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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과 부산, 짧았던 연애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우리가 헤어진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네. 

처음 헤어졌을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 

나는 취업하고 싶은 곳이 생겨서 자격증도 땄고, 면접 준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빠랑 헤어지던 날 번호도 지우고 카카오톡도 다 지웠어. 

오빠 번호를 외웠던 게 아니라 나의 마지막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더라. 

오빠가 이 글을 볼지 못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라 남겨.

      

6월 말에 내가 부산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만났지. 

같이 밥도 먹고, 치킨과 맥주도 먹고. 영화도 보고, 볼링도 치고 등등 

부산에 혼자 여행 오고 오빠랑 3일 내내 만났지. 

내가 제일 감동했던 건 일요일에 갑작스럽게 월차를 쓰고 

월요일에 오빠 친구랑 함께 하루 종일 나랑 같이 있어 준거야. 

만난 지 며칠 안 된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준 것이 너무 고마웠어.

 

월요일 우리가 놀고 헤어진 그 날, 오빠한테 연락이 왔지. 

내가 마음에 든다고, 사귀고 싶다고. 

연락을 보며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전화로 한 번 더 말했지. 

나는 정말 놀랐어. 이성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사귀자고 말한 게 처음이라서. 

오빠는 내일 일 끝나고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지.

     

내가 남포동에 있었는데 일 끝나고 남포동으로 달려와 준 오빠. 

그 날은 비가 왔는데 우산을 쓰고 나에게 한 번 더 고백을 했지. 

내가 이제 곧 천안에 가기 때문에 지금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천안과 부산 가깝다며, 사귀면 한 사람만 본다며, 잘해주겠다며. 

나는 오빠를 조금 더 알고 싶다고 우선 연락을 하면서 지내자고 했지. 

그렇게 우리는 3주 동안 연락을 하게 됐어. 

솔직히 나는 오빠가 꾸준히 연락을 할 지 몰랐어.  

그런데 꾸준하게 연락을 하고,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모습에 나도 마음이 열렸어.

 

그리고 3주 뒤, 주말에 오빠가 부산에서 천안으로 올라왔지.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오빠가 나랑 사귀고 싶다고 말을 했지. 

나는 천안에 나를 보러 온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어. 

5년 넘도록 연애를 안했던 이유가 내가 이성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오빠의 행동을 보면서 확신이 들었고 우리는 사귀게 됐어. 

오빠랑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나는 정말 찌릿찌릿 했어.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너무 예쁘게 하고, 표현을 잘 해줘서 너무 행복했어. 

태어나서 이성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아 봤어.

      

우리가 사귀고 그 다음주에도 천안으로 와서 우리는 데이트를 했어. 

오빠의 넘치는 표현이 처음에는 부끄러웠는데 언제부터인가 너무 좋고 행복했어. 

사귀던 첫 날에 오빠는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 했지. 

몇 년 동안 지금처럼 나에게 이렇게 대해주면 나도 결혼 하려고 했어. 

그런데 한 달도 채 안 만났을 때, 갑작스럽게 오빠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지.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한다는 것과, 교통비, 데이트 비용 등 부담이 된다고. 

나보고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천안에서 자기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라고.

 

오빠한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 얼마나 많이 운 지 알아? 

솔직히 나는 오빠랑 헤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갑자기 우리 사이가 끝난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고 두려웠어. 나는 이제 시작인데. 

많은 얘기를 나누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지.

      

오빠 입장에서는 내가 표현을 많이 하지 않아서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됐어. 

원래 표현을 잘 못한다는 나의 핑계로 오빠를 너무 힘들게 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다음부터 표현을 많이 하려고 노력 했어.

      

언제부터인가 연락 문제로 다툼이 시작이 됐지. 

1주일에 한번, 2주일에 한 번 밖에 못 보는 장거리연애였기 때문에 

나는 전화하는 것에 의미를 많이 뒀어.

