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죠 ㅠㅠㅠ많은글로 보답할게요 !! ***
대학 다닐 때 일이야
그땐 참 체력도 좋은 게 시험기간 내내 밤을 새다시피 해놓고 마지막 시험 끝났다고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애들이랑 낮술 먹으러 술집에 갔어
대학가 근처는 거의 24시간 술집이 열려있으니 당연했는데 그날따라 좀 새로운 데 가보자고 그래봤자 번화가도 아니었는데, 다른 동네로 갔더니 문 연 술집이 없더라
첨에는 치킨 먹자, 곱창 먹자 했던 우리는 이젠 그냥 문만 열고 술만 팔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골목까지 다 살펴봤고 그러던 중 시간도 좀 지나기도 했고 웬 민속주점 느낌 나는 열려있는 술집을 발견했어
들어갔더니 아주머니 4분 정도 계신 테이블 하나 있고 손님이 없더라고.
막걸리랑 안주 몇가지 시키고 우린 수다 떨기 바빴지 겨울이었는데 몸이 좀 녹으니까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좀더 앉아서 쉬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참았어
술과 안주는 다행히 맛이 좋아서 우린 꽤나 마셔댔고 2차 가자고 일어났는데 아까부터 참은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은 거야
카운터에 화장실 물어봤더니 그 건물에서 한층 올라가야 있다고 했고 친구들을 카운터 앞에 세워둔 채 화장실에 들어갔어
기다리는 애들때문에도, 스스로 급하기도 했고 정신없이 칸에 들어가서 가방을 걸고 일을 보는데 갑자기 술이 훅 올라서 눈 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
근데 어떤 여자가 되게 조그맣게 뭘 말하는 소리가 들려서 내가 눈만 떴거든. 올랐던 술이 가라앉으며 빨리 일어나야겠다 하고 옷을 정리하는데 또 조그맣게 뭐라고 하는 거야 근데 그 공간감이 나랑 같은 곳, 그러니까 화장실 안에서 들리는 거. 작지만 선명한.
난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칸에 누군가 있겠거니 했어 옷을 다 정리하고 가방을 내리려는데 여자 목소리가 커진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냥 말이 제대로 딱 들렸어
"죄송해요"
근데 진짜 그 말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돌면서 가방에 손을 댈 수가 없이 아무소리 안 내고 그냥 가만히 얼었어
또 "죄송해요"
가방을 꺼내서 어깨에 맸어
"죄송해요"
그리고 문을 박차고 튀어나왔다
화장실 문이 철문이었는데 확 열고 나오니까 어느새 앞에 와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소리지를 정도였어
친구들 보니까 안심이 확 되면서 (화장실에 있을 땐 동떨어진 세계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았거든) 열린 문을 잡은 채로 내가 뒤를 봤는데
역시나 아무도 없더라 칸마다 문도 다 열려있고. 진짜 현욕 했었어
도대체 뭐가 죄송했을까?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혹시 내 어깨를 밟고 서있었던 거 아니냐고 하더라 도움 안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