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ano On The Wave20일 날 야근을 마치고 퇴근을 한 남편이 두어 시간 눈을 부치고 난 후
오전 10시 반쯤 출발한 덕에 시댁까지 4시간 만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녀석과 나는 늘 멀미를 하는 통에 자동차로 먼 거리를 간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지요.그러니 안 막히고 빨리 도착한 게 행운이라고 할 수 밖에요. 반갑게 맞아 주시는 어머님과 아주버님 내외 그리고 4살과 7살이 된 어린 두 조카들..형제라고는 남편과 아주버님 둘 뿐이니 명절이래도 그리 북적대지는 않는 편이지요. 명절 때마다 조카들의 옷을 미리 준비해서 사 갔는데 이젠 조카 녀석들이
얼마나 많이 컸는지 몰라서 모습을 안 보고는 살 수가 없더군요.해마다 몰라보게 쑥쑥 자라는 지라..
녀석들 모습을 한번 보고 남편과 옥천 시내로 나가서 조카들의 설빔을 한 벌씩 사서 안겨주었습니다. 작은 설날 아침...날씨가 너무 춥더군요.남편은 추위를 유난히 타는 내가 걱정스러운지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가마솥에 더운물을 데워 주고.. 저는 그 더운물에 손을 녹여가며 전을 부칠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마당 수돗가와 부엌을 오가며
설을 쇨 음식을 장만했지요. 아궁이엔 하루종일 장작이 타고.. 때로는 아궁이에서 나오는 매운 연기에
눈물도 흘리고 ...추위에 떨고... 설날 새벽...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장작을 지펴 준다던 남편이 전날 아주버님과 마신 술 때문인지
곤히 자더군요.어머님 역시 같이 드시더니 곤히 주무시고.. 5시반..옷을 몇 겹이나 껴입고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가마솥을 말끔히
씻어 깨끗한 물을 몇 번이나 마당 수돗가에서 퍼다 부었습니다.예전엔 어머님이 일어 나셔서 하시던 일이었는데..
어머님도 이젠 많이 늙으셨나 봅니다.못 일어 나시는 것을 보니.. 혼자서 차례상에 올릴 닭과 고기들을 가스렌지에 올려 삶고
탕국을 준비하고 떡국에 얹을 고명을 준비하고
어제 대충 모든 재료를 다 썰어서 준비를 해 두었건만 무슨 할일이 그리 많은지.. 7시가 다 되어 눈비비고 나 온 6살 나이어린 형님...
늦잠을 자서 미안하다며 부시시한 모습으로 뒤통수 긁적이며 겸연 적게 웃고.. 할 수 있는 것 이라고는 설거지와 심부름뿐이니 의례 그러려니 하지만,
이번 명절처럼 추운 날은 내게도 좀 기댈 수 있는 그런 형님이 있었으면 하는
헛된 욕심도 잠시 마음속으로 가져 보았지요. 아이들과 남편,아주버님은 큰댁으로 차례를 지내로 떠나고..
개구쟁이 어린 조카들이 없는 동안 어머님은 조용히 방에서 앉아 차례상을 준비하시고
형님은 부엌에서 내가 준비한 차례 음식을 방으로 나르고.. 큰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큰댁 조카들과 같이 와서 늦은 차례를 지내고
모두들 둘러 앉아 떡국을 한 그릇씩 비우고 난 후
차례대로 어머님께 세배를 올리고
어머님께선 덕담을 해 주시며 골고루 세뱃돈을 만원씩 주시더군요.
물론 저도 받았답니다.
아버님이 막내이셨던 지라..조카들이라고 하지만
장손인 조카가 저보다 한 살 어리답니다.그래서 따지자면 오촌지간이지만 사촌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이지요. 대한(大寒)이 낀 명절.. 매서운 추위라서 아이들은 집에 두고
남자들만 성묘를 다녀왔답니다. 오후엔 두 녀석들을 데리고 대전에 살고 있는 동생들한테 들렀지요.
영동에 재혼해서 사시는 새어머니도 와 계시더군요.
비록 동생들이 나와는 어머니가 다르지만 그래도 동생들이고..
남편은 맏사위니까요.
난 새어머니와 동생들한테 정이란 게 별로 없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 해주고 챙겨주는 남편이 고맙기만 합니다. 설날 저녁엔 어머님께 녀석들을 맡겨두고 명절 때마다 그래왔듯이
남편 고등학교 동창 부부동반 모임을 옥천 시내에서 가졌지요.부부동반으로 필리핀을 같이 갔던 바로 그 모임이랍니다. 모임을 마치고 10시쯤 들어와 보니
동네 계모임을 하느라 술을 꽤 드신 아주버님은 일찍 주무시더군요.
물론 형님두요. 남편도 여기저기서 마신 술에 꽤 취했는지
이내 골아 떨어지고... 술을 좋아하시는 어머님..
