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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쳐들어온 냥아치를 소개합니다.

야옹 |2017.08.14 12:45
조회 8,519 |추천 119

맨날 보기만 하다가 이런 글을 제가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남들한테는 자주 일어나지만, 저한테는 평생 일어나지 않던 일이니 함 써볼랍니다.

(말이 길어 질 것 같으니 미리 경고 드립니다.!! 스압 주의!! ㅎㅎ)

 

이건 정말 그냥 쳐들어 왔다고 밖에는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요 ㅋㅋㅋㅋㅋ

 

어느날 퇴근 길에 시장에 들러 바리바리 비닐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집 대문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

보통 길냥이라 하면 사람을 보고 도망가는 경우가 태반이라 별 신경쓰지 않고 대문을 열고 있는데,

이 녀석은 도통 움직이지를 않더군요.

 

가만보니 엄청 마른 것도 같고, 못먹어서 배가 고파 애가 꼼짝도 못하는가 싶어서 참치캔이랑

물을 가져다 줬습니다.

근데, 또 보통 길냥이들은 제가 두어번 먹을 걸 줘봤지만,

입도 대는둥 마는둥 하다가 가버리거나 사람이 있는데선 먹지 않던데

얘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 자리에서 참치 한캔을 다 비우고,

물도 잘 먹더니 또 대문 앞에 철푸덕~ 앉아버리더군요.

신기해서 쳐다보니 제 손에 들린 검은 비닐 봉지에 관심을 보이고는 다가와서 냄새를 맡더라구요.

그러고는 다리에 부비부비.....그 참 성격도 좋은 녀석일세....

 

좀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도 대문을 열어주고는 "함 들어가 봐라~" 했는데....

이게 말귀를 알아 듣는건지 스윽~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순간 당황 ;;;;;

저희 집은 다세대 반지하 이고, 별도로 출입문을 사용하고 있어서 계단을 두세개 내려간 다음

다시 현관문을 열어야 하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현관문 앞에 떡~허너 서더군요.

그게 또 희안해서 현관문도 열어줘 봤습니다...

그리고 또 "들어가볼래?" 하고 말을 했더니만.....왠걸요....흔쾌히 들어가시더군요;;;;

읭???????? 이게 아닌데??????

 

그때 마침 개인사정으로 며칠 같이 지내게 된 언니가 집에 있었는데, 그 언니도 보면서

참 희안한 녀석이라고 하더군요..자기도 길냥이들 밥 챙겨 줘봤지만 이런 애는 못봤다고...

마치 부동산 사장님과 집보러 온 세입자 마냥 안방 기웃~ 작은방 기웃~ 화장실, 창고까지

쭈~~욱 둘러보시더니만 작은방에 철푸덕 드러누우시더군요;;;;;; 이건 뭐지??????

 

야!! 이 웃긴 넘아~ 어여 나가~ 라고 하였으나...

들어오라는 말은 잘도 알아 듣더니, 나가란 말은 들은 척도 안하더라고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구석진 곳이나 높은데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싶어 옷장 한켠이랑 화장품 올려놨던 곳을 서둘러 비웠습니다.

그랬더니 요래 잘도 앉아 계시더군요....

 

저희 집에 왔던 첫 날찍은 사진이라 아주 그냥 꼬질꼬질 드럽기가 말도 못합니다 ㅋㅋㅋ

 

 

 

가만 살펴보니 뒷발가락에 염증이 있는지 부어 있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또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어서....저런걸 보면 잘 지나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차피 집에 밀고 들어온 놈이니 발가락은 낫게 해서 보내주자 라는 생각에....

난 딱히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저도 모르게 그만.....

집사직을 수락해 버린 것이지요;;;;;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됐습니다. 이게 간택 당한 거라면서요???)

 

급한대로 사료랑 화장실부터 마련을 해노코 그날부터 집안에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장마철이라 비가 펑펑 쏟아져서 내보낼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는 이틀 뒤에 병원을 데려갔습니다.

하지만 준비하고 받아들인 아이도 아니고 이동장이 있을 턱이 없죠.

고심 끝에 스포츠 백에 수건을 깔고 넣어서 안아 들었는데......아뿔싸....

고양이가 개도 아니고 가만히 있을리가 있것습니까.....난리가 난거죠....

버스정류장에서 가방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고양이를 잡아 끌어 안고는 다독이느라

비가 오는데 우산도 못쓰고 비를 맞아가며 사투를 벌이는데 진짜 식은땀 나대여;;;

 

고양이 털은 풀풀 날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쳐다보고;;;; 아흑....민망해 ㅜㅜ

고생고생 병원에 가서 대기하는데 옆에 계신 아주머니들이 그냥 가방에 고양이를 담아왔다며

큭큭 대는 겁니다 -_-+ 순간 성질이 욱~하고 올라왔다는;;;;

 

저도 압니다....다들 예쁜 이동장에...예쁜 아기고양이들을 데리고 와서 대기하는데...

저는 무슨 시커먼 연장 가방 같은데 고양이를 넣어왔으니....

그게 또 안에서 발버둥을 치니.....

대체 남이 보면 머라고 생각을 하겠나 싶긴 하더이다...

그래도 그렇게 말할 것 까지야 ㅜㅜㅜㅜㅜㅜㅜㅜ

 

한시간을 기다린 끝에 무게를 재고 선생님이 살펴보셨으나....

키울 생각은 아니라 하니 그냥 약처방만 해주시더군요...

