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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한 이야기

나도사람 |2018.03.18 05:32
조회 107 |추천 0
새벽감성을 탄거 같아. 막 옛날 생각이 나네. 그런데 어디다가 말할 곳이 없어서 여기다 써봐.

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어. 거기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녔고.
초등학교 들어가서 딱 처음으로 만난 친구가 있었어.
입학식에서 만난 아이야.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고 짝지도 했어. 학교 들어가서 처음 사귄 친구여서 우린 항상 같이 다녔어. 그 아이는 손도 키도 나보다 작고 하얗고 눈이 크고 예쁜 아이였지.
그 앤 남자애였어. 난 여자고.
우리학교는 모든 학년마다 반이 2개여서 2학년이 되서도 3학년이 되서도 같은 반이되기 쉬웠지. 짝도 매번 했어. 한 번도 바뀌지 않았었어. 신기하다 생각했지.

우린 항상 함께 다녔어. 난 활동적인 편이라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그 친구와 항상 뛰어놀고 축구도 하고 그랬지. 그렇게 항상 같이 다녔어. 매일.
그런데 어느날 그 아이가 학교에 나오질 않았어. 선생님도 연락이 되질 않는다고 했었지. 분명 그 전날 헤어질 때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반찬이 급식에 나온다고 좋아하며 꼭 학교에 나와서 밥 많이 먹을거라고 신나했었는데. 난 걱정을 많이 했어. 밥도 못먹었어. 아무리 좋아하는 반찬이라도 넘어가질 않았어. 그렇게 하루를 그 애 걱정만 하다 끝이 났고 다음 날 난 누구보다 빨리 학교를 갔지. 그 아이보다 일찍 가 그 아이가 올 때 맞이해주려고. 그렇지만 그 아이가 먼저 학교에 나와 자리에 앉아있었어. 그런데 원래 자리가 아닌 빈자리에 앉아있었어. 일단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서 그 애를 보자마자 그 애에게 달려갔고 어딜 갔었냐고 물었지. 근데 그 애는 씩- 웃더니 늦잠자서 못왔다고 말을 했어. 난 어린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상한 낌새를 눈치 못채고 그냥 넘어갔지. 그리곤 왜 빈자리에 앉아있냐고 물었었어. 그러니 그 애는 그냥 오늘 다른 친구랑 앉아보고 싶다고 얘길하더라. 약간 서운했지만 그렇냐고. 알겠다하고 내 자리로 갔어.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더라고. 일주일이 넘도록 그 빈자리에 앉았고 내 곁으론 오지 않았었어. 내가 가면 피하고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다른 친구랑 급히 얘기를 하더라. 그렇게 우리는 3주정도 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곤 자리를 바꿨고 나와 그 아이는 이제 더이상 짝지도 아니였어. 그 아이가 날 피한다는 걸 느낀 나도 자존심이 있었는지 반대로 그 아이가 오면 피하고 말을 걸면 무시했지. 그렇게 또 아까운 시간이 흘러 우린 방학을 하였고 나는 가족끼리 길게 여행을 떠났었어. 거의 방학기간 내내. 그래서 방학동안 그 애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 좀 보고싶었어. 그래서 여행지에서 그 애 기념품도 샀지. 개학하면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도 걸고 기념품도 주며 다시 같이 다닐 생각에 행복했었어.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하지. 뭘 하며 놀지. 이런 생각하며 개학을 기다렸지.
개학을 했어. 그리고 난 학교를 일찍와서 걔를 기다렸지. 하지만 그 애는 등교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았어. 그리곤 선생님이 말하시더라. 그 애가 전학갔다고. 방학식이 마지막날이었다고. 난 그 소리를 듣고 자리에 앉은 상태로 눈물을 뚝뚝 흘렸어. 무슨 생각도 하기 전에 눈물부터 흘린거 같아. 3년가까이 그렇게 붙어다녔던 친군데 말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가 모르는 곳으로 전학을 갔다는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은 거 같아.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난데..
그런데 더 웃긴건 내가 말도 하지 않고 전학을 갔다는 사실에 충격을 세게 받았었나봐. 그 후론 친구 사귀는 게 무서워졌어. 또 날 떠나갈까봐 정말 무서웠어. 그래서 친구를 사겨도 깊게 사귀진 않았어. 정말 밥친구정도만 사겼던거 같아.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했어. 여전히 친한 친구는 없었어. 하지만 겉으론 친한 척 했어. 난 외러운데 남들 눈에 내가 외로워보이고 싶진 않았거든. 남자친구도 몇 번 사겼었어. 그 맘때 되니 다들 한 번씩 사귀더라고.
그땐 그들에게 미안한거보다 내가 살아야했고 더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그렇게 무례한 짓을 한거 같아.
