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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서의 상담사-04

카운코 |2017.11.21 20:46
조회 268 |추천 2

센터가 요구하는 상담사의 요건에 대해 말한 적 있다. 사실 직장이니까, 나름 서비스직이니까, 하고 맞춰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쉬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상담은 때로 내담자와 대립할 때도 있고, 갈등이 생길 때도 있고, 그걸 헤치고 버티는 과정에서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센터에서는 그런걸 하면 안돼요.

 

그래서 우쭈쭈만 해주기로 방침을 정한다. 상담자로서의 아이덴티티 개나 줘버린다.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해 달라는대로 다 해 준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보이는 것과 그 깊은 곳에 있는 것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걸 보지 않고 표면만 맞춰주다보면 당연히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센터는 그럼 요구한다. 중심을 잡으세요. 중심을 잡으면서 내담자를 잘 우쭈쭈해주기도 하고, 연계도 잘 시켜주란다. 세상에 그걸 할 수 있는 베테랑 오브 베테랑이 몇이나 될까. 별로 없다. 그러니까 센터 상담사들은 어쨌든 욕을 처먹는 욕받이들이다.

 

욕을 먹을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욕을 꾸준히 먹으면 사람은 지치고 미쳐돌아간다.

사람 미치게 만드는 시스템 안에서 내가 안 미치고 버티면서 다른 사람을 버텨주자니, 이게 쉬울 리가 없다. 그러니까 살기 위해서 한발 뒤로 빠지게 된다.

건성건성~시간만 맞추면 되는 거니까~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일이다. 인턴때였다.

센터 상담은 기본적으로 대면상담과 매체상담으로 나뉜다. 매체는 전화, 사이버, 문자 등이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다음에다가 고민글 적어놓으면 여성가족부 어쩌구 하는 사람들이 광고 달면서 상담글 엄청 길게 달아주잖음? 그게 다 센터 상담사 선생님들이 노가다 뛰는거다. 인턴들한테도 시킨다. 그게 실적 올리기 가장 쉬운 거니까 게시판 상담만큼은 다들 포기를 못한다.

그런데 이 게시판 상담도 적당히 시켜야지...전국의 센터들이 답글을 동시에 달고 있는데 하루에 올라오는 글은 한정되어 있다. 게시판 상담 먼저 댓글달기 신경전도 벌어진다. 내가 달고있는데 다른 사람이 먼저 달아버리면 열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상담사들마다 하루에 3개~5개 등등 배정되어 있는 수가 있다. 그 수 안 채우면 월급이 깎이거나 연말에 어떻게든 채워야 하므로 어떻게든 바굴해서 단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글에도 답글을 달고 있는다. '애인은 어떻게 사겨요?' 이런 장난글에조차 진지빨고 답글 단다. 안 그러면 실적이 안 채워지니까.

그런데 때는 인턴이다. 한참 열의로 가득차 있을 때였으니, 게시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했겠는가. 그래서 열심히 달았다. 정말 혼을 쏟아부어서 이 사람 하나를 내가 살리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썼다.

진짜 그 사람은 그 게시글 답글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글 말미에 달아놓은 광고글을 보고 센터 홈페이지에 나한테 상담을 더 받고싶다고 글을 써 놨는데...아뿔싸.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글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 그리고 그 얘기가 전달되었다.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내가 혼났다.

 

왜?

 

어떤 상황에서도 리액션이 올 만한 글을 쓰지 말란다.

속 뒤집어지고 환장하는 줄 알았다. 아니, 상담 잘 해주고 욕 먹었다. 그런데 센터가 그런 곳이다. 상담을 잘 해도 리액션이 오면 민원이랑 똑같이 취급될 수 있으니까 다음부턴 적당히 쓰세요, 하고 혼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인데, 이 얘기를 어디에 하겠나. 이런 얘기를 해서 이 판을 바꾸어 놓을 곳이 없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혼자 중얼거리고 마는 거다. 이 얘기가 어디로든 퍼져서 좀 이 미친 판좀 바꼈음 좋겠다.

 

센터의 미친 경우 두 번째가 뭐냐면, 각 지역에 있는 센터들은 지역마다 관리하는 단체가 다르다. 시에서 직접 운영한다거나 국가운영이 아니라 위탁해서 운영하는거다.

위탁이란 말에서 딱 감이 오지 않나?

당연히 그 위탁 기관과 관련있는 학교, 직원, 협회원들 위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게 잘 돌아가면 뭐 너좋고 나좋고다. 그런데 청소년상담복지센턴데 아동복지협회가 위탁을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청소년 상담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직원이 된다. 청소년상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파트 상담원으로 고용된다. 그럼 회의에 들어가서 이 상담은 이렇게 진행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저 상담은 저렇게 진행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는 팀장이 청소년상담을 1도 모르는 비전공자인 거다. 그러니 내키는대로 막 씨부리면서 너 상담좀 제대로 하라고 야단을 친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지. 그런데 있다.

 

더 가관이었던 것은, 그 센터가 생기고, 팀이 꾸려진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팀장도 아닌, 그냥 계약직 직원이 자꾸 회의에 들어와서 니 상담은 뭐가 어떻고 쟤 상담은 뭐가 어떻고 그러는 것이다.(그 사람은 청소년상담 할 줄 모르는 상담 비전공자였다.) 그래서 저 사람은 대체 뭔가. 하면서 개겼다.

그런데 당시에는 팀장이 있었는데, 이 선생님을 대놓고 왕따시키고,(심지어 회식조차 빼놓고 자기네들끼리 갔다고 들었다)결국 계약 만료되었을 때 자르다시피 쫓아냈다. 잘못한 사람을 이런 식으로 재계약을 안 할 수도 있나? 하고 쇼킹했다. 계약직이 왜 문제인지 그 센터에서 알았다. 사람 하나 자르는거 진짜 쉽더라.

그리고 그 선생님은 씁쓸히 박스 하나만 가지고 퇴사하는 날 혼자 돌아갔다고 한다. 인사들도 안했다 한다. 인성들 보게. 그것들이 다 상담센터 책상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다.

 

그 후로 1년간 팀장이 공석이었다. 대체 왜 팀장을 안 뽑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센터에 팀장 왜 안 뽑냐고 물어봐도 묵묵부답이었다. 답은 1년 후에 나왔다.

상담전공도 아닌데 회의에 들어와서 고나리질하던 그 계약직이 팀이 생길때부터 팀장 내정자로 찍어놨던 것이었다. 그러니 그 콧대를 세우고 난리 지랄을 떤 것이었고, 그 전에 계시던 팀장선생님은 무슨 수를 써서든 내쫓았어야 했던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은 팀장이 됐고, 그 사람이 팀장이 돼서 자리에 앉는 날, 다른 팀원에게 출근하자마자 한 말이 이거였다.

"선생님, 우리 커피마셔요.^^"

요즘 세상에도 커피심부름이 있냐고? 있다.

그 신임 팀장은 지금까지 자기한테 개겼던 시간제들이 너무나도 아니꼬웠던 것이다. 그래서 전원 면접을 다시 보란다. 그것도 신규 지원자들과 함께. 이력서를 새로 낼 필요는 없지만 그래서 너네 보고 다 짤라버리겠다, 이거지.

이 상황 자체가 이성적으로 보이나? 난 좀 미친것 같았다. 나랑 같이 일하던 다른 선생님들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선생님이 국민신문고에 찔렀다. 바로 철회하고 선생님들 모두 다 재계약해서 오래오래 같이 가요.^^ 란다. 하지만 드럽고 치사해서 관두고 바로 다른 센터로 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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