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진상' 손님을 만났다. 세 살 정도 되는 아이를 데리고 온 30대 여성은 손님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유모차를 세웠다. 김씨가 "영업 중이니 유모차를 밖에 세워두시면 유아용 의자를 갖다 드리겠다"고 했으나 그 손님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어 손님은 주문한 덮밥을 한 숟가락 먹더니 "아기랑 함께 먹으려고 시킨 건데 이렇게 짜면 어떡하냐. 메뉴판에 적어 놓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불을 요구했다. 마침 아이까지 울어 식당에 있는 손님들이 눈총을 보냈다.
참다못한 김씨가 손님에게 나가달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손님이 먼저 한 말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영업하시면 맘 카페에 다 올릴 거예요. 제가 사진 찍고 녹음도 했어요." 김씨는 "테이블 열 개 놓고 동네 사람들 상대로 장사하는 집이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백모(여·40)씨는 최근 지역 내 학부모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다가 억울해졌다. 누군가 "○○동 H 미술학원 다녀왔어요. 원장님과 직접 상담했는데 돈만 밝히고 아이는 뒷전이더라고요. 어딘지 궁금하시면 쪽지 주세요"라고 글을 올린 것. 해당 미술학원을 알려달라는 댓글이 10여 개 달렸다. 백씨는 "○○동 H학원은 우리밖에 없어서 내 얘기인지 단번에 알았다. 해당 학부모가 맘 카페에 홍보해 줄 테니 학원비를 깎아달라기에 거절했는데 악의적으로 후기를 올릴 줄은 몰랐다"며 "아파트 단지 애들 상대로 가르치는 작은 학원이라 평판이 걱정된다"고 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 엄마들끼리 육아나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맘 카페'가 지역 상권을 쥐고 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엔 비교적 규모가 큰 서울 서초·은평, 경기 수원·동탄·판교 지역부터 지방 중소도시 단위의 커뮤니티까지 맘 카페 수십 개가 활발히 운영 중이다. 가입한 엄마들은 서로 중고 육아 용품을 나눠쓰거나 지역의 병원, 학원, 키즈카페, 식당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경기 부평에 사는 남지은(여·32)씨는 "나와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인 다른 엄마들이 알려주는 정보들이라 파워블로거보다 신뢰가 간다"고 했다.
올해 초 치과 개업의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맘 카페 회원들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엄마들이 애를 데려와서는 '우리 아이 진료를 봐주면 카페에 후기를 잘 써주겠다'며 공짜 진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한 치과 개업의는 "한 환자가 임플란트 치료비 400만원 중 일부만 내고 나머지를 내지 않아 연락했더니 '나와 (맘 카페) 언니들이 안 갈 사람도 아닌데 돈 내라고 강요하지 말라'며 협박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골목 장사를 하는 가게들은 맘 카페 홍보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장난감 대여업을 하는 한 업체 사장은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지역 맘 카페 회원 10여 명을 고용했다. 그는 "대놓고 광고하는 것보다는 '우리 애가 써봤는데 좋더라'는 후기 글이 더 광고 효과가 좋다"며 "일주일에 한 번 후기를 올릴 때마다 3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역 맘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10% 할인을 해주는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출산·육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은 맘 카페의 입김이 더 세다"며 "카페 운영진일 경우 협상해 공짜로 해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뉴스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