대충 닦다가

이제는 시댁 갈 때면 집에서 수건 싸갖고 갑니다.

그리고 작은 방은 방 전체가 빨래더미입니다.

빨래해서 마른 옷을 개놓지도 않고

그냥 쌓아두고 찾아 입으시는 시어른들

물론 농사일 짓느라 바쁘다는 거 알지만

정말 적응이 안 되네요.

냉장고는 어찌나 지저분한지 손잡이조차 손 대기가 싫구요

한날은 쇠고기국 끓이는 데 넣을 무를 씻고 있으니까

어머님 왈

"뭐 그래 깨끗하게 씻노? 마 흙도 좀 먹고 해도 끓이면 괜찮다"

그래서 어차피 무 껍질 벗길거다 싶어 대충 씻어

껍질을 벗겨 놓으니까...

국에는 무 껍질이 들어가야 시원하다며

깍아놓은 껍질을 냄비 속에 그냥 넣어버리더라구요.

으악~~~

설 다음날엔 오랜만에 시골 분들 영화 보여드린다고 했는데

아버님은 자다가 새집 지은 머리로 그대로 나오시고

영화 보여 드리고 갈비 먹으러 갔더니

어머님은 상추랑 같이 나온 풋고추 세개 남았다고 가방에 싸 오시고

저번에는 친척 아이 돌잔치 뷔페에서 식탁에 남은 소주를 죄다 가방에 넣고

신랑한테 비닐 얻어 달라고 해서 뷔페 음식 접시에 담아와 비닐에 싸서는 챙기시는 분

그리고 늘 돈돈돈...

바쁘고 없이 사시느라 그렇다는 거 이해하려고 하지만...

아무튼 지저분하고 없는 티 너무 내니 좀 힘들더라구요.

친정 분위기랑 너무 달라서...

며느리를 특별히 예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히 미워하거나 힘들 게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싫어지네요.

게다가 제가 맏며느리라 나중에 모셔야할지도 모르는데...어떡하죠.

제가 정말 철없고 못된 며느리인가봐요.

아무런 부담도 안 주시는 시댁인데도 가기가 싫네요

어떻게 보면 별 것도 아닌 거

배부른 하소연 좀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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