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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27탄] 운명

뮤코바C |2018.02.24 12:42
조회 953 |추천 9
  당신에게 필요한 것

 


한 주점에서 시작되는 오늘의 이야기.

 

저마다의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종업원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입니다.

 


 


그런데 카운터 귀퉁이에 앉아 빈 잔만 바라보는 한 남자...

 

주인은 그런 남자에게 뭐라 한 마디 하기 위해 다가갔습니다.

 

 

"뭐 더 시킬 건 없습니까?"

 

"됐어요."

 

"그럼 뭣하러 거기 1시간 동안 앉아 있습니까?"

 

 

 

 


"여긴 술을 파는 곳이지, 쉴 자리 내주는 곳이 아니요."

 

"그럼 날 달로 보내주시던지.

아니면 당신이 달로 꺼져버려."

 

 

남자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주인에게 거친 말을 쏟아붓고,

 

주인은 더 이상 상대하기도 귀찮아져 '별 놈을 다 보겠군!'하고 혀를 차며 돌아섰습니다.

 

 

 

 

 

 

 


주인공이라고 언제나 착할 순 없는 법!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 남자, '프레드 레날드'!

 

직장을 잃고 친구도 애인도 돈도 아무 것도 없는 비참한 한 때를 보내며,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를 그저 막연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한 행상인이 추위를 피해 다급히 주점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는 판매할 물건이 가득 담긴 트렁크를 옆에 내려놓더니,

 

주점의 손님들을 한번 쭉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었습니다.

 

 

 


트렁크를 열고 물건이 가득 담긴 박스를 쥔 채

 

술집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물건을 권하는 노인.

 

그는 첫 손님에게 거절당한 후,

 

홀로 술을 마시는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뭔가 원하는 게 있으신가요?"

 

"애인...이려나요... 죄송해요,

친구들은 다 남자가 있는데 저만 없어서...

담배라도 피고 싶은데 성냥 있나요?"

 

"그거라면 얼마든지 있죠."

 

 


그런데...

 

여인이 성냥 값을 지불하기 위해 지폐를 건네는 순간,

 

노인은 여인의 눈동자를 보더니 그만 놀라 성냥갑을 놓쳤습니다.

 

 

"당신은... 이게 필요 없어요."

 

"네?"

 

"제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걸 드리죠."

 

 

 

 

 

 


 

노인은 잡동사니 사이에서 병 하나를 꺼내 여인에게 건넸습니다.

 

"이게 뭐죠?"

  혹시 '장갑 세정제'?   

 

"세정제랍니다.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특히 옷에 묻은 얼룩을 지울 때 효과적이죠.

이게... 당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랍니다."

 

 

 

여인은 노인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노인이 돈을 받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건네자

 

얼떨결에 세정제를 받아들었습니다.

 

 

 

 


여인에게 세정제를 건넨 뒤, 다음 손님을 찾아 자리를 옮기는 노인.

 

그런데... 카운터 귀퉁이에 앉은 레날드가

 

그런 노인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죠.

 

 

 

 

 

 


노인은 카운터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이미 앉아 있던 남자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죠.

 

 

"무슨 물건을 파세요?"

 

"여러 가지가 있죠. 당신이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그러나 '필요한 것'이라는 말을 듣자, 남자의 표정이 굳습니다...

 

곧이어 왼 손으로 술잔을 쥐며 나지막이 말했죠.

 

 

"저한테 필요한 건 아무도 줄 수 없어요..."

 

"그게 뭔데요?"

 

"멀쩡한 왼 팔이요..."

 

 

그러자 주인이 거들었습니다.

 

"이 친구가 원래는 장래 유망한 야구선수었죠.

그런데 얼마 전에 사고를 당해서 그만..."

 

"의사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지만,

대신 더 이상 야구는 할 수 없을 거라더군요..."

 

 

 

 

 

 


 

"그럼 지금은 뭘 하죠?"

 

"보다시피요. 밤이면 밤마다 여길 찾아온답니다..."

 

 

 

노인은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안쓰러웠던 눈빛 속에서

 

어떤 확신이 떠올랐습니다.

 

 

 

 

 

"... 이제 당신한테 필요한 게 뭔지 알겠군요."

 

 

 

 

 


노인은 잡동사니 속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버스표!

 

 

"이게 당신에게 필요한 겁니다."

 

"펜실베니아 주 스크랜턴 행 버스?

제가 거길 왜 가요?"

 

"아직은 모르죠."

