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내가 판에 글을 다 쓸줄이야.
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고 속에서 화는 안풀려서 여기에 씁니다.
저는 전문직 맞벌이로 15년 이상 일해 왔어요.
워킹맘으로 아이 키우며,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두 일을 병행하며 지내는게
얼마나 고단한 생활이었는지는 말 안해도 아실 거에요.
남편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벌면서도
매일 야근과 회식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남자들의 직장생활 특성 때문에
아이 육아나 교육은 온전히 제 몫이었죠.
물론 시어머니께서 제가 직장에 있는 시간 동안
아이를 봐주셨지만요.
남편과 저는 둘다 명문대 출신에 번듯한 직장인이지만
둘다 흙수저에요.
친정도 가난하지만 시댁 상황이 더 안좋은지라
시댁에 생활비 보조도 할겸해서 아이를 시부모님이 봐주셨어요.
그러다 시아버님이 몸이 아프셔서 수술 들어가시게 되며
어머니도 아버님 간호때문에 아이를 봐줄 수가 없게 되었고
마침 남편이 해외발령을 받아 저도 직장생활을 잠시 접고(2년 휴직 예정) 아이와 함께 따라왔습니다.
15년 넘게 고단한 직장생활하다 모처럼 갖는 휴식이긴 해요.
그런데 남편 발령따라 저도 간다고 하니
어머니 아버님은 너도 같이 가냐고,
넌 여기에 더 있으라고하시는게 너무 얄밉기도 하고
두 분이 우리 내외가 돈나오는 화수분인 듯
너무 쉽게 맨날 백만원만 부치라는 등 돈 달란 얘기를
쉽게 하시는게 좀 짜증도 나고 해서
휴직은 1년만 가능하고 1년 지나면 직장 그만둔다고
거짓말을 했네요. 이제 맞벌이 안한다고 해야
두 분이 씀씀이를 줄이고 아끼실 것 같아서요.
같이 없이 살아도 친정은 늘 아끼며 생활하면서
자식들한테 손 안벌리려고 하시는데
시댁은 외식이나 돈쓰는거 아까운 줄을 모르시고
노후는 저희 내외만 믿고 계시는지 좀 갑갑하거든요.
그동안 어머니 아버님 병원비만으로도 들어간 돈이 꽤 됩니다.
한번은 아버님이 허리가 아파서 레이저 맞았다고 문자로 300을 보내라는데 제가 어머님한테 전화해서 여쭤보니 병원비는 200 정도 나왔다고 하고...
저희끼리 해외여행갈때 저희만 가기 죄송해서 같이 가자고 하니 어머님은 난 됐다며 니들끼리 다녀오라고 대신 돈으로 달라고 하고..이렇듯 돈 달란 얘기를 쉽게 하시는 스타일.
그동안은 우리 애를 봐주시니까 싫은 내색 안하고 다 해드렸죠.
그런데 이제는 저도 휴직했고 남편 혼자 버는데다 대출금도 있고 여기 물가도 너무 비싸고 여유가 없어 지칩니다.
제가 아버님한테 화가 났던 계기는
처음 남편 따라 간다고 했을때 넌 남아 있으라고 할때부터 마음이 상했는데 출국하는 공항에서 안부인사차 전화 드리니 너 거기서 취직할 서류들은 차질없이 챙겼냐고.
아...정말 그동안 워킹맘으로 십몇년 아이 키우며 힘들게 살다가 고작 몇년 쉬는데 그 쉬는꼴을 못보고 제가 돈버는 기계도 아닌데 이러는거 너무 짜증나서 뭐라고 했습니다.
다들 그동안 고생많았으니 이제 좀 쉬라고 좋은 시간 보내고 오라고 덕담하는데 두분만 유독 제가 돈 못버는거 걱정하신다고 너무 서운하다 뭐라 했어요.
남편이 아버님한테 뭐라뭐라 한 소리 했는지
아버님은 남편한테 오해라고 제 능력이 아까워 그런거라고.
제가 다시 아버님한테 뭐가 오해냐 분명 취직 말씀하셨다고 문자 보내니
다시 남편한테 미안하다고 실수로 말이 잘못 나갔다.
(꼭 사과도 저한테 직접 안하고 남편한테 함)
그 후로 나도 더이상 시부모님을 부모님처럼 살갑게 대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사실 이제 아이를 더이상 봐주지 않으니 아쉬울게 없는 간사한 인간의 마음도 솔직히 있는거겠죠.
몇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버님한테는 마음이 안풀리네요.
그 이후로 저를 불편해하시는데 가끔 안부 카톡은 여전히 오거든요. 그때마다 살갑게 답장이 안되고 형식적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이 간식이랑 음식 챙기고 출근해
하루종일 일하다 집에와 일하고 아이 공부 봐주고
진짜 전쟁같이 힘들게 생활했는데 우리 맞벌이한단 이유로
도련님네는 시댁에 돈한푼 안보태는 것도 짜증나고
제가 제식구 잘살자고 힘들게 맞벌이한거지
시부모 봉양하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죠.
뭐 해결방안을 바라고 올린 글이 아닌 푸념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