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네
늘 썼다 지우고 그랬는데, 오늘은 조금 기분이 좋아진 김에 익명이나마 동성채널로 글을 올린당..언제 또 지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냥, 늘 보면 이성연애 하는 사람들 이별글만 있길래 동성애 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사랑하고 이별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기도 했어.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 나름 잘 이겨내가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마음도 좀 있다.
나는 양성애자고, 이제 이별을 한지 한달 반쯤 되어가. 첫사랑이었고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 결국 이별을 하게 된게 믿겨지지는 않더라.
처음엔 그냥 내가 다 잘못한것같고 입맛도 없고 길가다가도 막 주륵주륵 울고 그랬어. 잡기도 엄청 열심히 잡았다. 이게 처음 헤어지는건 아니었고 두번째 헤어진거였는데, 두번다 얼굴 보고 헤어지지 못해서..카톡으로 다음날, 한달쯤뒤 생일 지나고 이렇게 두번잡고 며칠 지나서 전화로 한번 더 잡았다.
카톡으로 잡을땐 상대도 나를 좋아할지도 몰라같은 마음이 미련처럼 남았는데, 전화해서 정말 명확히 듣고 마음을 잡게되더라. 나는 이제 혼자가 편하고 한동안 연애를 하고싶은 마음이 없다. 이걸 전화하는 동안 붙잡으면서 몇번이나 들었거든. 카톡으로 두번잡은건 솔직히 감정에 치우쳐서 잡은거였는데, 전화로는 정말 노트 몇장이고 글써가며 내 생각 내 마음 정리해 전한 이야기라 정말 나는 다 전했고 할만큼 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더이상 안잡고 그냥 하고싶었던 말들 마저 더했어. 내가 가지고 있던 나쁜 문제들 이젠 잘 해결되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나 그래도 나름 잘 살고 있다, 하고싶은것들 못했던 것들 아쉬운것들 그런 이야기들 다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미련인거 알지만, 우린 친구로 지내기로하고 정리했던 사이였고 두번째 카톡으로 잡을땐 이사람이 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이후로도 연락 안하겠다 싶었어. 그래서 전화 다 마쳤을땐 그건 아니게 되어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전화로 약속했거든, 친구로 지내는건 내 미련이라 못하겠고 이제 연락도 내가 먼저 못하겠으니까. 나중에 다시 연애하고싶어지면, 잠깐 떠보는 연락아니고 만나서 밥이라도 먹을 수 있을 때, 옆에 아무도 없을 때, 다시 내가 너를 만나서 좋다고 꼬셔도 괜찮을 때 그때 연락달라고 약속했어. 나도 옆에 아무도 없을 때 연락 받겠다고 했다. 그렇게 끝났어.
물론 내가 구질구질하게 더 말 붙이기는 했다 핳핳..몇년동안 연락없으면 내가 나 잊었나 연락할지도 모른다, 번호바뀌었을 땐 연락하긴 할거다, 너도 번호 바뀌면 연락줘라, 내가 이렇게 말해놓고도 못참고 연락하면 받아주지 말아라, 그래도 미워하지는 말아라...그냥 이런 것들.
상대가 착해서인지 죄책감에서인지는 몰라도 다 듣고 받아줘서 고맙더라. 뭐 그렇다고 다 받아준건 아니고 잘라낼건 다 잘라내고 대답해준거지만..몇년 지나서 연락할 일은 없다고 일이년안에 연락할거라고 대답해주는데, 그게 진심이라는건 느껴져서 이제 정말 잡는거 그만 두게 도와줘서 고맙더라. 순간의 진심이어도 좋았어. 사귀었던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거짓말 아니라는건.
그래서 이제 연락을 마냥 기다리지 않아. 날 잊지 않았다면, 올 연락이라면 오겠지 싶으니까.
그래도 여전히 왜 우리가 헤어졌나 종종 생각해. 상황이 힘들어졌던건 너였고 애정이 식어가는 것도 너였는데, 그래도 너는 나를 놓지 않았으니까. 지친 네게 애정을 갈구하며 지치게 했던것도 나였고, 먼저 헤어지자 말하는 것도 나였으니까.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너와 나는 아직 잘지내고 있었을까. 헤어지고서 혼자인게 편하다고 말하는거보니 어차피 빠르든 늦든 맞이할 일이었을까.