아들들이 다 잠들어 어머님 모습이 적적하고 외로우신 것 같아
깊어가는 설날 밤 술상을 차려 어머님과 마주 앉아 술 한 잔을 했습니다.고부간에 이 얘기 저 얘기 해가며 12시가 넘도록 못하는 술을 마셨지요.
어머님은 날이 추워서 고생이라며 미안해하시더군요.
어머님과 마주 앉아 한잔 하면서 나눈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올리도록
미뤄 두지요.
설 다음날..
남편은 너무나 추워서 더 이상은 못 있겠다며
어머님께 올라가겠다고 하더군요. 이틀 동안 꽁꽁 언 냉동실에서 일을 한 내 몸은 손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아프더군요.아마도 온 몸이 얼었나 봅니다. 남편은 추위에 떠는 마누라가 안쓰러워서 더 이상 못 봐 주겠다고
모임 날에도 친구들 앞에서 말하더니만..날 위해 일찍 고향집을 떠나려 하는 것 같더군요. 우리가 올라 간다는 말을 들으신 어머님..우리에게 주실 것을 챙기시느라 아침부터 바쁘십니다.
애미야~ 고구마줄기 말린 것 좀 넣어 주랴? 호박 말린 것도 많으니 좀 넣고..
시래기도 넣어주랴? 아뇨..어머님..저번 가을에 주신 호박 썰어서 실에 꿰어
말린 것도 있고 예전에 무청 주신 것도 다 못 먹을 것 같아
끈으로 엮어서 매달아 말려 둔 시래기도
보름에 먹고 남을 만큼 많이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어머님은 말린 호박과 고구마 줄기...그리고 손수 꺾으신 고사리 말린 것을 두어 뭉치
챙겨 주십니다. 애미야~이번에 들기름을 짰는데 꽤 많이 나왔다..
하시며 1.5리터 음료수 병으로 세병반이 나왔다며 다 꺼내 놓으십니다.
두병씩 나누자..하시며 가득 찬 두병을 가져가라며 하십니다. 나는 또 그런 어머님께...
어머니 그전에 주신 것도 아직 남았어요.한 병만 가져 갈게요
그것 만해도 너무 많아요...라고 하니 어머니께선.. 안 된다 더 가져가라 우리도 먹던 것도 남았다...하시는 어머님 말씀에
어머님이 행여 서운해 하실까 그럼 반병을 더 달라고 했지요. 명절때마다 하나라도 더 주실려는 어머님과어머님 드시라고 두고 가려는 저의 작은 실갱이 아닌 실갱이는 늘 있는 일이지요... 어머님은 어느 틈엔가 차례상에 올렸던 과일과 아이들 과자까지 챙겨 넣어주셨고 어머님과 아주버님,형님,두 조카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댁을 떠나오는 길...꽁꽁 얼음이 언 대청댐 위에서는 추운날인데도 불구하고
설을 쇠러 온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나와서 단단한 얼음위에
구멍을 뚫어 빙어잡이가 한참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짐을 풀어 보니 설에 이곳저곳에서
들어 온 쇠고기와 부침개까지 챙겨 넣어 주신걸 보고는 눈물이 핑 돌더군요.자식 생각하는 어머니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집에 돌아 온 뒤 하루를 꼬박 앓았지요.
추위에 너무 떨었던 탓인지 온 몸이 아프고 춥기만하더군요. 남편은 다음날 아침밥을 해서 아이들을 챙겨 먹이고
못 먹겠다는 내게 당신이 안 먹으면 나도 굶는다며 기어이 끌어다가
식탁에 앉히고 엄마가 싸준 부침개로 자기가 끓인 찌게인데
맛이 안 난다며 그래도 먹어 보라며 냄비를 내 앞으로 끌어다 주더군요. 맛이 아닌... 그이가 나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 한 그릇을 다 비웠답니다. 두 녀석들은 아빠가 해 준 계란말이가 너무 타고...구워준 삼겹살이 딱딱하다는 둥..이러쿵저러쿵 궁시렁 거립니다. 하지만 그이는 그런 녀석들에게 그래도 아빠가 정성을 다해서
준비를 했으니 아빠의 정성을 생각해서 먹어 달라고 사정을 하더군요. 아침을 먹은 후
그이가 약국에서 사다 준 피로회복 제를 먹고는 하루 종일
누워서 잔듯합니다. 그이는 아이들 점심으로 자장면을 시켜주고 자장면이 싫다는 내게는
라면을 끓여 주고.. 오후엔 용현동에 사는 누이한테서 전화를 받고는 아이들과
누나 집에 간다며 집을 나섰지요.어머님이 열아홉엔가 처음 낳은 남편과는 아버지가 다른 누이랍니다. 저녁에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더군요.
저녁밥은 챙겨 먹었느냐고..(술을 꽤 마신 목소리로)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지요.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나 안 죽으니까 걱정 말고..
술 마셨으니까 누나 집에서 자고 내일 오라고 당부를 했지요.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며 당신 밥을 챙겨 먹여야지..하면서
대리 운전을 해서 바로 온다고 하더군요. 설마 했는데..그이는 정말 처음으로 15000원을 주고는 대리 운전을 해서 금방 왔더군요.
