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옥봉은 밝고 의협심 넘치는 여인이었다.그랬기에 그녀는 자금성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그래도 좀 부드러우며,그녀에게 잘해주는 육무쌍이 없었다면 옥봉은 더 힘들었을 것이리라.옥봉과 무쌍은 입궁전부터 친했다.둘은 수녀간택에 합격해 함께 상재로 입궁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의지하며 서로만은 믿자고 약조했다.옥봉은 미모는 예뻤으나 성격이 후궁 여인들에 비해 센 면이 있어 무쌍이 먼저 승은을 입고 총애를 얻었다.가경제는 그녀를 귀인으로 승급시켜 주며 미리 후궁관리를 배우라고 했다.그런 일은 무쌍에게 잘 맞는 것이었다.
무쌍이 잘되어 옥봉도 기뻤다.옥봉은 자신은 총애 받을 스타일이 아니라며 일찌감치 단념해 두었다.그러나 총애가 없으니 태감과 궁녀들조차도 무시했다.그럴 때마다 옥봉은 주위를 빙 둘러보며 신형사에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무쌍은 기백이 대단하다며 칭찬했다.그러던 날도 잠시,황제는 조용한 곳에서 홀로 무공을 수련하는 옥봉을 발견하고 호감을 가졌다.
- 어찌하여 시녀들도 물리느냐?
- 폐하께 아뢰옵니다.데려오긴 했으나 거추장스러워서 심부름을 핑계로 보냈습니다.
- 여인이치고는 실력이 대단하던데 더 보여주겠느냐?
- 예?미천한 실력이지요.아직 부족합니다.
-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짐은 여중호걸을 오랜만에 만나 좋구나.
- 신첩의 자매인 육귀인도 할 줄 압니다.다만 신첩에 비해 겸손해요.
- 무쌍이 말하던 하상재가 이제 보니 너로구나.
기죽지 않는 당당함에 황제는 푹 빠졌다.그는 그녀를 데리고 사냥도 다니고 몽고 출새 때도 데려갔다.옥봉은 황제에게서 새로운 무공도 배우며 그를 따랐다.무쌍은 당황하고 놀랐지만 옥봉을 미워하지 않았다.그래도 조금은 속상해서 그녀가 승은을 입던 날 잠을 잘 못 잤다.아무튼 친한 두 사람이 같이 총애를 받으니 기존의 비빈들은 자연스럽게 둘을 당파로 인식하고 경계했다.황후 이장락은 권세가 강한 이씨 가문의 적장녀로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고 그만큼 미모와 재주도 황궁,아니 경성에서 군계일학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여태 회임을 하지 못해 좀 불안한 상태였다.헌데 유례없이 옥봉과 무쌍이 떠오르니 눈길이 갈 수밖에.그녀의 똘마니인 간사한 예빈 심벽이 와서 부채질을 하니 그 미움은 더해졌다.
심벽: 이게 누구야~ 육 귀인 아니신가.
무쌍: 예빈을 뵈옵니다.
심벽: 뭘 그리 예를 차려.나랑 동년배잖아?역시,가문이 뛰어나서 그런가 성품이 참 좋아.
무쌍: 칭찬에 감사드립니다.말씨와 기품은 마마를 따라갈 수가 없지요.
심벽: 뭘.그런데 하상재는 같이 안 다녀?아,잊었다.폐하께서 서고로 부르셨지.
무쌍: 옥봉은 호기심도 많고 지식욕도 강해 폐하께 먼저 말씀드렸을 거예요.
심벽: 그래?그렇다면 하상재는 정말 총애받을 만 하네.난 너무 부러워.회임이라도 하면 나를 뛰어넘을 거야.
(옥봉) 왜 그래?표정이 너무 안 좋아.
(무쌍) 옥봉,아무래도 예빈을 조심해야겠어.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야.귀여운 외모에 상냥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아.최근엔 그렇게 황후께 아부한대.
(옥봉) 무쌍 언니,무슨 일 있었어?
(무쌍) 오늘 만났는데 너에 대한 폐하의 총애를 언급하는 거 있지.그냥 그러나 싶었는데 우리사이를 이간질하는거 같더라고.
(옥봉) 언니,그런 말 듣지 마.나는 언니가 기분 나쁜 게 싫어.
(무쌍) 네 맘은 나도 다 알아.난 그냥 걱정이 돼서...
(옥봉) 그렇다면 필시 황후도 우릴 경계하고 있을 거야.
(무쌍) 옥봉,네 성격은 알지만 앞으론 말과 몸가짐을 더 조심하자.
(옥봉) 알았어.그럴게.
심벽은 그날 저녁 황후궁에 가서 무쌍의 표정이 안 좋았다는 말을 했다.옥봉과 무쌍의 속내를 몰라서 하는 얘기했다.그녀의 보고에 장락은 아무리 자매지간이라도 어쩔 수 없다며 본궁이 그동안 겪은 경험으로 알았다고 말했다.장락은 항상 본인이 최고여야만 했다.그녀는 별안간 눈을 가늘게 뜨고 심벽을 봤다.심벽은 자신은 영원히 황후마마의 사람이라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제발 저려 말했다.하지만 둘 다 서로를 믿지 않았다.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버릴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