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왜 있는걸까
확실한건 불행하라고 있는 날이 아닐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에게 물어봐도
명절날 그다지 즐겁고 유쾌하지 않다고들 한다. 친척들과 함께라면 말이다.
친하지도 않고 불편한 친척들이랑 매년 같은 식사, 지루한 대화, 의미없는 인사, 의미없는 시간들,
또한 불쾌한 표정과 오가는 말들.
여자들은 부엌, 남자들은 소파위에서
당연하게 할머니는 여자들에게만 밥그릇 ,물잔을 들이민다.
큰아버지 왈 “사위~ 밥 더먹어. 퍼줄 사람이.. 없나?”
그 모습을 본 나는 입맛이 뚝.
그 꼴보기 싫어서 급히 밥을 다 먹고
일어나서,
여자어른들 고생하는게 보기싫은 내가 먹은 밥그릇 포함 싱크대에 있던 그릇들을 달그락 달그락 닦는다.
옆으로 스윽 큰아버지 왈
”어휴 우리 민정이가 설거지도 다하고..”
밥풀 덕지덕지 묻은 그릇, 수저
밥그릇들은 스스로 알아서 깨끗해질 것 처럼 자연스레 내 옆에 놓고 뒤돈다.
아니 어쩌면 싱크대까지 가지고 와주는 것에 감사해야 되나.
할머니. 우리 언니에게 왈
“시집한테 잘해야한다. 시집한테 잘해야 복이 온다..”
시집이 뭔데 잘해야 복이 와요?
우리 친정어머니 아버지한테도 잘 못해드리는데, 공평하게 ‘어른들’한테 잘하라고 하시던지요.
기본적인건 제 알아서 하겠지요.
한술 더 떠
노처녀 딸을 둔 큰어머니 왈
“듣기 싫을지 모르겠지만.. 민정이는 언제 국수 먹여주나?”
듣기 싫을줄 알면 왜 이야기 하세요?
듣기 싫어도 니 기분은 내 알 바가 아니란 소리신가요?
댁 딸이나 결혼 시키세요.
전 서른도 안됐거든요.
할머니 뵙자마자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소리질러대는 아빠
엄마를 보자마자
필요없으니 나가라고 소리지르는 할머니
너무나 닮은 모습
명절의 시작.
차타고 출발부터 똑똑한 엄마한테
자기가 못하는 것에 대해 꼬투리 잡아서
깔아뭉개듯 엄마를 낮추며
언성 높이는 우리 아빠.
억지로 웃으며 화나고 서러운 마음 꾹꾹 눌러대는 우리 엄마.
그런 아빠의 엄마에게 같이 가주는 우리 엄마.
종교 이야기만 지겹게 주구장창 해대다가
기타치고 합창 안한다며 서운해하는 큰아버지.
절대 사먹는거 싫고 영양제 다 필요없고
집밥이 그렇게 좋다며
끼니 일체 안거르셔서 건강하시다는 큰아버지.
어쩜 우리 아버지와 똑같은 말씀을 하실까
두분 다 계란후라이조차 안해보신 분들.
그 좋다는 집밥은 누가 다 해주나요.
넙죽넙죽 돈받으시며
돈주는 사람만 데리고 그래, 잘생겼다, 훌륭하다. 하시는 분. 물론 남자들한테만.
형부가 주는 용돈 거절한 나를 보며
할머니 나에게 왈
“민정아 그냥 받지 왜. 잘쓴다~ 하고 받아”
그 이후
할머니께서 큰어머니에게 왈
“저것 좀 봐라. 돈주면 무식한 애같으면 좋다고 받을건데, 민정이는 거절한다.”
할머니 그거 칭찬 아니에요.
용돈받으면 무식하다고 하는 극단적인 논리가 어디있나요.
받으라고 했을 때 받았으면, 저 무식하고 배알도 없는 사람 될 뻔 했네요.
할머니 수중으로 전부 오지 않고
아이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용돈을 보며 인상쓰고 절레절레하시는 할머니.
큰어머니한테
첫째 애미가 이제 날 안모시니까 얼굴이 젊어졌다고 칭찬으로 포장한 가시돋힌 말을 하는 할머니.
할머니를 제외한 여자들만 불편한 사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안에선 행복만 보이는 명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