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고, 양성애자입니다.전에 남자친구를 사귀었던 경험이 있으나 학생 시절이라서 그냥 친구처럼, 연애 감정이라기보단 편하게 자연스럽게 남자친구를 사귀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1년째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이 친구는 본래 가정 불화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과 애정결핍 등 마음의 병이 있는 친구였고 처음에는 친구로 시작하면서 서서히 그 친구의 마음을 열었고, 서로 빠져들어 연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친구를 만나고 6개월쯤 후부터였을까, 이 친구는 저에게 관계를 요구했습니다. 그 때가 처음이었고, 두려움을 갖고 응했습니다. 그 친구는 성관계가 연애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고, 저는 전에 남자친구를 사귀던 때부터 관계는 연애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여자친구가 요구할 때, 빼지는 않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좋아했으니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만지고 싶다, 자고 싶다라는 말을 톡으로 보내면 제가 은근슬쩍 회피하는, 그런식이었습니다.
여자친구와 그 문제로 다툼이 꽤나 자주 불거졌고, 이유를 찾던 저는 제가 무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의 감정은 느낄 수 있고, 성관계를 가질 수 있으나 제가 원해서가 아닌 상대방을 위해서 관계를 갖고, 상대방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제 인생을 돌아보니, 저는 누구에게도 성적인 끌림을 느낀 적이 없더군요. 그냥 같이있으면 좋고, 편하고, 행복한 감정. '감정'뿐이었어요. 여자친구와 관계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자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거부하면 여자친구가 실망하고 상처받는다는 생각에 응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왜 하필 자신을 만나며 그걸 깨달았냐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여태까지 연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가진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고, 요구를 받은 적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모두가 나와 같으려니 하고 살았던 거죠.
여자친구는 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합니다. 어떻게든 맞춰서 살면 안되겠냐는 입장이죠.성적인 행위가 연애에서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생각하는데도요. 그저 자신이 양보할테니 관계횟수를 줄여 응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자친구의 머릿속에는 제가 무성애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자신의 요구로 관계를 가질 때마다 제가 그저 맞춰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앞으로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여자친구는 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합니다.
제가 억지로라도 여자친구에게 맞춰서 사는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이 친구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헤어지는게 맞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