 

 

노인은 그 한 마디만 남긴 채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 때, 주점 구석에 설치된 공중전화에 연락이 오고,

 

종업원이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를 불렀습니다.

 

 

"레프티? 당신 전화예요."

 

 

 


남자는 수화기를 받고 그 너머의 상대와 길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죠!

 

 

 

 


전화박스에서 나온 남자는 희망 가득한 눈빛을 띠며

 

안도감에 휩싸였습니다.

 

 

"누구야? 또 그 삼촌이야?"

 

"아뇨, 더 좋아요... 제가 야구 선수일 적에 매니저였던 사람인데,

급하게 야구 코치 일을 시킬 사람이 필요하다고 저더러 오래요.

펜실베니아..."

 

 

 

 

 


"펜실베니아 주 스크랜턴으로..."

 

 

자신이 가야 할 행선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버스표...!

 

 

 

 

 

노인이 미래를 정확히 예견했음을 깨닫자

 

남자는 감사하는 마음만큼 의문이 생겼습니다.

 

 

"... 어떻게 안 거죠?"

 

"...글쎄요, 우연이거나 운이 좋거나겠죠.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요?

당신에겐 이제 기회가 왔잖아요."

 

 

 

 


남자는 노인의 말에 동의,

 

일단 당장 손에 쥔 행운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이젠 백수 신세로 지내는 동안 더러워진 행색이 눈에 들어왔죠.

 

 

"이왕 가는 거 잘 보여야 될텐데,

어제 흘린 술자국을 어쩌지?

양복은 이거 한 벌 밖에 없는데..."

 

 

 

 

 

그러자...?

 

 

 


"이거면 될 거예요. 옷에 묻은 얼룩에 효과가 좋대요."

 

 

노인에게 제일 처음 세정제를 받았던 여인이 일어나

 

마치 드라마 PPL 같은 대사와 함께

 

남자에게 세정제를 권했습니다!

 

 

 

 



잘 되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노인!

 

그런데 곧 옆에서 레날드의 시선을 느끼자

 

표정이 싸늘하게 굳습니다...

 

 

 


한 편, 여인은 남자의 양복에 묻은 얼룩을 다 닦아주고,

 

둘 사이에는 더욱 친근한 분위기가 맴돌았죠.

 

 

"이제 다 됐어요. 세정제 자국만 마르면

아까 그 자국은 사라지고 없을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여인은 남자와의 인연이 생기게 도와준

 

노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니에요. 진짜 감사를 받아야 할 분은

저기 저..."

 

 

 



하지만 노인은 이미 거기에 없었고,

 

대신 주점 입구가 흔들리며

 

방금 누가 나섰음을 알려줄 뿐이었습니다.

 

 

 

 

 


다급히 주점을 뛰쳐나온 노인은

 

근처 인도에 서서 트렁크 속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은밀하게 다가오는 레날드...

 

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가 다가왔음을 직감,

 

굳은 표정과 겁먹은 목소리로 딴 소리를 했죠.  

 

 

"호, 혹시 뭐 필요하신 거라도?

성냥 어떠세요? 아주 많답니다."

 

"나한테 필요한 게 뭐지?"

 

"성냥이 싫으시다면... 구두약은 어떠신가요?"

 

 

 

 

 


그러자 레날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인의 멱살을 잡아 몰아세웠습니다.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말해!

아까 술집 안에서 다 봤어!

나한테 필요한 게 뭐지?"

 

 

 

 

 

 

 

 

 


결국 노인은 마지못해 잡동사니 사이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무언가를 집었죠.

 

 

 


레날드는 노인의 팔을 붙잡아, 손에 쥔 물건을 눈앞에 갖다댔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위!

 

 

"가위? 지금 나랑 해보겠다는 거야?"

 

"아니요, 이게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입니다..."

"지금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생각인 거지?"

 

"확실합니다. 이건 당신에게 꼭 필요한 거예요..."

 

 


남자는 가위가 꼭 필요해진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아까 주점에서 보았던 신비한 두 사례를 상기,

 

일단 지금은 노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레날드는 평소와 같은 무심한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위층으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축 늘어진 목도리가 그만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끼었습니다...!!!

 

 

 


 

사태를 파악한 레날드! 

 

하지만 이미 상승하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다행히 문은 창살로 뻥 뚫려 있었지만

 

목이 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엘리베이터 긴급 정지 버튼을 누르려 해보지만

 

엘리베이터가 상승할수록 몸이 주저앉아

 

버튼에 닿지 않는 손...!

 

 

 

 

 


바로 그 때!

