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에 대한 체리의 사랑은 깊고 깊었다.그녀는 레오에게 헌신하며 온갖 정을 주고 잘해줬다.그러나 그의 마음은 얻을 수가 없었다.체리는 당당한 한나라의 공주였지만,레오 앞에서는 연약한 여인일 뿐이었다.젊은 장군 레오는 무희였던 연아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첩으로 삼았다.체리는 분통이 터져 부황인 독발에게 말했지만 그는 사위와 첩의 관계를 묵인했다.모후 상여빙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딸이 안쓰러워 직접 레오와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그의 입장은 한결같았다.자신은 연아에게 진심이며 깊이 사랑하고,공주에게도 책임감을 느껴 결코 홀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상여빙은 그 말을 믿고 체리를 달래 돌려보냈다.
체리는 남편의 존중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그녀가 절실히 필요한 건 그의 사랑이었다.레오는 돌아와서 그녀의 손을 잡고 공주는 자신의 아내이니 잘할 거고 평안하고 화목하게 되도록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만족하진 못했지만 결국은 그녀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그날밤도 레오는 연아에게로 향하고...
체리: 아가페,물 좀 다오.
아가페: 목이 말라서 깨신 거예요?
체리: 아니.안 잤어.잠이 안 와.지금쯤 연아는 레오의 품에 안겨 있겠지...?
아가페: 그런 생각 말고 얼른 주무세요.피곤하시잖아요.그리고 부마께선 공주님께 화목한 부부로 지낼 것을 다짐하셨어요.
체리: 화목...?자신이 좀 굽힐 테니 그 계집을 괴롭히지 말란 소리지.얼마 전 봤는데 레오는 그 계집한테만 굉장히 다정했어.
아가페: 공주 .....
체리: 그가 보고 싶구나.
다음날,연아는 해맑게 연꽃을 따 들고 뛰다가 공주와 부딪쳤다.고개 숙여 사과하는데 체리는 표정을 굳히곤 아예 정색을 했다.무릎 꿇고 빌라는 것이었다.연아는 하는 수 없이 무릎을 꿇었지만 표정은 이미 기분이 팍 상해 있었다.아가페는 표정 관리 안 하냐며 고나리질했고 연아는 사죄는 드리지만 그리 큰 잘못은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체리: 참 대단하구나!아직 어려서 그리 방자한 건가?
연아: 아닙니다,신첩도 스무살이 넘었어요.
체리: 예법을 모르나 본데 본처에게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내가 서면,너도 서 있어라.내가 말하는데 끼어들어서도 안 되고.알아들었어?
연아: ....
아가페: 당장 대답하지 못해?
연아: 알겠습니다,공주님.
체리: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연아는 서러웠다.레오의 몸과 마음은 자기 곁에 있는데 공주고 정처랍시고 사소한 일로 갈구는 것 같아서였다.그래도 어디선가 체리와 레오의 사이가 안 좋아지면 자신에게도 나쁜 일이란 소릴 듣고 일을 키우지 않게 꾹꾹 참았다.늦은 밤이 되도록 레오를 기다렸지만 그는 오지 않았고 그녀의 서러움은 더 커졌다.끝내 그녀는 조정 일로 그가 늦게 귀가했고 공주의 처소로 갔단 소식을 들었다.연아가 슬프면 체리는 기뻤다.레오가 오랜만에 찾아오자 들뜬 그녀는 밥을 손수 챙기고 옷을 벗겨 주며 시중을 들었다.그는 직접 이런 거 하실 필요 없다며 만류했지만 그녀는 내가 하고싶어 그런거라고 막았다.
그날밤 둘은 동침을 했다.체리는 옆에서 가만히 누운 그의 얼굴을 보았다.참 멋지다.봐도봐도 그는 사내 중의 사내였다.이런 사내가 자신만을 바라봐주면 참 좋을 텐데...부족한 현실이 체리는 못내 아쉬웠다.내일이면 그녀에게로 가 버리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내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었다.
상록수는 부부가 평안하게 잘 지내는 거 같다며 웃었다.그러나 체리는 레오가 너무 자신을 깍듯하게 대한다며 부부관계가 아닌 군신관계 같다고 말했다.상록수는 그에게 위엄을 보이지 말라며 부인은 그런게 아니라고 충고했다.체리는 답답할 뿐이었다.그녀는 그에게 편히 다가가려 노력했지만,그의 맘은 연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