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어째서 오미인만 총애하시는 겁니까!이제 신첩은 보이지도 않으세요?"
"부인,진정하세요.이러다 누가 듣겠습니다."
"들으라고 해라.난 겁 안 나."
설단은 마구 화를 내며 처소의 잡기들을 있는대로 집어던졌다.시녀 다현은 주인을 말리느라 애썼다.설 부인은 전한의 황제 윤광의 총비였는데,요새 윤광이 새로 들인 오마리라는 여인에게 사랑을 주며 미인으로 책봉하자 참지를 못한 것이다.다현이 주변을 수습하며 위로의 말을 날렸지만 그녀는 끝없는 우울에 빠졌다.그녀의 네 살바기 황자 승기는 뭣도 모른 채 뛰어놀았다.설단은 승기가 노는 걸 보면서 저 아이가 황제만 된다면 반드시 오마리를 끝내 버릴 거라 중얼거렸다.
오마리는 무희 출신이었다.윤광의 누이 게이공주의 무희들 중 그녀는 그닥 뛰어나지도 않고 특출난 미인도 아니었다.게이공주가 황제에게 보이고 싶었던 건 서역 출신의 미녀 까탈레나였다.헌데 그는 까탈레나보다 좀더 평범한 오마리한테 반해 승은을 입혔다.게이공주는 의아했지만 어쨌든 성공은 성공이었다.오마리는 미인이 되고 나서 전과는 다른 대우와 부를 획득했다.가난한 출신이었던 그녀는 당장에 황후도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그도 그럴 것이 3년 전 황후가 병으로 죽어 자리가 공석이었기 때문이다.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슬미인은 더 높이 날려면 황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마리: 황자요?공주는 안 되겠죠?
슬기: 공주도 좋지만 공주는 황제가 못 되잖아요.오미인,미인은 그저 여기에만 머무를 사람이 아니에요.지금의 설부인도 가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5황자를 낳고 부인이 된 거예요.
오마리: 요즘 설부인이 그렇게 나를 미워한다면서요?언젠가 내게 모략을 쓰면 어쩌죠.
슬기: 그러니 더더욱 황자를 낳아야죠.미인이 6황자를 낳는다면 설부인과 동급이 될 거고 그러면 싸울 힘을 갖게 돼요.
오마리: 알았어요.노력해볼게요.
슬기의 말을 들은 오마리는 자신과 친정의 영달,그리고 설단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태의를 들볶아 회임 처방까지 받았다.허나 계속된 윤광의 총애에도 회임은 자꾸만 늦어졌다.그녀는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한편 윤광은 계황후를 세우라는 대신들의 상소를 받았다.그들도 각자 미는 황후 후보가 있을 터.그는 지금까지 가장 총애했고 또 귀여운 아들 승기를 낳은 설단을 생각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국모감이 아니었다.허면 사부인..?사부인은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았다.아무래도 이 일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 듯했다.
오마리: 폐하,피곤하시죠?신첩이 승대보탕을 만들어왔어요.식기 전에 드세요.
윤광: 어려운 일이 너무 많구나.피곤해.
오마리: 신첩을 보시고 힘을 내세요.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윤광: 황후 책봉.
오마리: ..벌써 신하들이 그 일을 올리나요?너무 급한 문제 같은데요.
윤광: 황후는..그녀 대신 할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그녀야말로 모의천하지.
오마리: 돌아가신 황후께서 현숙하고 정 많으셨다는 건 신첩도 압니다.폐하,정말로 다른 분을 올릴 생각은 없으세요?후궁들 중 사부인이 가장 폐하를 오래 모셨잖아요.
윤광: 사부인은 몸이 너무 약해.황후는 건강해야 한다.건강하고 젊고..딱 너 아닌가?오미인,황후가 하고 싶으냐?
오마리: 화,황후라뇨!그런 말씀 마세요.
윤광: 그 자리를 마다하는 여자가 있을까.하하하.
오마리: 신첩은 지위는 상관없고 폐하의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윤광: 이러니 짐이 널 예뻐하지 않고 배기겠느냐.
오늘도 오미인이 황제의 처소에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렸다.설단도 요새 화두가 황후책봉 문제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 심란했다.혹시 오미인을..그러기엔 그녀는 아이도 없고 너무 어렸다.요새 설단은 황제의 마음을 알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래도 본인과 사부인,또는 3황자를 낳은 여첩여 중 하나가 황후가 될 것 같긴 했지만.다현이 수박을 잘라 줬는데도 그녀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화장을 하시겠냐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그때 승기가 들어왔다.설단은 아이를 보고서 황후가 돼야겠다는 소망을 더 키웠다.
윤광을 가장 오래 안 여인 사라멀린은 그보다 나이도 두살 많고 황자도 없었지만 그의 신뢰와 존중을 받고 죽은 황후 샤를로트가 남기고 간 무명 공주를 키웠다.윤광은 믿음으로만 따지면 사라멀린이 가장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다.다른 여인들처럼 교활하지 않고 우직한 여인.그녀에 대한 정은 가장 오래되었으나 황자가 없고 병약하다는 점이 역시 마음에 걸렸다.
황후는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