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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차마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ㅇㅇ |2017.08.11 19:18
조회 720 |추천 2

 

 

스물 하나, 스물.

나보다 한살 어렸던 너와 너보다 한살 많았던 나,

그리고 같은 과 다른 반으로 알게 되었던 너는

학기 초에 심적으로 힘들어하던 내게 큰 힘이 되어주던 사람이었다.

 

누나 뭐해요? 학교 안 나와요? 내일은 볼수 있어요?

라며 밤마다 항상 내 안부를 물어주던 네가 참 고마웠고

그러다 너에게 자연스레 마음이 가버렸다.

 

씨씨, 캠퍼스 커플이라는 것을 작년 신입생 때에도 경험했고

그게 내게 독이 되어 자퇴라는 결과를 불러일으켰음을 잘 알기에

사실은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너한테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될까, 싶어서.

 

저질렀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4병 쯔음 마시고 네게 전화를 걸어 좋아한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니가 나한테 귀엽다, 귀엽다고 얘기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

그렇게 우린 일주일 정도 짧은 썸을 가지고, 사귀게 되었지. 그게 우리 과 세번째 씨씨였다.

 

나는 너와 사귀면 마냥 행복할거라 생각했어.

내가 너를 정말 진심으로 대했고, 너도 내게 힘이 되었으니

작년과는 다르게 문제없이 우리는 오래오래 같이 있을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굳은 믿음을 가지고 너를 만났는데, 너는 달랐다.

 

내게만 친절한 줄 알았던 너는 모든 여자를 비롯해 사람들에게 친절했으며

과 동기 여자애들에게 밤 늦게 스스럼없이 전화를 걸었고

나 몰래 타과 여자애를 만나러 갔으며, 그 여자아이를 네 세컨드라 불렀더랬지.

그리고 모르는 여자의 페메에, 여자친구가 있냐는 물음에, 자기는 어떻냐는 물음에

너는 한치 망설임도 없이 흔들렸었지. 사진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한결같이 내게 이쁘다 해주던 너는, 그 대화내용 안에서 내 얼굴을 별로라고 얘기했다.

머릿수가 모자라 억지로 끼워넣은 과팅에선ㅡ, 네가 내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말하기를

망설였다고 말했다. 취하지 않은 여자아이가 걱정되어 네가 달려가 어깨를 끌어안고

부축해주었다 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너와 친한 과 동생들과 내 친구가 내게 말해줬던 사실이었다.

 

마음이 한칸, 두칸씩 무너져 내리던 때가 언제였더라.

너와 두 달 쯤 만났을 때였나. 정말 별것 아닌 걸로 죽어라 싸웠고,

다퉜고 삐지고 서로 감정을 창으로 칼로 찔러댔다. 그때마다 난 울었고,

내가 울때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너를 더 싫어했고 헤어지라고 부추겼다.

 

그래도 나는 니가 달라질거라 생각했어.

내가 변해달라고 부탁하면 변해줄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하나둘씩 고쳐나가 줄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넌 끝내 변하지 않더라.

나는 내 자신을 버려가면서 너를 사랑했고

그러다보니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카톡 읽씹은 기본이었고

페이스북은 항상 초록불이 켜져 있었고

나와 톡을 해도 될 시간에 너는 유튜브를 보고 있었어

그리고, 자격증 공부를 이유로 너는 나를 개강 때까지 볼수 없다 이야기했지.

 

난 이해했다.

네가 카톡을 읽고 씹는 것도

네가 나를 뒤로 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도

공부를 이유로 나를 볼수 없다고 이야기한것도. 다 이해했다.

그럴수 있지, 너도 많이 힘들겠거니 하면서 그렇게 널 이해했어.

부모님을 만나자는 말에 속으론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너를 낳아주신 부모님은 어떤 분이실까, 그리고 네 얼굴을 볼수 있음에

그 사실 하나로 나는 네가 사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천천히 이해가 시작되면서

내 마음이 서서히 이별과 연애 사이선에서 기울어갈때 쯤,

너는 내게 이별을 고했다. 휴학 한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기가 막혔지. 어느 누가 그런 이유로 헤어지자고 해?

내게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상대방에겐 큰 것이 될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지만,

이후 내가 찾아본 톡방에서는 네게 휴학한다는 말을 몇번이고 전했다.

그것은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 너 얘기했네, 미친 새끼 아니야? '

' 그냥 헤어질려고 마음먹었다가, 건수 하나 물었다 싶어서 되도 않는 걸로

헤어지자는 것 같은데? '

' 걔한테 너는 딱 이정도의 사람이야. '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 내렸다.

