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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가 하고싶어?

ahwlfl |2017.09.28 23:16
조회 2,591 |추천 7

 

 

내 소개는 간단히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해둘게.

나는 '좀 더 나은 유치원'을 찾아서 4년간 3개 기관을 옮겨다녔고

결론적으론 자발적 백수가 됐어

같은 꿈을 가진, 또 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과

좀 생각해 볼 문제인것 같아서 몇자 적으려고.

 

일단 나는 학창시절에 장래희망으로 유치원 교사를 꿈꿔본 적이 없어  

점수에 맞게 관련학과에 갔고, 대학들어간 김에 교직이수하고 싶어서 열공했더니

정교사자격증 주더라.

실습갔던 곳에서 선생님 선생님하며 나를 좋아라해주는 애들 모습에 반했고

무질서할 것 같은 아이들의 질서있는 생활이,

그 중심에 있는 선생님이 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서 직업을 결정했어.

또, 마땅히 할 게 있는것도 아니였고...

이력서 내고 면접만 보면 되니까 ㅋㅋ 이렇게 쉬운 취업이 어딨니

난 이게 내 복이고 행복인줄 알았지

 

이게 사립의 가장 큰 문제 아니야?

고가네에 적힌 몇글자만 읽고 그 유치원이 어떤 교육을 하는지

원장님은 교육관은 어떤지

어떤 마인드로 운영하는지

교사들 평판은 어떤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면접에서 물어봐도 형식적인 대답만 해 줄 뿐이지.

고작 작은반란 사이트 들어가서 수소문 해보는거?

 

쉽게 얻은 것들에는 그만큼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많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

그냥 빨리 돈 벌고 싶어. 취업하고 싶어. 하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아무데나 들어가면 낭패다.

 

원에서도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그 몇 십분 대화만으로 나를 뽑아주는지 모르겠다

일반 사무직 회사원들도  필기-인적성-면접 등의 복잡한 절차가 있는데

수많은 아이들의 '첫' 선생님임을 강조하는 유치원에서

교사를 자격증 하나 가졌다는 조건으로 뽑는게 맞는거야?

확실히 검증하고 들어가는 관문을 좁혀야, 채용되는 교사들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내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권위가 서고,

원장들도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아.

사립유치원의 합당한 체계가 잡히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지? 

 

정작 그들은 요즘 빽빽 거리면서 자기들 잇속은 다 챙기지만, 교사들 월급은?

고가네에서 국가호봉 준다고 적어놓고 4월 월급 줄 때 되서야

자기들 고유의 호봉표로 주는게 원칙이라고 말바꾼다

국가호봉 받고싶으면 임용봐서 국공립가 ^^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사립호봉이든 국가호봉이든 원장재량인데 어쩌겠어

나가면 내 손해인데 그냥 버티는거지

사립유치원교사들이 원의 부당함을 말하지 못하는건 그들이 정당해서가 아니야

그냥 양들의 침묵인듯...

 

대들었다가 낙인찍혀서 이 유치원  생활이 힘들어 지진 않을까 ?

박차고 나가봤자 원장들끼리 말 주고받는다는데 다른데 취업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연차가 높아질수록 원을 옮기는 건 더 부담스러운 일인데 내가 또 갈데가 어딨어?

이런 생각들로 고민할 때 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부당했던 기억은, 반발 해 보고 싶었던 생각은

다 지워지고 현재의 힘듦만 남는다 ..

 

8시에 출근해서 일찍 퇴근해야 9-10시인데 내 생존 이외의 것들에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랄까?

행사잡히면 아무런 대가도 없는 주말출근은 당연하고

야근 수당은 .. 생각조차 안해봤고 저녁먹는것도 눈치봐가며 ..

(야근때가 되면 라면박스 쌓아놓고 매일 저녁 그걸로 끼니를 때우는 곳도 있었다)

나보다 높은 경력 선생님 눈치봐야하지 원감눈치 원장눈치 ...

그냥 오늘 하루 잘 버티면 감사하다 생각되는 하루속에서

내 권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였어

 

근데 그게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인줄 왜 몰랐을까

무슨 말이든 네네네네.. 침묵으로 일관하던 나는 그냥 일하는데 부리기 쉬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

 

그저 그렇게 취업 했고

늘 상식밖의 일을 겪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말하지 못했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진짜 아이들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면,

임용봐서 국공립 유치원 가자고 이야기 하고 싶어.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많은 아이들과 함께하다보면 몸도 마음도 지칠때가 많아..

사립 유치원에서는 내 몸과 마음을 추스릴 시간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은 보이지가 않게 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사와 야근, 관계에 따른 스트레스에

나 자체가 예민 덩어리가 되어버려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은 잊게 돼..

그걸 경험했고,

그래서 난 절대 내 아이가 있다면 절대 사립 유치원에 보내지 않을거야  

 

너무 횡설수설했다.

국공립유치원이라고 모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겠지.

다만 교사들의 최소한의 처우와 대우가 명백하게 정해져 있고

그걸 이행해주는 곳이어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

그러려면 공부와 싸울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하지만 ... ^^

나도 지금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야

아직 보장된 미래는 없지만 나를 위해 뭔가를 쌓아가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사립유치원에서도, 선생님 구하는일이 어려워지면 스스로 개선책을 세우겠지..

그러니까 제발 아무데나 가지마 ㅜㅜ

다 똑같다는 말만큼 바보같은 생각이 없어 ..

노력없이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사립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들이라면,

부당함과 부딪혀 보는 용기를 가지자는 것 !

사소한 것이라도.. 목소리를 높여야 들리는 법이니까 ..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웃는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잘자!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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