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열살어린 남동생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 하나만 낳으려고 했다가 뒤늦게서야 늦둥이를 또 낳은셈이죠..
터울이 크다보니 노산이었던 엄마의 임신과정부터 출산 후 힘들게 남동생을 키우는 모습을 보며 저도 남동생이 남동생으로 다가오지 않고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가족은 남동생을 오냐오냐 키우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게 문제였던 걸까요;
남동생은 크면서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고
결국 21살때 동갑인 여자애를 임신시키면서 사고가 일단락이 되었네요...
그때 낳았던 조카가 이제 4살이 됩니다.
열살어린 올케는 집안이 좀 복잡한 아이였습니다.
부모가 어렸을 때 이혼했고 동생은 아빠 본인은 엄마를 따라갔는데 사돈어른이 술과 남자를 많이 좋아했던가 봅니다. 엄마의 애인들과 같이 사는게 너무 싫었다고 얘길 했으니까요..
처음 본 올케는 인사성도 없고 무뚝뚝 그 자체였으며
저희 부모님이 15평 아파트를 부랴부랴 얻어다 가구며 이불이며 혼수를 대충 채워서 살게 해줬는데 (저희집도 엄청 넉넉한 편은 아니었는지라ㅠ)
아무래도 둘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었고 하필 올케 살던 곳이 3시간 떨어진 곳이라 이 지역은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엄마가 자주 아파트에 가서 보살펴(?) 줘야 했습니다. 저는 그당시에 하고 있던 일이 너무 바뻐서 일요일 딱 하루 쉬었는데 쉬는 날엔 잠만 자기 일쑤였구요.
하루하루 엄마의 불만은 늘어만 갔습니다.
애가 인사성이없다, 집에 가도 멀뚱멀뚱 쳐다만본다, 말수도 없고 대답도 잘 안한다, 답답해 죽겠다. 등등이었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뭐 라고 저도 그때마다 엄마를 달래곤 했었는데 마음은 별로더라구요.
그때는 일에 거의 올인을 하고 있었던터라 마음이 안좋았어도 제 자신만 생각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제가 이직을 했고 이직한 후에는 전보다는 여유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때 조카가 돌이 지나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한 후였고
저는 그때부터 올케랑 친해지려 노력을 했지요.
그 과정이 몇년이나 걸렸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오냐오냐커서 철도없고 부족한 내 동생하고 사느라 더구나 나이도 어리니 올케도 힘들겠다 싶어서 정말 잘해줬습니다.
제가 결혼을 늦게 했는데 결혼하고나서는 그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지더라구요.
동생일이 7시에 출근해서 저녁 늦게 대중없이 끝나는 상태였기 때문에 올케가 거의 독박육아를 했었는데 임신하고나서는 그게 더 안타까웠고요;
임신 후부터는 일을 아예 쉬었기 때문에 조카 어린이집 간 사이에 올케 데리고 여기저기 데리고 가서 맛있는 것도 먹이고 그랬네요.
아무래도 이 지역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더 신경을 써줬고 올케도 본인이 심심하면 저에게 연락해서 집에도 놀러오거나 같이 쇼핑도 다니고 그랬습니다.
어쩌다 동생하고 싸워서 집을 나오거나 그러면 갈데가 없으니 조카 데리고 우리집에 와서 하루 재우고 동생보고 연락해서 데리고 가라고도 했고요.
거의 올케편을 들어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올케도 저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올케에게 가족같은 시댁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요근래 두가지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올케 생일을 매년 꼬박꼬박 챙겨주었는데 2년전부터 올케는 제 생일은 그냥 넘기길래 바빠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조금 서운했습니다. 그렇다고 열살어린 올케한테 뭔가 선물을 바라는게 아니고요;;
그러던 와중에 (지금은 제 아이가 8개월이 되었습니다)
올케가 조카에게 (아들) 그 애들이 타고다니는 장난감을 친구가 선물로 사줬는데 조카가 전혀 타려고를 안한다며 저보고 3만원에 사라는 겁니다.
아직 우리 딸은 너무 어린데다가 그 장난감이 부피도 있는지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거절하였습니다.
올케는 아쉬워했고 나중에 저에게 하는말
이 그 장난감을 자기 사촌이 필요로 하기에 그냥 줬다고 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긴 한데 나한테는 돈주고 사라고 해놓고 사촌한테는 그냥 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요즘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보일러가 고장이나서 나가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에서 뭐 교체한다고 전기도 나가버렸구요.
정말 추웠던 날이었는데 8개월된 딸이 감기라도 걸릴까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집은 웃풍이 좀 심한 상태였고 할수없이 올케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하고 집에 가 있을 수 없냐고 물었습니다.
올케는 지금 약속이 있어서 나와있다고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흔쾌히 가 있으라고 하였구요.
부랴부랴 아이 짐을 대충 챙겨서 올케 집으로 갔고
5시무렵 올케도 어린이집에서 조카를 찾아서 집으로 왔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남편이 일 끝난 후 데릴러 가겠다며 조금만 더 신세지라고 했었는데 하필 남편 퇴근이 계속 늦어지는 겁니다.
시간은 6시반을 넘어가고 올케한테도 좀 미안했죠..
그러다 아이가 마침 잠이 들었길래 아침부터 씻지도 못했고 머리는 떡에 세수도 못한게 너무 찝찝해서 올케한테 샤워를 하고 싶다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올케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어야 했는데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샤워를 하는 도중에 애가 깼는지 우는 소리가 들렸고 얼른 씻고 나왔습니다.
올케가 엄청 기분 나쁜 티를 내더군요.
애기 언제 깼냐고 물었는데 아까요 하고 목소리부터 툭툭 쏘면서 얘기하는 겁니다.
아.. 우리가 집에 있는게 싫구나 하고 그때 느낌이 왔습니다; 제가 눈치가 더럽게 없었던거죠..
그때부터 그 자리가 너무 불편해지고.. 결국 남편을 못 기다리고 애기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보일러를 고치고 갔는지 집은 따듯해져 있었고요.
그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친근감 있게 굴어도 시누이는 시누인가 보다.
내 친동생보다 내 친부모님보다 올케 앞에서 올케 편이 되어줘도 올케나 조카한테 이것저것 해주어도
시누이와 올케란 벽을 넘을 수는 없는거였구나.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아이와 집에 있던 것이 올케에게는 귀찮고 짜증나는 거였구나 하고요.
그냥 참 씁쓸하네요..
시누이는 아무래도 절대 가족이 될 순 없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