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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의 연인인 너에게

두해브비 |2017.11.03 04:39
조회 586 |추천 2
나를 위해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의 말처럼 읽지 않아도 좋다. 읽어서 좋을 것 하나 없을 이야기뿐이다.

 너와 헤어진 날부터 지금까지 너와 헤어졌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해본 일이 없다. 누군가 물어봐도 헤어졌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잘 지내고 있지"라고 할 정도로 헤어졌다는 말은 참 어려운 말인 거 같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펑펑 울기도 하고, 슬픈 노래도 듣고, SNS에 흑 역사도 남기고, 밤에 문자와 전화로 매달려보기도 하며 이별을 인정해야 하는데, 너와의 이별에는 그런 일을 하질 못했다. 울지도 않았고, 슬픈 노래도 듣지 않았고, SNS도 안 하고, 연락도 안 했으니까. 그저 네가 먼 나라로 유학 갔다는 느낌으로 매일을 보냈다. 

 정말 헤어졌다는 걸 실감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너는 나에게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연인이었어서 네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너는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존재만으로 내가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남녀를 떠나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 재미있고 행복하자고 너를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다. 

헤어지고 나서, 네를 생각했다. "네가 잘 살면 됐다. 더 많이 웃고 행복하면 됐다.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중요한 거니까 그러면 됐다"라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을 이유는 수백 개쯤 되는 거 같다. 결국 다 내가 미안한 일이니까, 너에게 더 잘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매일 밤 머리를 스친다. 

너는 완벽했다. 내가 꿈꾸던 그 모습보다 훨씬 더 완벽한 미래였다. 내가 너를 통해 완전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불완전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의 모습보다 훨씬 더 - 너의 어려움을 아무 말없이 눈치채기에 나는 능력도 눈치도 센스도 없었다. 그래서 둘 다 행복할 수 없다면 너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더 행복해하는 거 같아서, 나도 그냥 여기 서있기로 했다. 

이따금 남들이 나를 위해 "아냐 다시 만날 거야"라는 말을 할 때, "아니야, 그러지 못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나를 보니 내가 너를 참 잘 알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일 줄은 몰랐다. 

너를 20살에 만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20살 때 만났다면 너는 아마 나를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의 나라서 네가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 것임에 감사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어른으로 28살에 너를 만났으면 네가 떠나지 않았을 것을 알기에, 그러지 못한 나의 조급함을 원망한다.  

나는 지난 연애들을 결국 만날 누군가를 위한 학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만큼은 그런 연애가 아니길 바랐다. 미완의 나를 너를 통해 완성시켜 나가버린 나는 너에게 죄의식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면, 그 옆에 네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내 옆에, 그 의자에 네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편지는 내가 너와 헤어지는 첫 시작이다. 

인생에 굳은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면 너와 그 모든 것을 함께 견디고 싶었다.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옆에서 손을 잡고 서보니, 내가 너에게 바람이고 파도이더라. 그래서 네가 그런 나를 알아채고, 나를 막아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기 전에 나는 부서지기로 했다. 

나를 감당하느라 고생했을 너에게 내 모든 사랑을 담아 이별을 전한다. 너와 친구일 수 있었던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그냥 친구였던 여자친구였던 모든 순간을. 

내 모든 감사와 사랑을 담아서 -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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