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정말 힘든일이 있었는데 어디 말할데도 없고 부모님께도 말할 수가 없어서 여기에 글써봅니다...
저는 98년생이고 올해20살입니다. 대학입학했구요. 6월 후반쯤이었습니다. 그 형한테 고백받은게...
신입생 OT때 만난 형(97년생 형이 재수해서 동기임)이었습니다. OT때 같은 방도 아니었구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과모임때 많이 친해져서 자주 다녔습니다. 제가 사회적인 이슈 얘기하고 토론하는걸 좋아하는데 이 형도 딱 그 부류 였거든요. 다른 애들은 하루종일 술만 마시러 다녀서 깊게 사귀고싶지 않았고(그렇다고 안친하진 않았습니다.)
이 형 말고도 한 명 형이 더 있었는데 셋이서 영화도 보고 먹을것도 먹으러 다녔습니다. 같은 나이가 아니지만 편했구요. 얘기도 잘 통하는 형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문제의 그 날 이 형이 밤 10시에 톡을 보낸겁니다. OO대 가지 않겠냐고. 근처에 있는 다른 대학교 였는데 사람구경하러 가자고 했습니다. 저도 그때 게임하고 있었고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 가자고 했죠. 그렇게 단 둘이 밖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OO대 근처는 술집이 많아요. 그 형이 술집쪽으로 가자면서, '우리 학과 여자애들 마시고 있을 수도 있어 보러가자' 이런식으로 꼬드기는 겁니다. 그렇게 성과없이 한두시간정도 밖에서 배회하다가 학교 기숙사로 돌아오는길에 형이 갑자기
'동성애자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어보는겁니다.
저는 벙쪘죠. 설마? 그래도 저 자신을 세뇌시켰죠. 이 형이 토론주제로 동성애를 들이미는거라고.
저는 동성애자를 정말 극도로 싫어합니다. 이유는 없어요. 그냥 보면 불쾌하고 짜증납니다. 근데 천성이 그런걸 어쩌겠어요? 다른 사람 앞에서 티내지는 않는 편입니다. 혐오감을 밖으로 배출하면 안되니까요.
그런데 이 날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겁니다. 그래도 확실히 참아가며 대답했습니다.
동성애자가 나랑 무슨상관이냐, 각자 사랑하면 되는것 아니냐, 동성결혼은 아직 안될 것 같다,등등 형이 상처받지 않도록 정말 세심하고 주의깊게 제 의견을 말했습니다. 제가 이성애자인건 형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겁니다. 전 여자친구 얘기도 했었구, 내가 중학교때 그렇게 인기가 많았다는 둥 연애얘기도 많이 했으니까요.
제 의견을 표출하기 무섭게, 이 형이 고백을 하는겁니다. '나 게이인데 너 좋아해. 정말 좋아한다.' 대충 이렇게 말한것 같습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대학에 와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형이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게이이며, 나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 앞으로 이 형은 어떻게 보며, 또 다른 형과는 어떻게 지내고, 동기들과는 어떤 관계로 있어야 할까.
저는 그 날 거절을 못했습니다.
거절 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거든요.
제가 그 상황에서 거절을 한다면, 그 형이 동성애자임을 내가 수용함과 동시에 제 주변의 모든것이 망가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 떄의 제 감정은 '분노'보다는 '공포'에 가까웠을겁니다. 그래서 저는 필사적으로 부정했습니다.
'에이 거짓말 치지마요'
'형도 여자애들 이쁘다며'
형이 말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 형도 꽤나 상처받았겠지요.
결국 그 형은 농담이라며 얼버무렸고. 저는 그 날 밤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온갖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었고, 벌레가 내 몸을 기어다니는 기분, 다음날부터는 남자를 볼때마다 저 사람도 게이일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수업만 듣고 바로 기숙사로 들어가 하루종일 멍만 때렸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있다가 결국 힘들게 온 학교를 자퇴하게 되었어요.
인터넷에서 퀴어축제 등등 기사가 올라올때마다 짜증만 나고,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이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저같이 고백 받아보라고 저주도 해봤구요. 하면 할수록 저 자신만 망가지는 것 같아 이렇게 글 올려봅니다. 학교 자퇴하고 다시 수능공부하는데 다 까먹고 너무 힘들고요. 갑자기 또 화가 나서 공부하다 말고 글써봤습니다. 100%실화구요.
징징거린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당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정말로 정말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지금도 남자만 보면 다 게이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