내가 이해했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고,

너를 잡았을 때 돌아왔던 말이 내 가슴을 터트렸다.

 

' 기숙사 입사할때 까지만 사귀자, 그때까지 생각해볼게. 미안해... '

 

그때까지 정이 붙지 않는다면

나와 헤어지겠다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난 아직 너를 좋아하는데, 이렇게도 보고싶고 그리운데.

정말 되도 않는 이유로 남남이 되어버리는 것이 싫어서

차라리 두번 버림 받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너는 그 말을 없었던 걸로 하자고 말했고

너는 내 마음을 두번 무너뜨렸다. 옅게 금이 갔던 마음에

대지진이 일어나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다.

 

그 날은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5일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밥은 커녕 하루에 1끼 먹을까 말까.

주변 사람들은 제발 정신 좀 차리라 얘기한다.

그 아이는 너에게 해준게 없는데, 그런 사람이 뭐가 좋다고

밥도 굶어가면서까지 힘들어하냐고.

 

 

내가 많이 미련하기는 한가보다.

너를 원망할법도 한데, 너를 미워하고 이리저리 씹고다닐법도 한데

내가 조금만 더 잘할걸, 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걸 보면.

 

내가 여자문제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카톡 읽씹한다며, 니 말마따나 징징대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더라면

그냥 내가 너에게 조금만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이 되었을까.

모든 원망이 나에게 돌아와, 밤마다 너에게 미안해 울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내서 엉엉 울어봐도 풀리지 않더라.

 

 

나는 너에게 꽃을 받아보고 싶었다. 100일이 되었던 날.

기념일이니까, 꽃을 받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건 다 필요없다 얘기했었다.

나는 많은 연애경험은 해본 적 없지만, 하나같이 다 좋지 않은 사람들과

짧은 연애만 했기에 기념일을 처음 챙겨보는 것이라 나름의 기대에 부풀었다.

 

그래서 기념일 케이크도 엄마랑 동생이랑 나눠먹으라고 만들었고,

화장품 가게에서 일할 때 가져온 샘플들과 네가 자주 하던 마스크팩도 챙겼고,

꽃집에서 처음으로 사보는 .. 안개꽃도 예쁘게 포장해달라고 했고..

네 낡은 지갑이 생각나 찾아보던 중 마침 대폭 할인행사를 하는 지갑도 샀다.

 

내가 받은 건 편지랑 만 오천원짜리 커플티 한장.

내가 꽃을 그렇게도 받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너는 끝내 내게 주지 않았다.

그래도 참 고마웠다. 편지랑 커플티여도 네 마음이 담겨있었기에 고마웠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다 들린 동전노래방에서, 나는 전화를 받고 온다며

화장실로 갔는데... 너는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내 카톡도 보지 않았다.

 

동전노래방을 한바퀴 뱅 돌고 다시 반바퀴를 돌고 나서야

너 혼자 노래부르는 모습이 눈에 보여 들어갔다.

서러웠던게 한번에 폭발해 그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헤어지던 날, 친한 누나동생으로라도 지내자던 너의 말에

차마 싫어. 라고 말할수 없어 그래.. 그러자, 고 말했었지.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카톡이 오고, 내가 읽고 씹으면 너는 항상

먼저 연락을 했다. 누나, 라고 불렀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사진이 남아있던 프로필은 완벽히 정리가 되었고

내 글이 남아있던 페이스북은 깨끗해졌다. 아마 네 갤러리도 그렇겠지.

내 흔적이라곤 찾아볼수도 없을 만큼, 깨끗해졌을 테다.

 

이게 당연한건데, 이제야 너와 내가 헤어졌다는 것이 실감이 나

버스 안에서 서럽게 또 울어버렸다. 이게 당연한거잖아.

헤어졌으니 지우는거고, 헤어졌으니 멀어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

머리는 그렇게 말하는데 가슴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도 네게 서러운게 참 많았는데.

너에게 징징거릴때마다 항상 미안했고,

널 의심할 때마다 늘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나는 그걸 가슴 속에 폭 묻고, 너를 사랑했고

너를 잃은 후 이렇게 아프구나, 싶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연애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이제서야 깨달았다. 근데 언젠가 만약 네가 내게 돌아온다고 한다면

나는 또다시 너를 받아줄 것만 같다. 같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을 알면서도

너를 다시 품을 것만 같다.

 

 

잘 지내라.

차마 좋은 여자 만나라는 소리는 못하겠고,

이미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언젠가 나를 잃은 것을 깊게 후회했으면 좋겠다.

나는 널 잊으려고, 내 몸을 혹사시키기로 했다.

 

 

부디, 니가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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