 

레날드는 좀 전에 노인에게서 받은 가위를 떠올렸습니다!

 

서둘러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쥐는 레날드!

 

 

 

 

 

 

 


그는 온 힘을 다해 목도리를 잘라냈고,

 

마침내 자유를 되찾습니다...

 

 

 

 

 

 


"이것 봐라... 정말 나한테 필요한 물건이었잖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레날드는

 

노인이 가진 사소하지만 엄청난 힘을 깨닫고 감탄합니다.

 

 

 

 

 

 


 

잠시 후, 이곳은 노인의 집!

 

불 꺼진 집으로 노인이 트렁크를 쥔 채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런데...

 

불을 켜자마자 뭔가를 보고 놀라

 

트렁크를 놓친 노인...

 

 

 

 

 

 


집 안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레날드...!

 

 

남의 집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던 그는

 

노인이 놓친 가방에서 쏟아진 물건 중 하나가 발에 닿자

 

"이게 나한테 필요한 물건인가?"

 

하며 무례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이미 드렸잖습니까,

왜 제 집까지 쫓아와서 이러시는 거죠?"

 

 

노인은 레날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트렁크에서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레날드는 그런 노인의 물건들을 발로 휘저으며

 

자기 할 말만 계속 했죠.

 

 

"비밀이 뭐야? 무슨 기계라도 있나?

아니면 용한 점쟁이라도 돼?"

 

 

 

 

 


상대가 누구든, 그에게 꼭 필요해질 물건을 권하는 신비한 노인...

 

그것은 마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있는 듯했습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레날드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죠.

 

 

"당신... 미래를 볼 수 있군, 그렇지?

그래... 눈이었어! 눈을 마주친 사람의 미래가 보이는 거야!"

 

 

 

 

 

 


 

노인은 그 말에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얘긴 됐어요... 전 이 능력을 가끔씩만 사용합니다..."

 

"그거야 지금까지의 얘기고. 이제부턴 달라져야 할 거야.

내가 당신의 단골 고객이 될 거니까."

 

"전 단골 고객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이건 돈을 위해 하는 일도 아니에요..."

 

"멍청하긴, 그런 힘을 갖고 있으면서

고작 남을 돕는 데만 써?"

 

 

 


 

"뭐 좋아, 그럼 날 도와줘!

날 만족시켜달라고!"

 

"어떻게 하면 만족하시렵니까?"

 

"돈! 결국 돈이지! 어떤 물건으로 어떤 방식이든 좋아,

나한테 돈이 생기게 해줘!"

 

 

노인은 망설이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레날드는 계속 재촉했습니다.

 

 

"뭐 해! 어서 꺼내봐! 뭐든 달라고!"

 

 

 

 


결국 노인은 마지못해 외투 안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그 안에서 만년필 한 자루를 꺼냈습니다.

 

 

 

 

 

 

 

 

 


 

"이게 뭐야? 잉크도 줄줄 새고 쓸모없잖아?"

 

 

레날드는 곧장 만년필의 뚜껑을 열어 확인해보았지만,

 

만년필은 잉크를 뚝뚝 흘려, 더 이상 제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레날드는 신문 위에 떨어진 잉크를 보고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잉크가 떨어진 위치는 바로 경마 경기에 참가한 말들의 목록!

 

잉크가 정확히 그 중 한 말의 번호 앞에 떨어져 있었던 것!

 

즉, 이 만년필은 그냥 만년필이 아니라,

 

경기 참가자 목록 위에 떨어트리면

 

누가 내일 경기에 승리할지 미리 알려주는 만년필!

 

 

 

 

 


"그래! 이거야! 이런 걸 원했어!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만년필의 능력을 깨우친 레날드는 흡족해하며

 

노인의 집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앞으로 그와 엮일 것을 걱정하며

 

의자 위에 쓰러지듯 앉았습니다...

 

 

 

 


 

다음 날, 레날드는 경마장에서 큰 돈을 쥐는 데 성공,

 

경마장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아 돈다발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직원을 시켜 내일 날짜 신문을 가져오게 한 뒤,

 

그 위로 만년필을 치켜들었습니다.

 

이대로 경마 뿐 아니라 야구 같은 각종 스포츠에도 돈을 걸어서

 

부를 축적할 계획이었죠.

 

 

 

그런데...

