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제사 물려받는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안녕하세요,

29살의 평범한 남성입니다.

 

추석이 다가오니 늘 고민하던게 생기게 되어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우선, 저는 장손입니다.

정확히는 독자죠. (아버지는 둘째입니다.)

모든 제사가 저에게 올인될 예정인 장손이자 독자입니다.

물론 재산 같은건 없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어릴때 돌아가셨고, 재산 분배를 할 필요가 없이 다들 가난하셨습니다. 빚도 없었지만요.

 

어쨌든 저는 어릴때부터 제사 지낼 아들, 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누나 네명에 사촌여동생 둘이 있었지만, 저를 좀 더 예뻐하셨지요.

그 때문에 누나들은 저를 질투하였고(친누나 빼고) 나이먹고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합니다.

그 외에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명절때 저희 세대는 저를 제외하면 아무도 오지않습니다.

저는 당연히 가야합니다. 장손이 안오면 안 되지라는 이유로요.

본가는 경남이고 저는 서울 살다가 지금 경기도에 살지만, 늘 갑니다.

이 부분이야 당연히 제가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취직을 하고(3년차 직장인입니다) 제 앞가림은 충분히 할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결혼 얘기도 나올테고, 큰아버지를 비롯한 아버지 세대는 연로해 가실겁니다.

언젠가는 저에게 물려주고자 하겠죠. 장손이니까요.

아마도 저 혼자 해야 할겁니다. 저는 장손이니까요.

 

그러면, 제가 있는 경기도에서 제사를 지내는게 맞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번 그 얘기를 꺼내볼까 하고 누나와 의논해봤는데 씨알도 안먹힐 거랍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성격이 너무 강하셔서 반대로 제가 쭈구리로 자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사 책임자인데 밑으로 내려가서 제사준비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큰아버지가 책임자이시니 큰아버지 댁에서 다같이 제사를 지내는 건데,

그렇다면 제가 책임자일땐 저희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맞는 이치 아닐까요.

 

또한 준비도 불만입니다.

어마어마하고 대규모로 준비하지는 않습니다.

전 때문에 눈물콧물쏟는 경우도 없구요.

단지 할머니가 살아계셨던, 어린 유아시절의 기억으로는 얼핏 며느리(저에게는 숙모님들, 어머니가 되지요)들만 전을 준비하고 저는 옆에서 고구마전만 주워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땐 늘 여기에 있는거 아니라고 쫓겨나곤 했지요.

지금은 간단한 나물과 생선, 부추전, 반찬류 정도만 준비하십니다. 제사 준비라기보다는 명절 맞이 반찬에 가까운 부분이 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역사 덕후입니다.

잠시 사설 역사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고,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사는 남성이 준비하였습니다.

오히려 여성이 제사 준비하면 부정탄다고 남성들이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일제시대에 잠시 유교 문화, 가족 문화가 붕괴되고 이후 문화를 다시 복구하면서 지금과 같은 왜곡되고 강력한 형태의 압박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도 제 집의 제사를 왜 며느리에게 맡겨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또한 원래 홍동백서니 그런 건 있지도 않았고,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들 위주로 올렸다 합니다.

이 음식은 저기에, 이 음식 올려야돼, 등등 이런 거창하고 사치스러운 준비도 이해가 안 갑니다.

만일 제 제삿상에 과일이나 생선 이딴걸 올리면 짜증날 것 같습니다.

됐고 치킨이랑 고기랑 라면 이런거 올려놓으라고 후손들 꿈 속에 가서 혼낼 겁니다.

 

더욱이 저희 집안이 그래도 아주 꽉막히지는 않아서, 제사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합니다.

종갓집도 아니고 원래 많이하지는 않지만 직계 가족까지는 계속 지내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반대 의견이 나와서 무산이 되었지요.

다름아닌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에 의해서요.

둘째인....아버지와, 그리고 어머니요.

그 제사 물려받을 아들의 고충은 생각이나 하셨을까요 ?

왜 거절을 하셨을까요.

 

이러한 여러가지가 종합되어서, 저는 결혼이 겁이 납니다.

부모님은 상당히 합리적인 분들이십니다. 올해 두 분 다 예순이 되셨지만, 지하철이나 바깥에서 눈쌀 찌푸리게 하는 몇몇 노년 분들의 모습은 절대 보여주신 적이 없습니다. 항상 행동을 조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만 끼치지 말아라 라고 늘 가르쳐오셨지요.

그래도 겁이 납니다. 동시에 옛날 분이시기에.

만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제 마누라는 명절 때마다 가본적도 없는 경남에 가서(천만다행으로 시골은 아닙니다만) 생전 처음 구워보는 양의 전이나 구워야 하는 건 아닌가 겁이 납니다.

싹 다 내가 할테니 부모님은 절대 얘한테 뭐라고 하지도말라 라고 소리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그릇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아예 데려가지 않고 둘러대거나 하겠죠.

비록 1년에 명절 합쳐봐야 열흘이 안 된다고 하지만, 마누라는 불행할 것 같습니다.

1년에 3일 가는 예비군만 생각해도 지옥같은데, 열흘이면 오죽할까요?

 

이런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부모님께 결혼은 하기 싫다고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장손인 니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답니다.

할아버지 형제분들의 자손들도 아들이 없어서 거기서부터 대가 다 끊겼다나요.

근데 분명 제가 알기로 유전자 정보의 대부분은 어머니로부터 옵니다.

저도 외가를 많이 닮았구요.

이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합니다. 족보는 있는 집안이긴 한데 그 족보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집안을 무시하는 언행인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걸 압니다. 역사 공부 괜히 한걸까요.

어쨌든 대를 잇기 위해 자손을 봐야하니 결혼을 해야한다 합니다.

저는 솔직히 싫습니다.

지금 취미도 확고하고 여자친구 없게 된지 2년이 넘었지만 외로운 적이 없었습니다.

삶도 재밌습니다. 돈도 잘 모으고 있어서 4년 내로 대출로 경기도에 아파트 살 겁니다.

이 모든 것이 결혼하고 자식을 보는 순간 산산이 부서질 겁니다.

원래 아이를 싫어하기도 하고 제가 왜 결혼을 해야하는지도 이해가 안갑니다.

 

그렇게 결혼한다 하더라도 위에 길게 말씀드린 제사 문제 등 때문에 마누라도 불행하겠지요.

그렇다면 저는 비혼 선언을 쭉 유지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물론 주변 사람들은 한심해합니다. 선언을 아무리 해도 저런 놈들이 내년에 청첩장 준다, 나중에 하고싶을 때 되면 너무 늙어있을거다 라고 합니다.

근데 아무리생각해봐도 저는 절대로 후회할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여자도 안 만나게 될텐데 그게 좀 씁쓸하겠지만 지난 2년간 아무 외로움도 불편함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몇 누나들에게 제가 처한 상황 말했더니 와...니 마누라 고생하긴 하겠다 결혼하려면 돈 진짜 많이모아야겠는데? 라고 하길래 그래서 그거때문에 결혼 안할거예요 라고 했더니 근데 집에서 압박이 오면 너도 어쩔수 없이 할거다 라고 합니다.

 

그냥 넋두리 좀 해봤습니다.

추석 설날때마다 늘 이런 고민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슬슬 압박이 현실화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서른이니까요..

 

혹시 이런 처지에 빠진 남성을 남편으로 둔 마누라분들이 계신가 싶어 글을 올립니다.

행복하신지

그리고 남편이 어떻게 대해줄 때 그래도 위로를 받는지

혹시 같은 처지가 예약된 커플이 보이면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은지...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