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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차버린 남자의 아내가 부럽네요

ㄱㅎㅈ |2017.09.28 17:48
조회 10,669 |추천 1

내 인생 내가 선택한거지 누구 탓할 것도 없고. 그냥 요새 심란해서 판에다가 넋두리나 하고 이제 잊어볼까 합니다.

 

아이 낳고 망가진 몸매 다시 관리해볼까해서 9월부터 주민센터 주말 수영반에 등록했고, 거기서 제 또래 여자분을 알게 돼서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주민센터라 그런지 죄다 나이 많으신 아줌마들이신데 30대 중반인 여자가 있어서 엄청 반가웠죠. 그게 내 전 애인의 아내인 줄도 모르고...

마음도 잘맞고 착해서 서로 연락하고 지내다가 얼마전에 인스타 아이디 주고받았는데. ㅎㅎㅎㅎㅎ 거기에 제 전 애인이 따악 있대요. 해외 여행가서 아내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제가 찼습니다. 2년 넘게 사귀었었고, 그 사람은 저랑 결혼하고 싶댔는데 제가 찼어요. 이유는 딱 하나, 그 사람 집안이 좀 어려웠어요. 사람도 너무 좋고, 그 사람 돈도 잘 벌었는데 주변에서 다 말렸어요. 저는 부모님이 부동산 투자를 잘하셔서 좀 여유가 있는 상태였고, 그쪽은 부모님 노후 대책도 없고 본인 입으로 본인이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고 싶다고 했어요. 자기가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제 친구들 그 말 듣자마자, 돈없는데 심지어 효자라며 당장 헤어지라 했고, 부모님도 못마땅해 하셔서 자신없어서 제가 찼어요. 솔직히 하도 옛날이라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헤어진 이유 하나는 정확하게 기억나네요.

 

그래서 현재 남편 만났습니다. 공무원이고, 안정적인 직장이고 시댁이 부자는 아니지만 지방에서 과수원 겸 여러 농작물 재배하십니다. 때되면 과일, 농작물 올라오고, 멀리 사니 그닥 시댁 스트레스도 없고 만족하며 살았는데 딱 하나. 남편이 구두쇠구두쇠 짠돌이입니다.

뭐 공무원 월급 뻔하고 저도 돈을 생각없이 쓰는 사람은 아니라 처음엔 이해했는데. 나도 맞벌이하고 내가 번 돈 나도 쓰고 싶은데 잔소리가 너무 심해요. 집에 돈이 없으면 몰라요. 근데 시댁에 딱히 용돈 드리는 것도 아니고 둘이 충분히 버는데도 그렇게 짜게 굴어요. 애 낳기 전, 그 바쁜 출근시간에 집에 있는 모든 전기 콘센트 다 뽑고 나가야하고, 겨울에 욕조에 물받아 목욕하면 샤워만 간단히 하지 죄다 버릴 물 왜 담아 쓰냐고 난리, 장볼때 깜빡하고 장바구니 안들고가서 쇼핑백 사면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잔소리 하는 등등... 결혼전엔 전혀 티 안냈어요. 진짜 여자 못지 않게 남자도 결혼하려고 작정하면 연기를 하는구나 깨달았죠. 성격은 무난해요. 그닥 재밌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고치고 속썩이는 타입은 아니라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어요.

 

판에 있는 글 보면서 나만 힘든거 아니고, 혹은 나보다 심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현실순응하며 그냥 눈팅만 하고 지냈는데... 그놈의 인스타가 문제죠. 수영장에서 만난 그 아내분이 그렇게 부럽디다.

물론 SNS라는게 자신의 인생에 가장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곳이니, 그 집 속사정은 모르겠죠. 근데 그 남자에 대해 잘 알고있다보니 저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네요. 여자들이 참 좋아하는 센스있고, 다정하고, 지나가듯 한 말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남자. 진짜 현실 안따지고 연애했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결혼했을 그런 남자였어요. 딱 하나 그놈의 집안 수준 차이...

근데 인스타 속 사진에는 너무나 다정하게 찍은 부부 사진들이 있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때마다 이벤트해주는 남편에 대한 자랑이 널린 글들을 보니 부러운건 어쩔 수 없네요. 뭐 여자쪽이 워낙 잘 살아서 그렇게 여유롭게 사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요즘 자꾸 핸드폰만 보고, 인스타 들어가보고, 나도 모르게 지금 남편이랑 비교하고...

제가 봐도 진짜 어이없어요. 지가 싫어서 차놓고 이제와서 이러는 꼴

그래서 다음달부터 수영장도 등록안하고 그분이랑도 연락 안하려고요. 나만 속쓰리고 좋을거 없죠. 인스타도 당분간 지우려고요. 이제 육아 전념하며 잊어야겠죠. 남편이 날씨 추워지는 마당에 무슨 수영이냐고 말렸는데, 그 때 그냥 등록하지 말았어야 했나봐요. 참 후회됩니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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