그리고는 술 냄새 푹푹 풍기며 씨 익~~웃어가며 김치 볶음밥을 해 준다며
프라이팬에 김치를 썰어 넣고는 탄내를 내어가며
김치 볶음밥을 하기에 불안해서 렌지 앞에 다가가니 가까이 오지도 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며 렌지 앞으로 다가간 나를 데려다가 소파에 도로 주저 앉혀 놓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볶음밥을 만들어 내 앞에 내밉니다. 아이들은 이미 고모네 집에서 저녁을 먹은 터라 그이와 마주앉아 둘이서 볶음밥을 먹었지요.김치가 좀 타기는 했어도 나를 생각해주는 그이의 사랑 때문인지..정성때문인지..
그런대로 맛있었답니다. 어쩌면 나는.....해마다 명절을 지내고 오면 남편한테 어리광을 부려보고 싶어
더 아픈척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남편 도움으로 푹 쉰 후... 일요일엔 미안한 마음에 아침부터 일어나 봄동을 넣어 된장국을 끓여 아침을 준비해서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답니다. 저녁 식사를 하려는 일요일 저녁..남편의 회사 동료한테서
전화가 왔지요. 지금 밖인데 술 한잔하러 나오라는 전화였지요.평소 같으면 쏜살같이 나가던 남편이
사양을 하더군요.. 그쪽에서 전화로 나오라고 사정을 하는 듯한데.. 주말에 먹자며
자기는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절대 오늘만은 못 나간다고
못을 박고는 끊더군요. 나는 그이의 단호한 그런 모습에 내심 놀라며 미안한 마음에 나가보라고 말을 했지만... 시골에 내려가 추위에 떨며 고생한 마누라를
정초부터 마음 상하게 하고 싶지 않고
오늘은 가족들과 보내고 싶다고 하더군요.그이의 그런 맘이 참 고마웠습니다. 정육점이 이곳저곳 문을 닫아서 한참을 헤매다가 간신히 한 곳을 발견해서
그이가 어렵게 사 온 삼겹살과 쌈을 준비해서 가족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고는
둘이서 술한잔 했답니다.
그이는 내게 시골가서 수고 많았다며 매실주를 따라 주더군요.
못 마시는 술이지만 그이 마음이 고마워서 소주잔에 따른 매실주를
그이와 건배를 하고는 한잔을 한번에 다 비웠지요.이러다가 술 못 마시던 사람이 술꾼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막 설거지를 끝냈을 무렵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더군요.
어머님: 애미야~~몸치 안났냐? 몸치 났지? (걱정스럽게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 목소리)
나: 아니요~어머님 저는 괜찮아요~~
어? 그런데 우리 어머님~ 목소리가 한잔하신 목소리네~~ 어머님: 응~~그래~~~오늘이 반상회 날이잖아~~
나: 어머니~~시골은 반상회에서 술도 줘요? 어머님:그~~~럼 주지... 주고 말고~~
나: 우리 어머님.. 술 복은 많으셔~~~
어머님 하지만 약주 조금씩만 드세요~~ 어머님: 오냐~~~~그러마~~
애미야~그런데 땅속에 파묻어 둔 무수("무"의 충청도 사투리)를 안 줬더구나..
나: 어머님이 우리 안 주실려고 일부러 꽁꽁 언 땅 속에 묻어 두셨잖아요~
하고 어머님께 농담을 한마디를 던졌지요.
어머님:하하하~~~한바탕 웃으시더니..애미야~~다음에 오면 꼭 가져 가거라~~하십니다.
나: 네~~어머님~~그럼 주무세요~~ 엊그제 도착해서 바로 전화를 드렸는데도
어머님은 추위에 떨던 며느리가 몸살이라도 났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하셨나봅니다. 올 설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물기 묻은 손으로 그릇을 만지면 쩍쩍 달라붙고
설거지해서 포개 놓은 그릇은 얼어붙어서 떨어지지가 않고
도마에도 연신 얼음이 얼고... 금방 감은 머리카락 끝에는
고드름이 생겼지요.
하지만 나야 한 사흘 고생하면 되는 일..
그러했기에 혼자서 모든 일 다 해도 견딜 수 있는 명절이었습니다. 또한 며느리를 생각해 주시는 어머님의 사랑과
나를 끔찍이 사랑해 주는 남편이 곁에 있기에 매서운 추위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온몸이 얼어 눈물이 나도록 매섭게 추운 사흘간의 설이였지만
마음속에는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을 가득 안고 돌아왔답니다.
※별일도 아닌 저의 명절 지낸 이야기를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올려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추위에 명절은 어떻게 무사히 잘 쇠셨는지요.
저는 많은 분들의 걱정과 염려로 무사히 잘 다녀왔고
그래서인지 감기도 걸러지 않았답니다.
저를 걱정해 주신 많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늘~~님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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