 

만년필에서 잉크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레날드는 더 이상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만년필을 내동댕이치더니,

 

노인을 찾아가 만년필을 고치거나 새 물건을 받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 편, 노인은 밤길 한 가운데에서 트렁크를 펼친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손님들은 싼 값에 물건을 얻고,

 

노인은 그렇게 한 명, 한 명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죠.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오래지않아 레날드가 노인을 찾아냅니다...

 

 

 

 


"이봐, 당신이 준 만년필에서 잉크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된 거야?"

 

"어떤 물건이든 그걸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좋아... 그럼 다음엔 무슨 물건을 줄 거지?"

 

"다음은 없습니다... 더는 당신과 거래하지 않겠어요!"

 

 

 

 


노인이 처음으로 강한 거부를 보이자,

 

레날드는 그를 거칠게 몰아세웠습니다.

 

 

"내가 노인공경하는 선량한 시민 같아?

당신이 나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냐고!"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듭니다...

이제 그만둬야 해요..."

 

"왜지?"

 

 

 

 


 

"제 능력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줍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더러운 탐욕 뿐이에요.

그건 제 능력으로는 더 이상 채우기 힘든 부분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레날드는 그런 노인의 진심어린 말마저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멱살을 잡으며 죽일 기세로 노려보았죠...

 

 

"그딴 소리는 됐어! 난 돈이 있어야 즐거워!

돈이 있어야 평안해! 돈이 있어야 기쁘다고!

그 만년필 처럼 쓸만한 것좀 더 내놓으란 말이야!

내 눈을 봐!!! 깊이 보라고!!! 뭐가 보이지?"

 

 

결국 마지못해 레날드의 눈을 바라보는 노인...

 

 


그러자 그의 시선은 망설임의 눈빛이 되어,

 

트렁크 속 잡동사니 사이에 있는 한 물건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레날드는 노인의 시선을 추적,

 

트렁크 잡동사니 밑에 숨겨지다시피 묻혀 있던

 

하얀 상자를 꺼내들었습니다.

 

노인은 이 상자만은 절대로 안 된다며 말렸지만

 

힘으로 레날드를 이길 수 없었죠...

 

 

 

 


 

그 안에 든 것은 바로...

 

구두!

 

레날드는 이번에도 미심쩍은 반응이었지만,

 

가위가 목숨을 살리고

 

만년필이 큰 돈을 쥐게 해줬으니

 

분명 구두도 특별할 것이라 판단,

 

얼른 구두를 신어보려 했습니다.

 

 

 

 


레날드는 근처에 쭈그려 앉아 구두를 신고,

 

노인은 그 사이 서둘러 짐을 챙기고 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습니다.

 

 

 

 

 


"이게 뭐야? 꽉 끼잖아? 밑창도 좀 미끄럽고...

이거 나한테 필요한 물건 맞아?"

 

 

구두를 바꿔 신은 레날드가 불평하며 일어섰지만,

 

노인은 이미 도로 건너편으로 달아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레날드는 당장 노인을 쫓는 생각보다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기대가 먼저였기에

 

신발의 능력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죠.

 

 

"이게 뭐지? 이걸 신고 걸으면 특별한 일이 생기는 건가?

아니면 내가 이걸 신고 어디까지 가면 거기서 무슨 일이 생기나?

이봐! 왜 말이 없어!"

 

 

 


"제가 해줄 말은 이겁니다, 레날드 씨.

그 신발은 당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닙니다.

저한테 필요한 물건이었죠."

 

 

 

 

 


노인은 황급히 뒤돌아 달아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레날드는 정말 노인을 붙잡아 죽여버릴 기세로 그 뒤를 쫓았습니다.

 

 

 

 

 

 

 

그런데...

 

 

 

 

 

 


 

 

도로의 물웅덩이가 얼어 생긴 빙판에

 

그만 구두가 미끄러지고...

 

 

 

 

 


레날드는 옆에서 다가오는 차를 피하지 못해

 

그대로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레날드의 비명소리가 멎자,

 

노인은 사태가 정리됐음을 깨닫고 뒤로 돌아

 

레날드의 시신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는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을 사과하듯,

 

숨진 레날드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그 날... 술집에서 당신이 날 봤을 때,

제가 당신 눈에서 본 것은 '죽음'이었죠...

저의 죽음이요...

당신은 제게 끝없이 물건을 요구하다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저를 죽이게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목숨을 지킬 수단이 필요했죠.

바로... 당신이 신은 그 미끄러지는 구두말이죠..."

 

 

 


그렇게 끝도 없이 돈을 갈구하던 레날드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노인은 잠시 후 찾아온 경찰과 구조대원,

 

시민들의 행렬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추천수9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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