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나 이런 게시판 보면 가난한 남자와 결혼 괜찮을까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음. 그런 사람들 대다수가 본인들은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겪지 않아봤던 사람들임. 그래서 가난 속으로 본인이 들어가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글들을 올리는거 같음.
나는 결혼할 때 남자 인성은 당연한거고 경제력 많이 따졌음...만난 사람 중에 동갑인 애가 애는 참 착하고 바른데..아버지가 imf이후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하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신다고...어린 나이기도 했지만 헤어졌음. 결혼할 나이 즈음 해서 만났던 다른 남자는 들어보니 뭐 하나 정착을 못하고 이것저것 해댔음. 쇼핑몰도 했다가 회사 다니는데 이직이 잦음. 그리 공부 머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데 막판에 서른 넘어서 소방 공무원 준비한대서 헤어졌음. 그리고 나는 지금 착하고 경제력 좋고 성실한 남자 만나 살고 있음.
난 가난이 너무너무 싫음. 그래서 다 좋아도 경제력 안되면 미련없이 헤어졌음. 왜냐면 정말 깊이 깊이 느끼며 살아왔고 또 가난하면 여자가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다섯자매 중 막내고 다 출가를 시킨 지금도 농사를 지으심. 아빠는 원래 공무원이었으나 사회생활을 매우 어려워하는 성격과(술,담배 아예 안하시고, 책만 좋아하심. 농사를 그렇게 오래짓고 나 태어나 한번 이사했으나 찾아오는 친구 하나 없음)집안에 큰일이 생겨서 그 충격으로 겸사겸사 공무원을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함. 엄마는 친정이 좀 살았어서 고생을 거의 안하고 산 사람이었고 큰언니 말론 아빠 공무원 하실때만 해도 사람 부리며 살았음. 그러다 다 쓰러져 가는 집으로 이사하고 농사를 짓는데 부모님 두분 다 요령도 없고 그저 열심히만...점점 더 가난해져 가는 가운데 자식은 계속 늘고 결국 다섯이 됨 ㅠㅠ (현재 부모님 연세 80을 항해 가니 그 당시 피임에 대한 개념은 없었던듯 ㅠㅠ)
큰언니는 고등학교 진학부터 가지 않는게 어떠냐고 제안받음...학교 다니지 말고 돈 벌어서 동생들 부양하라는 의미...둘째언니는 머리는 괜찮았으나 본인이 공부에 취미가 없어 고졸하고 회사 다니다 일찍 시집 감. 문제는 셋째부터. 셋째언닌 그닥 머리가 좋은편은 아니나 근성이 대단함. 학원도 안 다니고 경기도권 4년제 붙었으나 아빠가 못 보낸다고(그것도 학비 싼대로 지원하느라 시립대였음) 전문대 가라함(전문대는 전액 장학금인가 조건으로 붙음) 언니가 등록금만 주면 나머지 알아서 하겠다고 몇날 몇일 설득해 4년제 가서 장학금도 타고 못 받을 땐 알바 미친듯이 해서 마련해서 졸업. 넷째언닌 머리가 좋은편. 언니 역시 수학 학원 하나 다녔는데 곧잘 공부했으나 이과 택하며 수학에 망조가 들어 수능을 잘 못침. 진학 고민하다가 등록금도 문제인데 자취, 기숙사 모두 생각할 수 없어 둘째 언니에게 얹혀 살려고 단&& 천안캠을 택함. 나 역시 공부에 취미가 없어 전졸 했음. 여기까진 가난해서 학력에 제한 받은 썰이고...
우린 아주 어린 나이부터 노동에 가담했음. 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 5시에 일어나서 모판 떼고 등교함(모내기 전에 뿌려 놓은 모들을 한곳으로 수거하는 작업). 또 아빠와 언니들과 농약 줄 잡아주러 다님. 주말에 하루는 무조건 종일 농사일을 해야함.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시기부터 낮에 농작물 팔로 시장 가셨다 막차 타고 오시는데 어린 나이에 엄마 못 보고 잠들 때 많음. 초등학생 때는 내내 엄마가 저녁 해준거보다 언니들이 저녁 해 준적이 훨씬 많음. 고기는...일년에 한번 제사 때에 올라오는 산적 먹는게 전부. 생선 역시...어린 나이에 못 먹고 일찍부터 일해서 그런지 난 체력이 말이 아님. 주변 사람들이 하우대만 멀짱하고 육십대 같다고;;한번은 어린나이에 매일 콩자반, 동치미, 김치 세개만 올라오는 밥상에 승질나서 밥상 엎을라고 들었다 놓고 혼나서 골로 갈뻔함...
참..가장 중요한거...엄마가 진짜 엄청 고생을 하심...시장에서 난전을 하셨는데 한겨울 빼고 나머지 계절에 춥건 덥건 바닥에 스티로폼 한장 깔고 반나절을 앉아 장사를 하셨음...엄마 허리 수술 세번 하시고 장사 하시며 끼니도 아까워 안 드셔서 위장 장애도 있으심. 뭐,,엄마는 엄밀히 말해 그당시 공무원이던 아빠를 만났으니 그렇게 고생하실 줄 몰랐지만 살다가 아빠의 선택으로 한순간 모든게 무너지며 엄청 고생을 하신거임..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거나 살면서 가난해지면 부부 둘만 힘들어지는게 아니고 자식들도 무척 고되게 살아야 되고 삶에 제약이 너무나 많은 거임. 요즘 시대는 경제적으로 힘들면 애를 아예 안 낳긴 하지만...여자가 애를 낳고 회복이 안된 몸으로 자기 커리어에 욕심 때문에 자발적으로 복귀하는거랑 외벌이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갓 백일 된 애 맡기고 일하는건 다른거임. 가끔 내가 벌면 되라는 자신감으로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려는 사람들은 일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거임. 오늘도 이런걸로 고민하는 분들께 가난이 오면 어떻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어 장문을 게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