중학교도 그럭저럭 보내고 고등학교때 난 이사를 가야했어. 부모님 직장을 옮기셔서 서울로 이사를 갔어야했어. 그런데 이사가 정말 가기 싫더라고. 난 그 애를 잊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사를 간다니깐 그 애가 생각나고 그 애와의 연결고리가 정말 끊어질거 같아서 죽어도 이사 가기 싫더라고. 하지만 이사는 꼭 가야했지. 그래서 나는 내 휴대폰 번호를 집에 붙여놨고 그 애와 보물을 숨겨놨던 곳에 이사가게 될 집 주소와 편지, 전화번호를 넣어뒀어. 그리곤 이사를 가서 거기서 고등학교 입학을 했어.
또 역시 나는 적당한 거리의 친구를 사겼지. 할 게 없어서 공부도 나름 열심히하고 성적도 괜찮게 받고 있어. 선생님들께도 살갑게 대해서 학교에서 이미지가 좋은 편이야. 그렇게 한 학년을 보내고 봄방학때 봉사를 가려고 버스에 탔어. 보육원같은데로 봉사를 갔어. 친구와 가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서 나 혼자 갔어. 여러 고등학생들이 왔었어. 난 거기 교__사를 하러 갔었지.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간단한 덧셈과 뺄셈, 나눗셈 등을 알려주다가 그 곳의 원장님께서 정리를 부탁하셔서 정리를 했지. 그런데 거기서 그 애를 봤어. 많이 자랐지만 그 애야. 확실했어. 그 애는 손바닥에 점이 있거든. 그런데 그게 있었어. 손바닥에 점을 확인하자마자 난 눈물이 날거 같았어. 울진 않았어. 다가가지도 않았고 말도 걸지 않았지. 그냥 바라만 봤어. 난 그 애가 봉사자가 아니란걸 눈치챘거든. 지금 그 애를 아는 척하고 다가가면 안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바라만 봤어. 그리고 나는 그 애의 눈을 피해 정리를 하고 돌아갔지. 그 후론 그 애 생각밖에 안했어. 왜 거기에 있었을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 애가 날 보고 반가워할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던거 같아.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난 또 그곳으로 봉사를 갔어. 그 애가 있으니깐. 하지만 그 애는 그 날 그곳에 없었어.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있었는데 한 번도 본 적없었어. 난 실망했고 그대로 집 가는 버스를 탔어. 집 가는 버스에서 창 밖을 봤어. 우울했지만 사람 구경도 하고 예쁘게 노을도 져서 한결 괜찮았지. 그렇게 창밖을 보다 그 애가 보였어. 스쳐본거라 확실하진 않았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바로 버스에서 내려서 뛰어갔어. 그리곤 확인했지. 그 애가 맞더라. 서점에서 알바하고 있었어. 또 그 애를 보니 눈물이 날거 같더라. 그땐 울었어. 눈물이 한 번 흐르니 제어할 수가 없더라. 그냥 바라보며 울었어. 10분정도 울다가 그 애가 눈치채기 전에 가야겠다싶어서 눈물을 닦고 갈려고 했어. 근데 눈물을 닦는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고개를 드니깐 그 애가 앞에 서있더라. 날 바라보며. 난 놀라서 다시 눈물이 났어. 근데 그 애도 울더라. 서로 바라보며 울기만 했어. 울다가 울다가 그 애가 서점 책 창고로 데려갔어. 난 거기서 왜 말 안하고 전학갔냐고 울면서 물었지. 하지만 그 애는 대답하지 않았어. 아니, 못했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거든. 난 그걸 눈치채고 더 울었어. 왜 오랜만에 만났는데 목소리 하나 못들려주냐고하며 펑펑 울었지. 그렇게 울기만 하다 집에 왔어. 그리곤 생각을 했고 다음 날 다시 그 서점에 찾아갔어. 그 애가 있더라. 그리곤 얘기를 했지. 말을 못할 뿐, 들을 수도 있고 글을 쓸 줄도 아니깐 얘기가 됐어. 그때 우리는 서로의 모든 걸 얘기했고 들었지.
그 애는 가정 폭력을 당했었데. 부모님 두 분 다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시고 그 애를 때렸데. 맞다가 그 애가 소리를 내면 주변에 있는 아무 천을 가져와 그 애의 입을 묶거나 그 천을 입에 쑤셔넣었데. 하루는 너무 심해 이러다 죽는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데. 맞다 쓰러져서 초등학생때 학교도 하루 못왔을 정도였데. 그 때가 나랑 함께 다녔던 때지.
선생님이 눈치채고 그 다음날 상담하고 신고해주지 않았으면 정말 맞다가 죽었을지도 몰랐을거라고 웃으며 노트에 쓰더라. 난 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지 않았어. 이 이야기로 내가 울면 안될거 같았거든.
그렇게 부모님은 경찰 조사 끝에 감옥에 가고 그 애는 혼자 남았지. 그래서 자리가 남는 보육원으로 가게 됐고 이사를 가게 됐었어. 나를 피했던 이유는 나와 놀면서 내가 눈치 챌까싶어서 피했었데. 상처와 멍이 다 나을때까지. 나한테 이사간다는 걸 말하려 했었데. 하지만 내가 피해서 말하지 못한거고.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전학 간 학교에서도 폭행을 당했데. 부모님께 당했던 것처럼 맞다가 소리를 내면 입에 뭘 쑤셔넣었데. 그것때문에 트라우마 생겨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게 무서워졌데. 학교 가는 것도 무서워졌었데. 그래서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데. 무섭기도 했고 17살이 되면서 보육원을 나와서 자취를 시작해거든. 그래서 학교까지 다니긴 버거울거 같아서 진학을 포기했데.