(무슨 애가 굶어서 배가 홀쭉한데도 4.85kg 나 나가는것이냐 ;;;;;;;;)

 

그 뒤로 한달....

저에게는 신기하고 특별하지만 냥집사님들에겐 평범한 일상인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습니다.

 

저 뻔뻔한 넘은 저희 집에서 놀고 먹고 자며 무위도식을 즐기고 있고요...

그 뻔뻔함을 높이사 "낭아치~"라는 이름도 하사 받으셨습니다.

발가락도 다 나아서 점프하는데도 별 이상이 없으시고요...

 

아침이면 밥 차리라고 울다가 그래도 안 일어나면 자고 있는 제 손을 깨물고....

냉장고며 책꽂이 위로 뛰어 올라 사람을 놀래키고...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문을 벌컥 열어 재낍니다.....완전 개깜놀...우이씨...ㅜㅜ

몸이 아파 반신욕이라도 할라치면 옆에 와서 야옹야옹 울어댑니다....대체 왜????

                          <== 이게 위험하다고 나오라고 하는 거라고 나중에 누가 알려주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이제는 저랑 있는 일상에 적응이 됐는지 제가 일어날 때 일어나고

반신욕을 해도 와서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 별 반응은 없네요 ㅎㅎㅎ

 

병원에선 두살 정도 된...중성화 수술까지 한 남자아이 라는데....

귀나 꼬리 어디도 잘린 곳이 없는 걸로 봐선 집냥이 였을 듯 싶네요...

애완용품 가게 주인분 말로는 이사가면서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버려졌다는 말이 뭔가 마음이 짠 합니다....

 

솔직히 전 아직도 이 녀석을 완전히 키워야한다거나 그런 마음을 먹은건 아닙니다.

이전에 강아지는 몇번 키워봤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두살이 되기 전에 모두 남의 집으로

보냈거든요...보내면서도 마음이 좋을 리는 당연히 없었죠...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책임져 줄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안 섭니다.

더구나 저녀석이 오고 며칠 뒤에 사촌 여동생이 돌보던 제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그 녀석도 끝까지 돌봐주지 못했는데, 아치를 챙기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더 무겁네요..

그러면서도......캣타워를 찾아보고 있는......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어서 저도 참 난감합니다.

 

다른 집에 보내자니 이미 한번 버려진 애를 또 버리는 일이 될 것 같아서

그것 또한 마음이 편치 않은건 매한가지네요.....아아아아앜!!!!!!!!! 두통이 ㅜㅜ;;;

 

그래서 마음의 갈등 끝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집사 노릇이 아니라 돌봐주는 정도로만 타협을....

밥 먹고 쉬는건 집안에서 다 해결하고 있지만, 날이 좋을 땐 문 다 열어주고 원하는대로

돌아다니게 놔두고 있습니다.

전 원래 애완동물들을 집안에만 가둬두는건 좋아하지 않아서리...

혹시나 골목에서 돌아다니는 차들 때문에 다치거나, 아니면 원래 이쪽 구역을 점거하고 있는

고양이랑 싸우다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다행히 집 담벼락, 아니면 창고 지붕에서 잘 놀고 계신듯 합니다.

(구역짱과는 며칠 전 대낮에 서로 야옹야옹 대치상태인 것 같더니 별 일은 없었네요...)

게다가 들어오라고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기도 합니다....이거 나만 신기함??? ㅋㅋ

 

저 녀석과의 인연이 시작된 뒤로는 골목에 돌아다니는 길냥이들도 더 많이 눈에 띄는거 같고,

쓰레기통 뒤지는 녀석들 보면 마음이 너무 안좋아여 ㅜㅜ

 

집사로 간택된 것이 조금은 고달프기도 하고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특히나 덤블마냥 굴러다니는 털 때문에 생전 안하던 부지런을 떨며 매일 청소기를 돌려야 하지만....

현관문을 열면 나와서 반겨주고, 얼굴을 들이밀면 핥아주는 저 성격좋은 녀석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아서 고맙기도 합니다.

 

전 그냥 이렇게 살아야 되는거겠죠???? 

저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ㅜ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뻔뻔하신 냥아치 님 사진 몇 장 투척할게요~

 

 

잘 퍼먹고 살 오르신 아치씨~

 

비오는날 보일러 틀어진 따신 방바닥에 인절미 되신 아치씨~

 

물 속에서 나오라고 재촉하는 아치씨~

 

빨리 안나올 거냐옹~???

 

나의 사랑 택배박스~

 

아치의 식빵굽기를 처음 본 날~

 

캣타워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궁뎅이 ㅜㅜ

 

곤히 잠든 아치씨~ (그거 디지털 피아노란 말이다 이넘아 ㅜㅜ)

추천수119
반대수1
베플똥똥이옴마|2017.08.14 20:39
엄청 미묘네요~ 참 주제넘지만 좋은 집사가 되어주실것 같아요~ 간간이 글올려주세요...길냥이밥주는 사람입장에서 참 감사드립니다♡♡♡
베플|2017.08.15 01:22
전 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이정도면 인연인 것 같습니다..^^;
베플아이공|2017.08.14 15:45
씻겨놓으니 엄청 이쁘네요~길냥인데 4.8키로라면 어느집에서 이쁨받고 잘먹고 잘살다가 길잃은지 얼마안됐을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키우실 생각이 아니라면 고양이 까페 냥이찾는 게시판에 동네 주소 명시해서 올려보시거나 주위에 사진잇는 전단지 붙여보시는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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