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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몰랐다" 발뺌 농장주 vs "흙속에서 키워요" 착한 양계農

별자리 |2017.08.18 12:50
조회 294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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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살충제 계란이 추가로 검출된 강원도 철원 A농장. 1만5000마리 정도 들어가는 사육장 3개동의 문이 굳게 닫힌 가운데 산란을 분류하는 공장에서만 직원 2명이 기계로 알을 분류하고 있었다. 농장주 부인 B씨는 "철원군청에서 계란을 모두 폐기하라고 해 곧 폐기될 계란"이라고 말했다. 농장주 부부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데 대해 "무슨 약인지 알았다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억울함을 내비쳤다. 농장주 C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가 많이 늘어나는데 초기에 잡지 않으면 제압이 어렵다"면서 "포천 시내 가축약품판매상으로부터 구입한 20ℓ를 물에 희석해 1만5000마리 정도에 한 차례 뿌렸다"고 말했다."농약 살포 후 이가 감소하는 등 효과는 좋았다"고 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산란계 농장주들의 한결같은 항변은 A농장과 같이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17일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 제품 뒷면에 표기된 취급설명서를 확보해 살펴보니 이런 농장주들 변명이 무색했다. 

'리전트' '리베로' 등 시중에 판매되는 피프로닐 살충제 제품의 앞면과 뒷면 사용설명서를 비롯해 판매회사 홈페이지 제품 소개에는 제품의 정확한 용도가 벼농사용으로 벼멸구, 이화명나방, 흑명나방 등 저항력이 강한 병해충을 집중적으로 박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앞면에는 '조류'에 사용하지 말라고 그림으로 표기돼 있고 뒷면에도 "야생조류·생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도 등장한다. 애초부터 닭에게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건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최대 60일까지 잔존하는 강한 독성 때문에 용도 그대로 벼·감자 등 작물에 사용할 때도 1회, 수확 30일 전까지 3회 이내로 사용 시기와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파종 이후나 수확 이후 독성이 벼에 잔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무분별한 피프로닐 사용은 18년 전 국내 양봉 농가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1999년 5~6월 부석면·인지면 일대 양봉농가 83가구의 꿀벌(1081통)이 집단 폐사하자 서산시는 이 일대 꽃과 꿀벌 사체, 벌통 주변 토양 등을 시료 채취해 농업과학기술원에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제품 앞면에는 조류에게 사용금지 그림처럼 '벌에게 사용금지' 그림이 있고 제품 특징에 대한 설명에서도 "꿀벌에게 독성이 강하므로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이나 꿀벌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살포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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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양계농가들이 농업용 살충제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항변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양계농가에서 무허가 약품을 구입하면서 처방이나 허가 등 관리당국의 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불투명하다"며 "농민들이 피프로닐 농약 사용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원 A농장주 부부는 취재진에게 "약 구매 당시 어떤 종류의 약이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농약 판매상에서) 좋다고 하니까 썼다"고 말했다. 용도를 무시한 농약 판매상들의 무분별한 판매도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17일 경기도 양평의 한 농장 내 닭 사육장. '딱' 봐도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살충제 검출 계란농장들의 사육장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다닥다닥 붙은 '한 뼘 크기'의 사육장에서 붉은 볏 달린 닭들이 빼곡하게 고개를 내민 모습은 볼 수 없다. 6년째 자연농 방식으로 닭을 기르고 산란시키는 김주진 박사(65)의 사육장은 자그마한 목초지와 흙땅이 섞여 있고 오전에 내린 비로 작은 도랑에 물도 흘러내렸다. 닭들은 하루 종일 여기서 생활하다 산란 시기가 되면 알아서 우리로 들어가 계란을 낳는다. 김 박사는 방금 전까지 닭이 품고 있던 달걀 하나를 꺼내 껍질에 묻은 흙을 털어낸 뒤 건네며 "다른 빡빡한 산란장에서 낳은 생달걀과 우리 농장의 생달걀을 비교해 먹어보면 바로 안다"며 "스트레스 안 받고 자란 닭의 달걀은 샘물처럼 신선한 맛"이라고 말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에서 드러난 대표적 문제가 '밀집사육'이다. 시멘트 바닥에 가로·세로 20~30㎝의 A4 한 장 크기에 불과한 닭장에서 산란하는 게 보통인 농장에선 산란계가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어 농가들은 '고육지책'으로 살충제를 뿌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가의 94%인 1370여 곳 농가가 밀집형 케이지를 사용해 닭을 키운다. 김 박사의 농장에는 닭들이 스스로 흙목욕을 할 수 있는 자연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사육장 곳곳엔 닭이 흙목욕을 하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와 흙목욕 후 진드기를 날개로 털어내며 같이 떨어진 깃털이 수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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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가 닭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또 다른 비결은 자연 공급 방식의 모이다. 인공사료를 직접 닭에게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 먹을 수 있도록 사육장 흙바닥 속에 등겨와 낙옆, 잔반을 섞어 발효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그는 "공장식 사육으로 흙목욕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지만 산란장들이 화학합성 사료를 주며 닭을 키우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며 "인위적인 사료가 닭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년째 닭을 키우지만 인근 농장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덮칠 때도 여긴 피해가 한 번도 없었다"며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겨울에 밖에 내놓고 키워도 모두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곳 산란장에선 닭들의 분뇨도 따로 치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닭 사육에 문외한인 기자도 코끝에 닿은 냄새가 며칠 전 찾아갔던 공장형 사육장의 코를 찌르는 분뇨 냄새와는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발효된 먹이 냄새 외엔 양계장 특유의 불쾌한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김 박사는 공대를 졸업한 후 20년간 섬유 분야 무역업을 했던 샐러리맨으로 축산·농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김 박사는 "퇴직 즈음에 '기적의 사과'라는 책에서 썩지 않는 사과 내용을 보고 자연농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땄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곳 방사형 양계장뿐 아니라 '혜림원'이라는 무농약·무비료·무제초제 방식의 자연농장도 가꾸는 중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같은 자연농 방식의 양계·산란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닭이 200마리가량 되지만 하루 계란 생산량은 50개 정도"라며 "원가가 배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문하는 소수 고객에게만 공급하고 개당 1000원 정도의 높은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goo.gl/TWr1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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