난 그 애의 이야기를 듣고 울먹거렸어. 그러니깐 그 애가 씩- 웃으며 노트에 이젠 니가 나 없이 살았던 얘기 해줘. 라고 쓰더라. 웃는 거는 어릴 때랑 정말 똑같았어.

우리는 서로의 얘기를 했고 이해해줬어. 그리곤 매일 만났지. 만나면서 같이 상담도 받았어. 청소년에게 무료로 상담해주는 곳이 많더라고. 우린 상담도 받으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했어. 내가 개학하고도 매일같이 만나고 상담도 받았지. 그러면서 그 애에게 꿈이 생겼어. 그 애의 꿈은 나와 학교를 다시 같이 다니는 거래.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에 쩔쩔매보고 시험 끝나고 놀러도 가고싶데. 야자도 같이 해보고 싶고 방학 땐 놀러도 가고 싶데. 그리고 대학도 가고 싶데. 심리치료를 배우고 싶데. 자신 같이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데.

나도 꿈이 생겼어. 우리처럼 상처를 안고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차리고 싶어. 우리가 도움 받고 있는 그곳처럼 말이야.

우리는 거기서 1년동안 상담을 받았고 지금 나는 고3이 되었어. 그 애는 이번년에 우리학교 1학년으로 들어왔고 매일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고 있어. 같은 반에서 야자는 못하지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매번 만나며 얘기하며 지내고 있지.
그 애는 이제 말을 어느정도 할 줄 알아. 아직 어눌하긴 하지만 말을 천천히하면 나와 별반 다를게 없지. 나도 이젠 마음을 여는 법을 다시 알게 되었고 가장 먼저 그 애에게 내 마음을 보여줬어. 1년동안 상담하면서 깨달았거든. 걔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걸. 그래서 난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말 했고 그 애도 똑같았어. 우린 잘 사귀고 있어. 아주 행복하게.


힘들것 같았던 고3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해줘서 고마워. 우리 이젠 힘들지말자. 사랑한다, 울보야.



+) 그 애가 내가 이사가고 나서 이사 가기 전 우리집을 한 번 찾아왔었데. 그리곤 니 번호도 가져갔고 우리 보물장소에 놔둔 집 주소랑 편지도 봤데. 그런데 목소리도 안나오는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데. 그리곤 편지를 읽다가 울었데. 울며 답장을 썼는데 그것마저 보낼 수가 어없었데.
그리고 내가 처음에 봉사갔을 때 걔도 나를 봤었데. 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모른 척 했데.. 그때 잠시 일손 부족해서 도와주러 간거였는데 거기에 내가 있어서 그 다음주부턴 안갔는데 서점 앞에서 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봤데.. 그리곤 내 앞으로 온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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