나는 다시 너와 연애하게 된다고 해도 네가 힘들어지면, 내가 힘들어지면 이렇게 연애를 다시 끝내게 될까봐 그게 무섭고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네가 여전히 너무 예뻐서, 여전히 너와 함께하고 싶은데 너는 다시 만나서 날 봐도, 옆에 아무도 없고 이제 다시 연애를 하고싶어도, 내가 네 옆에 함께하는걸 바라지 않을까봐 무섭다.
이렇게 딱 두가지가 무서워. 나를 버리지 않기로 약속한 너고, 너를 포기하지 않기로 약속한 나인데 결말이 이렇게 되어서 그게 너무 슬프고 무섭다.
그래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해. 상황 뿐만이 아니라 내 자존감 문제도 좀 컸었고, 나도 이제 졸업인데 취직도 해야지. 좀 더 한 사람 몫을 하는 사람이 될거야. 나도 한동안 누굴 만나기가 힘들것 같으니까, 다시 연애해도 괜찮은 상태가 됐을때 좋은 사람이 옆에 오면 다시는 똑같은 이유로 놓치지 말아야지.
내가 이렇게 무서워하는 일들이 다른 사람이라고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아니고, 내 옆에 다시 올 좋은 사람이 네가 될지 다른사람이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너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마음을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아무리 말해도 주변에 나 이별했다고 광고를 해도 어디가서 자꾸 또 말하고 싶어서 결국 판에 글을 올리는거지만..이렇게 보여도 나 진짜 나름 잘 이겨내고있어.
가족들이랑 사이도 더 좋아지고, 커밍아웃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고, 평생 생각없던 결혼에 대해서도 고민해봤어. 비글같은 성격은 어디 안가서 글리같은 드라마 보면서 집에서 춤추고 놀기도 하고 불륜소설 읽으면서 더 엇나간 사랑이야기도 간접체험해보고..안가봤던 집근처 맛집들 탐방하면서 먹방도 열심히 찍고있어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고 여전히 말하고싶은것들, 같이 하고싶은 것들이 쌓여가도 괜찮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나 위로 진짜 많이 받고 집에서 안우울하게 주변사람들이 많이 불러내서 챙겨주고 그래.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많이 말하고 같이 뭐하고 그러면서 지낸다.
이제는 너 생각해서 마음 복잡하고 혼란스러워도 하루종일 우울해 하지는 않아. 네생각으로 웃기도 좀 웃어. 내가 좋아했던 네 모습들이 문득문득 떠오르거든. 내가 울면 같이 울어주던 네가 너무 그립지만, 이젠 내가 울어도 너는 아무렇지 않은거 받아 들여야지.
네가 날 많이 좋아했던건 이제 과거지만, 그래도 나는 과거에 네가 나보다 사랑이 빨리 식기를 바랐던 마음을 후회하지않아. 내게도 계속 되뇌이는 말이지만, 내 마음이 먼저 식어서 네가 상처받는것 보다는 내가 상처받는게 낫다고 생각되니까. 나는 너처럼 이렇게 잘 받아주면서도 여지없이 정리하지 못했을거야.
쓰다보니 글이 들쭉날쭉하고 길기만 엄청기네...그냥 결론은 이렇게 나쁘지 않게 이별중입니다 이런거야. 이젠 상대방 sns보는 것도 그만 둬야하는데, 그건 여기와서 맨날 야구방망이에 처맞듯 물어보고 참아야할까봐..얘들아 나 전애인 sns보고 싶은데 봐도 될까? 이러면서 말이야...다른건 다 참겠는데 아직 이게 안참아지네..어차피 봐도 나없이 잘사는 모습뿐이지만, 그래도 이사람 아직 숨은 쉬고 사나 궁금해. 참아야지, 참아야지.
긴 추석연휴 너희도 신나는 거 보면서 집에서 춤도 추고 근처 맛집들 찾아가보면서 맛의 신세계도 좀 찾고 그래. 우울하게 앉아있으면 계속 생각나서 더 우울해..헤어지면 사람이 구질구질하게도 살다가 좀 웃기게도 살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같다. 우울해 할때 누가 옆에서 치킨먹을래? 물어보면 응!하고 대답하고 열심히 닭다리뜯는 강한 사람의 삶을 살아야지.. 너무 늦게자면 또 우울해지니까 이만 자야겠다. 여기 사람들도 너무 늦게자지말고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