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방탈 죄송 합니다
눈팅만 하던 유령인데 새언니 조현병 글보고 로긴했네요.
사촌오빠 (큰아버지 둘째아들)가 조현병이에요. 삼남매 중 제일 순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발병한 때는 이십대초반인거 같아요. 큰아버지 큰어머니께서 워낙 잘 숨기셔서...... 친척들이 안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하필이면 대학도 철학과......
어릴때 저랑 코드가 맞아서 서로 책 얘기하고 만나면 도란도란 얘기하며 놀던 사이였어요.
삼남매 중 가운데라서 위로는 형, 밑으로 여동생에 치여서 상대적으로 챙김을 덜 받았어요. (이 둘 성격이 장난 아니어서 어릴때부터 많이 치임)
저희가 처음 알아챈건 명절인데 오빠가 중얼중얼 별 관계없는 소리만 하길래 "어? 뭐라고?" 하는데 큰아버지가 번개같이 오빠를 끌고 방에 들어가서 문 잠그시더라구요.
그때서야 알았지요. 발병한 지 꽤 오래 되었고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때문에 절대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기도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집안이 천주교)
근데 집을 나가서 혼자서 못 들어온 적도 있고, 집에 있는 식칼 등 뾰족한 물건에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며 발작을 하니 큰어머니께서는 조그만 과도칼만 서랍 속에 숨겨두고 쓰셨대요 .
그런식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되니까 병원치료를 시작했는데 몇번은 입원을 해야할 정도로 심했나봐요.
근데 이 오빠가 워낙 본성이 착한지라 폭력성향이 없고, 울면서 나 좀 여기서 꺼내닿라고 애원하니 여러번 입퇴원을 반복한 것 같았어요.
약을 계속 먹으면 일상생활은 가능한가봐요.
저번에 큰어머니께서 제가 있는 지역으로 오빠랑 같이 놀러오신다고 얼굴이나 함 보자 하셨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거절했어요.
저는 어릴때부터 우울증이 심하거든요. 제 병만으로도 힘겨워서 그 오빠와 친하게 지낼 여력이 없어요. 큰어머니생각에 어릴때 친했고 책이라든가 취향이 맞는편이라 가까이 지냈으면 하시는 건 이해하지만......
큰아버지큰어머니께서 이제 나이도 많으시고 큰오빠는 공기업 다니고 사촌언니는 미국에서 취업 하고 현지인이랑 결혼해서 잘 살아요. 이 오빠 때문에 돌아가실때 얼마나 걱정스러우실까 생각하면 맘이 아파요.
그렇다고 형제들이 떠맡을 수도 없고......
울아버지께서도 너무 안됐다 하시고 큰집갈 때마다 한번이라도 더 말걸어주시고 같이 시간 보내주세요.
사실 큰집 식구들은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이 오빠를 잘 이해 못해요. 다 마음이 약해서 그런거다, 자라면서 고생 한번 안했는데 왜 이런 병이 걸리냐고.......이유를 모르겠다며......
근데 저랑 울아버지는 이해를 해요. 아버지도 저처럼 심각한 우울증이시거든요. 이런병은 이해가 되고 안되고하는 거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저는 우울증 치료 4년차고, 병원에서 약물처방 받아서 먹고 있어요. 우울감은 좀 나아졌는데 불면증이 넘 심해서 약없으면 2시간 밖에 못자요. 그래서 아직 약을 못 끊고 있네요.
(병원 대여섯번 바꿨고 심리치료 비싸게 주고 했고 설대정신과까지 가봤지만 결국 집근처 병원에 정착했네요)
물론 조현병과 우울증은 전혀 다른 병이지만 제가 가족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친척아이 중 하나가 자폐진단을 받았거든요. 아마 지금은 고등학생 인가? 잘 모르겠어요 왕래한 지가 오래여서......
근데 재밌는 건 점을 보거나 우연히 신기 있는 분을 만나면 하는 소리가 "친가쪽으로 뭔가 있네. 정신쪽으로"
이런 소리를 들어요. 일부러 점을 보러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찌저찌해서 만나게 된분들이 묘하게도 다들 비슷한 말을.......
그래서 진짜 친가쪽으로 뭔가 있나? 그러다가 사이비종교도 다녀봤구요. (그때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음)
지금은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그냥저냥 하루하루 보냅니다.
직장을 가고 돈을 벌고.......
저같은분은 별로 없겠지만 생각보다 조현병환자들 우리 주변에 많아요. 그나마 이오빠처럼 폭력성 없으면 다행이고.
그냥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네요.
그냥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조현병환자가 의외로 많다는거.......갈수록 진단기술이 좋아지니까 옛날보다 환자는 점점 더 많이 집계될 것이고....... 가족력 무시못한다는 거........
정신쪽 병은 유전이 거의 90% 이상...... 조현병은 대개 10대후반~20대초반에 발병하니 30대 이후 증상보이시는 분들은 대부분 성격장애라고 해요.
뭐 이런 말이었습니다. 마무리를 어케 하지.......
평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