목소리를 들어야 그나마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빠는 퇴근하고 힘든 와중에도 나랑 통화를 했는데 

나는 내 입장에서 통화를 더 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렸던 것 같아. 

오빠가 노력하고 있는 걸 알고 있으면 내가 이해하고 나도 노력한다고 할 걸.

나는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서운해 한 것 같아. 나에게 맞춰주기만 바래서 정말 미안해. 

연인사이에는 서로 노력해야 하는 건데 오빠라는 존재가 나한테 너무 커져버려서

내가 하는 말, 행동 다 받아 줄 거라고 생각했어.

오빠를 힘들게 하고 실망시켜서 미안해. 나의 지나친 투정이 오빠를 지치게 한 것 같아.

      

이런 연락 문제가 쌓이면서 우리는 헤어지게 됐지. 

새벽에 전화를 하다가 오빠가 이제 그만하자고 지친다고 했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어.

그 순간에도 나는 오빠가 점점 좋아지는데 왜 나는 더 힘들어지냐고 했지.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기전에 지금 끝내자고 한 오빠.

그래도 얼굴 보면서 얘기하자고 했지만, 만나도 달라질게 없다고 했지. 

나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너무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던 오빠가 

마지막에는 너무 차갑고 무서웠어. 결국 마지막 통화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어. 

오빠의 프로필사진은 다 내려갔고 비트윈은 연결이 끊겼지. 너무 허탈하고 허무하더라.

      

오빠와의 연락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냈는데...

오빠랑 헤어지고 3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

나에게 처음으로 온 이별은 감당하기가 벅찼고 너무나 힘들었어.

오빠가 나한테 했던 말과 행동,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이 자꾸 생각이 나서.

한 번 헤어지고 다시 재회했을 때, 다시는 헤어지자는 말 안하겠다고 했었는데...

평생 아껴주고 사랑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오빠, 차라리 시간을 갖자고 하지 그랬어.  

그러면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오빠에게 진심으로 사과 했을 텐데.

오빠가 나를 많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나는 바보처럼 언제나 오빠는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매정하게 헤어지자고 통보를 받았을 때는 오빠가 너무 밉고 원망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고맙고 미안한 감정만 들어.

나를 한없이 사랑하고 아껴줬던 사람이 헤어지자고 말한 건

내가 그만큼 잘 하지 못한 거겠지. 그래서 더 미안함이 큰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더욱 더 슬펐던 이유는 서로 좋아하는 걸 알면서 헤어진 거였어.

마지막 통화를 하는 순간에도 밥 먹었냐고 내 걱정을 했었지.

차라리 마음이 떠났으면 더 쉽게 잊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나의 착각인지 몰라도 오빠가 나를 좋아하지만 헤어지자고 했던 것 같아.

연애는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 한가봐.

 

오빠를 알게 되고 사귀었던 시간이 거의 두 달이네.

돌이켜보면 나의 두 달은 오빠 덕분에 정말 행복했고 꿈같았어,

부산에서 같이 데이트한 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나도 누군가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소중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빠를 통해서 알게 됐어.

 

오빠가 그동안 사귀었던 여자들이랑 나랑 느끼는 감정 자체가 다르다고 했지?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나보다 더 넘치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좋은 여자 만날 거야.

 

나는 짧게 만났던 연애라 쉽게 잊혀 질 줄 알았는데

같이 못해본 것이 많아 더 아쉽고 잊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

오빠가 나와의 짧았던 연애가 문득 떠오를 때,

힘들고 안 좋았던 기억보다는 좋았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어.

 

그동안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줘서 고마웠어요.

제대로 된 첫 연애를 오빠랑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진심으로 많이 좋아했어요. 그만큼 표현을 많이 못해서 미안해요.

나도 직장인이였다면, 우리가 같은 지역에 살아서 자주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은 부질없는 말 이라는걸 알지만 늦게라도 전하고 싶었어요.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게요.

이제는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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