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 아직 애없는 부부입니다.
진짜 이인간이 이정도의 인간인 줄 알았다면 결혼 안하는건데. 하는 생각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사실 결혼 전에 조금 효자인걸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발등을 찍은 건,
효자가 나중에 처자식한테도 잘한다는 친정엄마의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효자는 악처를 낳는다ㅡ는 말이 훨씬 더 와닿아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쓰면 책 한 권이라도 나올 것 같아 오늘 일만 간단하게 쓰겠습니다.
중간중간 감정이 격해져서 표현이 과격해지더라도 양해바랍니다...
아침을 먹는데 대뜸 남편이 말하길
집안이 흥하려면 조상(살아있는 조상, 돌아가신 조상 포함)에게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웃긴건 얼마 전 시댁 제사에 다녀왔는데...
보통 제사나 명절 때 시댁가면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시어머니를 비롯한 작은어머님들은 부엌에서 열심히 각자맡은 음식을 합니다.
전 부치기담당, 그릇에 담기 담당, 나물 담당 등등..
여름엔 땀을 뻘뻘 흘리시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 사이 시아버지와 남편을 비롯한 남자들은 당연하게도 티비보며 쉬고 얘길 나눕니다.
저는 초반엔 욱!!!했지만 그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모든 게 당연한 이 상황에서
뉴페이스가 나서서 말을 하기엔 너무 이상한(=아무런 성과도 없이 나만 욕먹는) 분위기가 될 것 같고
또 왠지 저희 부모님 욕보이기 싫어서
뭐 도와드릴까요- 하며 부엌을 서성거리면
작은 어머님들은 너가 할 거 없다며 가서 앉아 있으라고 저를 등떠미시기에 바쁘고
정작 시어머니는 아무 말씀 안 하시다가...그릇 닦기나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십니다.
뭐 (앉으라고 등떠미는 작은 어머님들 덕분에) 시어머니도 대놓고 전부쳐라 뭐해라 하지는 못하시니 저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자잘한 거 합니다. 크게 하는 건 없지만 눈치보랴, 다 차린 음식 나르랴, 해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은 꽤 되지만 크게 태클 걸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뭐 엄청 많이 했다고 생색내려는 게 아니라
삼촌들이랑 웃고 얘기하다가 병풍 펴고 상 펴고 밤까고 정도의 일을 한 남편에 비해서는,
심지어 이건 내 집 제사가 아닌
남편 성씨집안 제사에 남편보다는 바쁘게 일 한 게
정상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편의 말이 우스워서 몇 마디 주고받다가 결국 싸웠어요.
말로만 하지말고 제사때 뭐 좀 하지 그랬냐,
했더니
했다네요^^
병풍 펴고 상 깔고 ㅋㅋㅋㅋ상이 얼마나 무거운데ㅡ하면서.
그러다 저보고는, 넌 뭘 그렇게 많이 했냐고 하더라구요?
내 조상 제사야??
했더니 할 말이 없는지 저더러 심보가 어쩌고저쩌고...
본인의 말은 그게 아닌데
"크게 봐야지" 라며, 저보고 본인은 그런 사소한것들을 말하는 게 아니래요.
소소하게 보지 말고 크게 봐야한대요.
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남편의 말도 안되는 사상을 어찌해야할까요.
진짜 정신차릴 수만 있다면 머리통을 쎄게 쳐버리고싶은 심정이예요.
남편은 저한테 또 결혼 전부터 이런 말을 했어요.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나이가 많이 드시고 하면 우리집에 모셔도 된다고..
그당시엔 감동을 받았죠.
그 뒤로도 몇 번 그런 얘길 들었는데 매번 말투가 굉장히 선심쓰는 듯? 생색내는 듯 말을 하더라구요.
반면 저는 남편 부모님에 대해서 그렇게 우리가 '모셔도 된다'고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대신,
나는 우리부모님도 그렇고 당신 부모님도 그렇고
같이 사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서로 불편한 일이다.
그치만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드셨을 땐
바로 옆집 내지는 위아랫집으로 가까이 사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시부모님 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한테도 해당되는 얘기였고 진심이었습니다.
(물론 아주 솔직히는 시부모님이랑은 가까이사는 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면 하는 하는 수 없이 그럴 의향은 있다-정도였죠..ㅎㅎ)
남편이 저리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건,
어차피 내 부모님을 모시게 되어도 모시는 '일'을 하는 건 제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 부모님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더욱 남편처럼 저렇게 쉽게 말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시부모님을 모시게 되어도 모시는'일'은
지금의 남편 성향으로 보아
남편보다는 제 몫이 될 확률이 훨씬 크니까요.
그런데 저보고,
본인은 나중에 우리부모님까지 모셔도 '된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나쁜사람 취급을 하더라구요.
저는 남편에게,
왜 우리 부모님을 모셔도 '된다'며 매번 그렇게 선심쓰는 투로 얘기하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선심이지!!하더군요.
어차피 당신에게 모시라고 할 일 없으니
그런 마음이라면 필요없다고 말하려는 걸 진짜 어렵게 참았어요.
남편에게,
당신처럼, 살아있는 조상, 돌아가신 조상에게 잘 할 생각만 한다고 해도
부부가 합심하지 못하면 집안은 절대 흥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더니
저보고 그런 말이 아닌데 왜 자기 말을 못알아 듣녜요..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랑 어떻게 합심을 할 수 있을지
제 앞날이 너무나도 캄캄하고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