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고 타는 버스는 항상 사람이 꽉 차 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친구랑 점점 뒷문 쪽으로 밀려났죠. 항상 그렇듯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옷이 보여요.
카키색 후드집업.
이젠 안 봐도 알 지경이에요.
항상 뒷모습만 보고, 몰래 보는 저는 슬쩍만 봐도
오빠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친구들과 앞문 쪽에 있던 오빠를 먼저 발견한 건 저일거에요. 오빠도 절 봐줬으면 하지만 그러진 않았겠죠? 해맑게 웃던 오빠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요.
그때 너무 당황해서 바로 눈을 피하고 등을 돌려버렸어요. 심장이 요동쳤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며 진정하고 뒤를 돌았는데
항상 보던 그 뒷모습이, 키가 커서 한참 작은 제가 올려다 봐야 하던 그 뒷모습이 제 눈 앞에 서 있는거에요.
그리고는 이어지는 인사.
"안녕하세요"
"안녕~"
딱 한마디 안녕하세요만 해도 좋은걸요.
욕심은 없어요.
저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는 앞 쪽에 있는 친구들이 뒷 쪽으로 와서 카드를 찍으려는데
굳이 자기가 찍어주겠다며 친구들 교통카드를 모아오던 오빠가 몇달 전이지만 아직도 생생하네요.
띡 띡 찍다가 코너에서 오빠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지만 봉을 잡아서 참 다행이었는데, 그 어정쩡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기기도 웃겼고 귀여워서 풉하고 웃어버리니,
그 뒷모습이 뒤 돌아 저를 보며 웃어주다 잘가라고 해주던 얼굴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버스를 탈 때마다 아른거리네요.
지금은 뭐할까요 그대, 자고 있을까요?
아마 여자친구랑 밤새 사랑을 나누겠죠.
뭐 어쩌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런거 밖엔 없어요.
오빤 그전 지나가는 일상 중 하나이겠지만
제 앞에 오빠가 나타날 땐, 그날은 그냥 날이 아니라 매일이 특별한 날이에요.
오빤 별 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저에겐 별 일 인걸요
그리고 항상 전 이렇게 익명으로 찰나의 행복했던 기억을 그리워하다 지쳐 잠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