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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임금이 빡처서 돌려보냈다는 어느 선비의 글.jpg

콜로라도 |2017.08.09 16:23
조회 1,572 |추천 4

 

-이옥(李鈺, 1760~1812)

 

 

당신은 술집에서 왔다 둘러대지만

 

창녀집(娼家)에서 온 줄 나는 알아요.

 

어인 일로 한삼(汗衫) 위에

 

연지가 꽃처럼 찍혀 있나요?

 

당신, 내 머리에 대이지 말아요.

 

옷에 동백기름 묻어나니깐요.

 

당신, 내 입술 가까이 오지 말아요.

 

붉은 연지 부드럽게 흐를 듯 하니깐요. 

 

차라리 장사꾼의 아낙이 될지언정

 

난봉꾼의 아낙은 되지를 않을래요. 

 

밤마다 어디를 쏘다니는지

 

아침이면 돌아와 하느니 술타령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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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1792년 10월19일 대사성 김방행(金方行)에게 


유생 이옥(李鈺, 1760~1812)의 응제문(應製文)은


순전히 소설 문체를 사용한 것이라 지적하고, 


사륙문(四六文) 50수를 제출해 과거의 문체를 


완전히 씻은 뒤 과거에 응시토록 하라고 명했다고 한다. 

 

 

그외 이옥의 주옥같은 글들(자신을 여성에 비유해 쓴 글)

 

1. 


서방님은 나무 기러기를 잡고,


나는 말린 꿩고기를 받쳤지요.


그 꿩이 울고 그 오리 높이 날도록


두 사람 사랑이 끝이 없을 지어다.

 

2. 


다홍실 맨 술잔을 들어


신랑에게 합환주 권했죠.


한 잔술에 아들 셋 낳고


석 잔 술에 아흔을 산다고 했지요.

 

3. 


신랑은 백마를 타고 오고,


나는 붉은 가마를 타고 갔죠.


친정 어머닌 문 밖까지 따라나오시며 주의 하시길 


시아버님 뵙거든 절하고 서두르지 말라고 하셨지요.

 

4. 


우리 친정집은 광통교에 있고


시댁은 수전방에 있어


가마에 오를 때마다


치마를 눈물로 가득 적셨지요.

 

5. 


검은 머리털 한데 맞풀어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자고 했더니,


부끄럽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부끄러워져


신랑에게 석 달 동안 말도 못했지요.

 

6. 


내 어려서부터 궁체쓰기를 익혀


이응자 양 옆에 뾰죽히 모가 졌지요.


시부모님도 내 글씨보시고 기뻐하시며


언문 여제학이라고 칭찬하셨지요.

 

7. 


사경에 일어나 머리를 빗고


오경에는 시부님모께 문안을 드렸지요.


이 다음 친정에 돌아가면


먹지도 않고 한낮까지 잠만 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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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이라는 조선후기 유학자가 쓴 글인데요.


과거시험 볼때도 이런식의 패관소품 문체로


답안지를 적었다가 정조 임금에게 꾸사리를 먹었다고

추천수4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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