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어릴때부터 꼬였던 엄마와의 관계가 아직도 절 괴롭히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한점도 분명 엄청 많지만 저는 아직도 엄마가 싫습니다. 머리로는 어머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그게 안되네요
어렸을때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20대 초반이며 아버지는 방송국에서 근무하셨기 때문에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쭉 서울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중학교 교사였습니다.
제가 7살때까지는 정말 화목한 가정이였고 남부럽지 않은 이쁨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너무 어릴때라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때는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그러나 8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제가 학교에서 계속 말썽을 부리고 친구들과 싸워서 어머니가 정신과를 데려갔는데 ADHD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언제나 제 편이었던 어머니가 엄하고 따끔한 교육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매달 꾸준히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가며 절 바꾸려 노력했고 어머니의 정성이 통한 것인지 2년 뒤(초3)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병원이든 의사든 선생님이든 이제 너는 문제없고 생활도 잘한다는 말을 듣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절 환자 취급을 했습니다.
아 물론 겨우 이런거 가지고 어머니가 미워질수는 없죠. 그때 당시는 어머니가 밉다는 감정은 전혀 없고 그냥 엄한 면모가 무서웠던거 같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점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사춘기가 왔고 어머니는 절 여전히 환자 취급했죠.
중1때 한가지 터진 사건은, 어머니가 정신과 병원을 가자고 계속 말하는게 싫어서 방문을 닫고 그 문을 못열게 몸으로 막고있었습니다. 근데 그때 당시 문고리가 고장나서 빠진 상태여서 손잡이가 없이 구멍이 훤히 뜷려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을 잠글수가 없어서 어머니가 강제로 열려는걸 힘으로 방문을 막고 있었죠.
근데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주방 가위를 가져와서 그 문고리 빠진 구멍틈으로 찔러넣었고 제 손바닥이 그대로 뚫려서 피가 철철 났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방문이 열려서 어머니가 제 손을 보고 당황하셨는지 바로 응급실로 데려가서 6바늘 정도로 봉합하긴 했고 수술받을때에도 울면서 미안하다 잘못했다 했는데 이때부터 전 도저히 어머니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기 힘들었습니다.
중학교때 사춘기가 오고 서로간의 자잘한 말다툼, 갈등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공부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최상위권이었고 전교 7등까지 해 봤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영 만족 못하셨는지 칭찬은 커녕 왜 1등은 못하냐 최소 5등 안에는 들어야지 10등 15등이 뭐냐 이런식이여서 속으로는 참 답답했죠.
그리고 PC방 가는거나 만화책을 읽는 등의 개인적인 취미생활도 못하게 막아놓고 집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사용 못하게 해뒀더군요. 이때 컴퓨터 못한건 지금도 한이되서 게임 매니아가 되버렸습니다.
또 이때 제가 잘못한걸 말하자면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담배를 피기 시작한것인데 안걸린것도 아니고 여러번 걸려서 선생님들한테 훈계당하고 너네 어머님은 교사인데 넌 왜그러냐 공부만 잘하면 다냐 이런식으로 엄마 망신을 줬죠. 물론 제가 잘못한거니 할말은 없습니다.
이때 터진 또 한가지 사건은 집밥 때문에 서로 감정의 골이 커진 일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요리를 엄청 못하는 편이여서 제가 직접 해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어머니가 순두부찌개를 차려주셨는데 맛이 도저히 참기 힘들어서 좀있다 내가 요리해서 먹는다 하고 밥상을 떠나려 했는데 붙잡으면서 왜 안먹냐고 하니까 솔직히 얘기했죠 맛이 없어서 내가 요리해서 먹겠다
그런데 그 순간 어머니가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낸다음 제 머리위로 붓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미동도 안하고 머리위로 떨어지는 콜라가 없어질때까지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직후 저는 어머니가 만든 순두부찌개를 싱크대에 그대로 붓고 방에 들어갔죠. 그 이후 겸상하는일이 적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저희 어머니 말씀만 듣고 아직도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셨지만 아버지랑은 대화가 잘통하고 취미생활도 비슷해서 큰 갈등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턴 성적 관련해서 더 갈등이 심해졌고 어머니는 절 강제로 대안학교로 보내려 하다가 아버지의 제지로 실패하고 학교를 자퇴시키려 하다가 이것 역시 만류당해서 결국 방학기간마다 기숙학원에 보내서 정신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참고로 제 고등학교 성적은 나쁜편은 아니어서 현재 서울 유명 사립대 C모 대학에 입학해 있는 상태입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식을 구속하고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머니를 아들은 이제 더이상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갈등은 점점 심해졌고 고성까지 서로 오갔죠.
