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와 무월은 강호의 청춘 남녀였다.둘은 서로를 아꼈고 혼인 약속까지 하였다.동갑의 두 사람은 잘 어울렸고 주변에서도 선남선녀라고 치켜세웠다.그러나 열아홉 당돌한 무월의 부친은 관직에 있었고,황궁에 갈 기회가 되자 무월은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황제 갈비에 대한 동경과 궁궐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소한 일로 그레이와 다툰 무월은 아버지를 졸라 재인으로 입궁하는 데 성공했다.그녀의 생각은 그레이와 혼인하면 소박하고 평안하겠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가질 수 없으며 평생 강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배신당한 그레이는 충격이 컸고 몇 달간 그녀를 찾겠다며 발광했다.허나 점차 냉정을 되찾은 그는 마음속에 남아있는 무월의 그림자를 지워 나가려 애썼다.
무재인이 된 무월은 사소한 죄에 휘말려 액정에 갇히는 등 수난을 겪었다.나름대로 순수했었지만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달렸기에 무월은 생각을 고쳐먹었다.일반 궁녀로까지 떨어진 그녀는 다시 재인으로 복귀한 뒤에 우연을가장해 황제와 마주쳤다.어여쁜 꽃을 들고 그와 부딪친 무월은 말 그대로 선녀하범이었다.그녀는 송구하다며 무릎을 꿇었고 마흔의 황제 갈비는 한눈에 반해 승은을 입혔다.그녀는 한 달 후 첩여로 승진해 후궁의 떠오르는 루키가 되었다.
무월이 수작부린다고 생각한 소원 마일리는 그녀를 견제하며 갈비의 총애를 되찾으려 노력했다.허나 그녀에 대한 성총은 꽤 두터웠고 무월도 이를 알고 마일리를 도발하기까지 했다.무월은 황자를 낳고 끝내 그녀를 넘어선 소의에 책봉됐다.허나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월은 기꺼이 손을 더럽혀야 했다.대신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를 들키자 죄없는 어린 궁녀를 없애 버렸다.후궁들과 손잡고 황후를 모함해 연금시키는가 하면 새로 총애받는 후궁에게 불임 팔찌를 주기도 했다.그녀 자신은 갈비를 사랑해서라며 합리화했지만 사실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그렇게 그녀는 현비가 되었다.소용에 오른 마일리는 어느새 공주의 어미가 되었다.두 사람은 서로 거슬려하며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마일리: 설첩여가 총애를 받는데 회임을 못하네요.마마는 복이 많아 4황자를 낳으셨는데 말이에요.
무월: 자네도 리엔 공주를 낳았잖아?공주라고는 하지만 폐하께서 아끼시잖아.설첩여도 곧 낳게 되겠지.
마일리: 그건 설첩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무월: 맞아.하늘의 복을 받은 사람만이 황자를 낳을 수 있지.
마일리: 아마 황궁에서 현비마마가 제일 복이 많으실 겁니다.스스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원하는 걸 얻어 내셨잖아요?마마는 복을 만드시는 거예요.
무월: 그것도 다 사람의 능력이라네.시기하고 떠들어 대기만 하면 결국 그 자리일 뿐이야.
마일리: 마마의 복이 오래가길 빌겠습니다.
무월과 마일리는 웃으며 칼질했다.한편 무현비에게 당했던 어린 황후 헤베는 심기일전하여 후궁들과 연합해 그녀의 죄를 까발렸다.황후궁 문안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헤베는 그녀의 총애가 좀 식었음을 느끼고 폐하를 불러오라며 포스를 마구 뿜었다.스무 살도 안된,그래서 만만하게 여겼던 황후에게 당한 무월은 당황했다.그렇게 그녀의 모든 죄가 밝혀지고 분기탱천한 갈비는 뺨을 때렸다.무월은 옛정과 어린 황자 통이를 언급하며 매달렸지만 옆에서 마일리가 저런 어미는 도움이 안된다고 해서 갈비가 가차없이 냉궁에 보내 버렸다.
헤베의 복수에 크게 일조한 후궁 마일리는 이미 무월의 과거까지 다 알고 강호의 대협이 된 그레이에게 어그로를 끌었다.그는 오랜만에 보는 무월에게 애증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죽을 것 같으면 구해주려는 심산으로 냉궁에 잠입했다.그의 무공 실력은 뛰어나 그가 왔다는 걸 황궁 사람들은 몰랐다.냉궁 근처 숲에서 시녀도 없이 마일리가 서 있었다..
마일리: 왔군요.
그레이: 소용께서 무현비를 끌어내린 일등 공신이시죠?
마일리: 네.대협은 강호인이신데 황궁의 일을 잘 아네요.
그레이: 현비는 죽습니까?
마일리: 황자를 낳은 공이 있고 또 알다시피 폐하께서 좀 총애하셨어요?내가 보기에 폐하께서 일생동안 가장 아낀 여자예요.죽이진 않으실 것 같아요.
그레이: ..
그레이는 차디찬 냉궁 안의 무월을 슬쩍 들여다보았다.지금까지와는 다른 낯선 환경에 그녀는 떨고 있었다.입술에는 핏기가 가셨고 눈엔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별안간 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시위를 부르며 통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 소리쳤다.허나 시위들은 보이지 않았고 살길이 없음을 짐작한 그녀는 창가에서 달빛을 쐬었다.그때..
무월: 누구냐?누구시죠?당신?
그레이: ..
무월: 그레이!당신 맞죠?여기 어떻게...나를 도우려고 온 거예요?누가 당신을 데리고 왔어요?
그레이: 오랜만이오.난 당신이 잘 살 줄 알았소.
무월: 나도요.허나 나 이제는 좀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폐하의 총애나 부귀영화,권세 같은 것도 필요 없어요.나를 데리고 떠나줘요.
그레이: ..
무월: 내가 몹쓸 짓을 했다는 건 알아요,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그동안 나는 그때를 그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녜요.모든 걸 버릴 테니까,날 꺼내줘요.부탁이에요.
그레이: 당신은 당신밖에 모르던 날 버렸고,이곳에 와서도 죄인이 되었는데 어떻게 당신을 구해.
무월: 네..?할 수 있잖아요.나는 당신의 여자예요.우리 백년가약을 맺은 사이에요.
그레이: 그 백년가약을 깨뜨린 건 무월,당신이오.(가버리려한다)
무월: 안 돼!거기 서요!
그레이: 나는 이미 혼인을 약속한 여인이 있소.그녀는 당신과 다르오.절망에 빠졌던 날 구원해 주었소.
무월: 그래서..?그래서요?
그레이: 여기서 죗값을 치르시오.그게 아들을 위한 길이니.
무월: 닥쳐!너도 밖에 있는 그 년놈들과 다를 게 뭐냐.저 늙은 황제나 여우같은 계집들과 한패지?나를 약올리려 온 거냐!내가 여기서 나가야 통이를 위한 길이다.너는 빨리 네 계집에게나 가 봐라!
그녀는 그렇게 울분에 차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녀에게 애증의 맘을 가졌던 그레이는 이순간 그녀가 애잔하고 미울 뿐이었다.무현비는 그가 사랑했던 순수한 소녀 월아가 아니었다.세파에 찌들고 궁정에 물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독한 후궁 여인이었다.그는 냉궁을 빠져나와서 마일리에게 사형만은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그녀는 무월과 당신이 함께 나가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말했다.그러자 그는 내가 그럴 생각이 없었다며 단호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