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은 실은 지독한 식물성이다. 그놈이 엉덩이를 닮은 신록의 구릉에 서있거나, 눈 지천의 깊은 마당을 둘러보고 놀라듯 담을 뛰어넘어가는 것은 나무의 허깨비들이 만든 허상이며 눈속임이다. 봄이면 헌 뿔을 털고 가지가 는 새 뿔을 달 때마다, 그 본질을 감출 수 없이 식물의 흔적을 알 수가 있다. 가지가 무성한 뿔을 기어이 감당 못할 즈음엔 만월의 대보름에 흙으로 돌아가 벚꽃 나무가 된다. 봄이면 벚꽃을 저리 피워내고는 바람에 실린 낙화로 눈을 저리 현혹하는 것이다. 벚꽃은 뿔의 비늘이다. 진화다.
아참, 클레오파트라는 대머리인 시저를 위해 쥐를 태우고, 말의 이빨과 사슴의 뿔로 대머리를 치료했다고 하네요. 효과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