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털어놓는 미투
글쓴이
|2018.02.25 03:56
조회 3,384 |추천 24
안녕 난 20대 후반의 평범한 회사원이야
요즘 티비에도 인터넷에도 미투라고 해서
성추행, 폭행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서
나도 몇자 적어보려고 해
그때 이야기 못하다가 왜 이제 와서 이야기 하는 거지? 라는 댓글도 종종 봤는데.. 그냥 항상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나도 그렇거든
난 초등학교 고학년 때 당했어 벌써 17년 전 일이야
그때 내 꿈이 의사였거든 근데 아빠 친구가 의사였어 그래서 난 그 사람이 되게 근사한 아빠친구라고 생각했지
우리 집에 자주 왔어 그리고 가끔 나와 언니에게 키 크라며 스트레칭을 시켜줬지
마주보고 앉아서 다리를 쭉 펴게 했는데
그 사람 발이 내 중요부위에 닿기도 했어
어깨를 펴라면서 주무르고
당시 나는 너무 어려서 그리고 의사말이니까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일이 자꾸 반복되니까 언니는 그 아저씨를 피하더라고 언니가 나한테 조심하라고 하고
언니가 그 사람을 피해서 인지 나를 유독 예뻐했어
딸처럼 나를 찾았어
그러면서 그런 신체접촉이 점점 대담해지고
나도 그 사람을 약간 꺼리게 됐지
그리고 그 사람한테 당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랐던 것 같아
근데 어느 날 학교 끝나고 집이 왔는데
그 사람이 집에 와있었어
그 당시 우리 집은 문을 잘 안 잠그고 다니기도 했거든
가시라는 말은 못하고 다른 방에 있는데
의자에 앉아있는 나한테 달려들어서
내 바지 안에 손을 넣더라
안간 힘을 쓰면서 버텼는데
"어쭈 이것 봐라" 라고 했어
한참을 내 속옷 안을 주무르고
가슴이 얼마나 컷는지 본다며 윗옷 안에도
그 차가운 손을 넣더라
그러고는 우리 집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데 그때 물소리가 아직도 기억나
그때 입었던 바지는 다시 입지도 못하고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머리카락을 많이 잘랐던 것 같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난 수치심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수개월이 지나서야 단짝 친구에게 이야기 했고
그 다음 엄마한테 이야기했지만
엄마가 피했어야지 라고 했나 그리고
미친 강아지 비슷한 욕만 낮게 읖조리고
아빠한텐 이야기 하지 말자 했던 것 같아 ..
아빠가 알면 뭔일이 날지 모르니까
그날 이후로 의사라는 꿈을 꿨던 나는
장래희망이 살인자가 됐어
빨리 커서 힘이 세져서 저 새끼를 죽여버려야지
아니면 쟤한테 딸이 있다면 딸을 죽여버려야지
라는 생각을 품게 됐어
이후에도 그 사람은 나에게 금으로 된 귀걸이나
등등 선물을 아빠를 통해 보내왔고
가끔 전화가 오면 난 목소리가 안 나오는 척 하고
왜 내가 더 격렬하게 저항하지 못했을까
나를 탓하고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고
어린 나이에 죽고 싶단 생각도 들었는데
그 구성애 아줌마가 쓴 책 네 잘못이 아니야 인가
그거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도 많이 받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지내면서
평범하게 자랐어
가끔 성범죄자 뉴스가 나오면 특히 아동성범죄자
뉴스에 다른 사람보다 열받아 하면서
근데 남들이랑 다른게 딱 한가지 있더라
진한 스킨쉽을 못해
너무 그날이 생각나서
또 남자를 잘 못 믿어서
누가 나한테 다가오면
흑심이 있어서 그렇겠지라는 생각 먼저 들고
빨리 믿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서
이 트라우마를 극복했으면 좋겠다
이렇게라도 이야기하고 나니 너무 속이 후련하다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어 ..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이 글 읽는 모두 나쁜 일 없고 행복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