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허수아비
고경숙
느티나무 그늘
두다 만 장기판 앞에 받쳐둔
집배원의 자전거가
낮술 취한 평상 위에
고지서 몇 장 던진다
입 벌린 가방이 덜렁,
시커먼 문짝 열어젖히고
들판 기다리는 정미소를 지나
어깻죽지에 막대 꿰찬 허수아비도 지나
바람이 마을을 지나오는 동안,
만장처럼 소맷자락 흔들어도
기별 없는 것들은 있어
온몸에 덧기운 사연
지평선 끝까지
깨금발로 뛰어가 전하는
외발의 허수아비
해마다 무게중심 잃고
자꾸 기우는 어깨위로
참새떼 업신여기는 서러운 가을날,
페달을 힘겹게 저으며
길 끝으로 사라지는
가을은
정녕 안녕하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