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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이렇게 음식하기 싫기는 처음이네요

det |2017.09.15 21:53
조회 10,954 |추천 21
20대 중반 여자사람입니다.제목 그대로예요 고민은...뭔가 해결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답답해서,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문득 화가 치밀어서 써 봐요. 결혼, 명절, 뭐 그런 거 관련이니 일단 여기 쓸게요. 잘못이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음슴체 한번 가볼게요.. 해본적도 없는데 잘 될까 모르겠네요




글쓰니는 어릴 때부터 명절 차례, 제사 등에 일손을 돕기 시작하다 고2 정도부터 거의 차례는 도맡게 됨.처음 시작한 이유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이고 도와주니까 고맙다고 너밖에 없다고 하셔서.


사실 차례상, 제사상 없애면 안 되겠냐고 하고 싶었는데 아빠 날뛸 거 같아서(그리고 그 꼴 보느니 내가 고생하지 싶어서) 그냥 내가 함...다른 지방에서 대학 다니게 되어서 평소에는 집에 안 오는데 그래도 명절엔 집에 가니까 그때는 장보고, 전부치고, 상차리고, 음식 썰고, 설거지하는 일을 쭉 맡음. 물론 엄마는 쉬지를 않고 나는 좀 앉아서 쉬라고 짜증내고 하면서 엄마도 많이 하심. 아직 나물 간 맞추는 건 엄마가.. ㅇㅇ



솔직히 힘듬. 그치만 나 아님 이 집안에 할 사람이 없는 거 같았음. 엄마는 평소에도 건강이 안 좋으시고 아빠는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폐해라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고(그래도 요샌 설거지는 한다.. 하ㅏ) 언니는, 언니한테까지 넘기기도 싫었음. 가끔 사촌새언니 와도 먼 데까지 온 사람 시키기도 뭐 했고.


난 심지어 벌초까지 따라갔음. 아빠 나이도 있는데 일하기도 힘들 것 같고 사람은 안 쓴다고 고집부리니까 그래도 내가 도와야지 싶어서. 가서 풀 갈쿠리로 긁어모아 버리고 호미로 뿌리 뽑아내고... 참 일 많이 했음 그리고 그건 전부 아빠랑 엄말 사랑해서였음.아빤 사람으로 보면 정말 나쁘지만(아빨 사랑하지만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라면 즉각 도망친다) 내 아빠니까. 우린 가족이니까. 내가 좀 더 일하면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았고.


이 내가 사랑하던 분이 이번에 어떤 사고를 쳤냐면,다른 여자랑 카톡에서 시시덕대다 걸리셨음. 엄마하고는 단 한 번도 안 하던 일을.



원래도 나쁜 사람이었지만 이건 도를 넘었음.언니는 아빠 원래 저런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참 미안하고 안쓰러움. 언닌 아빠한테 나보다 심한 일도 겪었으니(가부장에다 자식차별까지 하던 사람임) 아빠를 먼저 포기한 거구나 싶어서. 엄만, 전화해 보면 괜찮다가도 우울해하는 걸 보니 아마 나보다 더 심하겠지 지금.



아빤 다른 여자랑 썸을 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설렜을까? 기분 좋았을까? 대접받는 느낌에 우쭐하셨나?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속에서 불이 날 것 같음.진심으로 정이 떨어짐. 아빠한테 용돈을 받고 있는데, 옛날에는 돈을 늦게 보내면 아빠 어려운 일 있나 걱정부터 되었는데 요새는 이 인간은 도대체 뭘 어떻게 놀고 다니느라 이렇게 돈을 늦게 보내나 하는,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랄 만한 생각부터 튀어나옴.



이제껏 명절이며 집안일에 힘썼던 것도 내가 왜 그랬나 싶음. 내가 한심하고 창피해짐. 정확히 말하면 배신당한 건 내 엄마지만 내가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도 듬.



예전 같으면 이제 곧 추석이니 준비할 건 뭐가 있으려나 싶어서 음식 가짓수도 이리저리 생각하고 뭔가 특별한 음식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솜씨는 별로 없지만;;), 지금은 내가 이 사람을 이따위로 키워낸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꼭 이렇게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드려야 하나 싶음.


그래도 마지막 도리로 과일 몇 개 사다놓고 절은 해 드려야 하나... 어째야 하는지 생각도 안 남.


그래도, 몇 년간 해 왔던 정성, 그 마음은 다신 못 쏟을 것 같다.. 엄빠 사랑하는 마음 중에 큰 축이 하나 무너지니까 그런 거 같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음. 조언이나 할 말이나 위로나 아무거나 좀.아니면 그냥 읽고 지나가도 좋아요... 다른 사람에게 할 말을 여기다가 익명의 힘을 빌려 한 번 써 보는 거니까 쓰는 것만으로도 좀 풀리는 것 같네요.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추천수21
반대수7
베플예나|2017.09.15 22:07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엄마 모시고 가까운 온천이라도 다녀와요. 핸드폰도 받지 말고 연락은 두절. 가부장적인 사람은 정말 크게 당하지 않으면 잘못한 줄 몰라요. 사실 저도 아빠한테 질릴 대로 질린 딸이라 빅엿 날릴 기회만 엿보고 있어요. 시집을 왔는데도 사위한테까지 그러니까 신랑도 아빠 싫어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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