저는 학생신분임에도 담배를 피웠다는걸 제외하면 초등학교때 ADHD 완치이후로 사고를 친적이 단 한번도 없고 무난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제가 학생신분으로 담배를 핀건 무조건 잘못한 일이며 다른 사고친게 없다고 해서 저의 잘못도 가벼워 지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제가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절 대안학교에 보내려 했고 정신병자, 불량아 취급은 점점 심해졌죠.
그러던 어느날, 성적 문제로 또 대판 싸우다가 각자 방에 들어갔는데 한 10~15분쯤 지났을까 여동생이 제방으로 와서 엄마좀 살려달라고 울면서 달려오길래 다급히 안방으로 달려와보니 어머니가 자살시도를 했더군요. 추후에 알아본 바로는 우울증 증세가 심각했다 합니다.
호흡은 이미 끊긴상태였고 저는 앞뒤 가릴거 없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을 하고 동생한테는 당장 119에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호흡은 돌아왔고 119 도착 후 응급실로 바로 직행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말로는 호흡이 끊긴 이후 골든타임이 지난 다음 심폐소생술을 해서 뇌가 정상적으로 돌아올수 없을 확률이 높다고 했고 이는 불행하게도 현실이 되었습니다. 뇌졸중 판정을 받고 지금 이순간까지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엄마는 장애인이 되었고 아버지는 휴직을 쓰고 제주도로 돌아와 저희 남매를 돌봐 주었습니다.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하루아침에 가정이 뒤집어진 상태라 혼란스럽고 어지러웠습니다. 특히 동생은 정신적 충격이 심했는데 고양이를 분양받은 이후에 마음이 평안해졌는지는 몰라도 상태가 좋아져서 무난히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도 들어가서 저희 가족은 어머니가 평생 병상에 누워 있다는 거만 빼면 다 자기 길을 잘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저는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가기가 죽어도 싫습니다.
아버지랑 동생은 같이 병실에 가면 즐겁게 얘기하고 어머니랑 교감도 하는데 저는 왠지 모르게 눈도 못 마주치고 할 말도 없습니다.
아들을 아버지없이도 직장까지 다니면서 잘 보살피고, 교육적으로 엄청 신경쓰고 엄하게 키운 것들은 머리로는 다 이해가 갑니다. 근데 제 마음을 도저히 숨길수 없어서 병문안을 가기 싫습니다.
엄마가 싫습니다. 아직도 제 손에는 칼빵 자국이 있고 정신병자 취급 받고 구속되었던 시간들은 생생합니다.
제가 아들로서 잘한거 또한 하나 없지만 엄마는 도저히 가까이 하기 싫은 존재입니다.
병실에 가서 엄마한테 할얘기없냐고 부추깁니다. 전 할말이 없습니다.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눈물 한방울 안흘렸고 말 한마디 안했습니다. 어쩌란겁니까 아들은 할말이없는데....
똥오줌 기저귀도 갈아주고 제 돈으로 물품(기저귀, 크리넥스 등등)도 다 삽니다. 목욕도 도와줍니다. 아무리 싫어도 자식으로서 도리는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마음속으로는 정말 힘듭니다. 초점없는 눈동자만 계속 봐도 토할거같고, 엄마를 사랑한다거나 미안하다는 감정도 없습니다. 그저 자식이기 때문에 병문안도 가고 똥오줌도 받는 겁니다.
즉 머리로는 어머니 대접을 하는데 마음으로는 싫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감정이 없습니다. 하라니까 하는 겁니다.
제가 후레자식새끼인지, 저도 잘못했지만 엄마에 대한 감정이 나쁜건 정상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술먹고 마음이 불편해서 두서없이 썼는데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작 아닙니다 손바닥 칼빵난 사진으로 대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