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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촌놈’인데… 강원도처녀 다 됐어요

와치 |2006.04.21 00:00
조회 2,014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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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달라붙는 레깅스에 미니스커트를 걸친 채 핫핑크색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 도회적인 소녀(스물 다섯이지만 그녀는 ‘소녀’에 가까웠다)가 몸빼 입고 장터 누비는 봉순이라고? 그녀는 잠시라도 산골에서 벗어나 최신식 트렌드를 만끽하고 싶은 듯했다.

mbc 주말연속극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청와대 요리사로 성공하는 강원도 산골처녀 여봉순 역을 맡은 유진(25). 누런 토종닭을 맨손으로 틀어 잡고, 입만 열면 ‘그랬더래요, 저랬더래요’ 강원도 사투리를 좔좔 쏟아내는 그녀의 ‘능청스런’ 연기가 요새 화제다.

구름 낀 하늘을 보며 봉순이 하는 말. “그람 누가 끄나? 쇠(소)가 끄나 달구(닭)가 끄나? 얼렁 타요. 흘미한 기(흐릿한 게) 한차례 뿌래대지 싶은데.” 재수 없는 남자 앞에서 애지중지하는 닭 ‘봉길이’와 주고 받는 얘기는 이렇다. “하마(벌써) 생게 처먹기를 쌍통(인상) 드룹게(더럽게) 보이잖애. 입정머리(말투)부텀 정내미가 떨어지는기.”

주석없이는 감 잡기 힘든 고난도 사투리를 술술 내뱉는 그녀에게서 ‘누나 부대’의 원조 그룹 ‘ses’ 시절, ‘신비주의’에 싸여있던 스타의 추억을 떠올리기란 힘들다. ‘강원도 사투리 진짜 실감난다’ ‘아니다’는 논박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일단 그녀의 연기 변신에는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

“많이 망설였어요. 성대모사 같은 거 진짜 젬병이거든요. 강원도 사투리를 해야 한다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알고 있는 모든 문명을 버린다는 기분으로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커다란 토끼이빨 아래로 혀를 쏙 낸다.

게다가 시골은 근처도 안 가본 서울촌놈, 아니 ‘괌 촌놈’(서울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괌으로 이민갔다)이다. “촬영 때 난생 처음 가까이서 소를 봤어요. 오리도 처음 만졌고요.” 유진은 사투리 마스터를 위해 극중 친구로 나오는 배우 김말숙(삼척 출신)과 집에서 숙식을 함께 하고 있다. 극중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구슬픈 정선 아리랑은 담당작가가 현지에서 녹취해온 테이프를 달달 외워서 부르는 것.

데뷔 10년차.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연기에 묻어나는 것도 같다 하니, “글쎄요,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톡 받아친다.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에 충실할 뿐이에요. 산골 처녀에서 요리사까지, 한 드라마에서 두 가지 삶 경험하는 거니까 더 재미있어요.” 가수와 연기자를 겸업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란다. “가수는 3, 4 분간 무대 위에서 ‘한 방’ 날리는 맛이 정말 짜릿해요. 연기는 여럿이서 성을 쌓아가는 재미가 있고요.”

문득 궁금해진다. 한 사람 안에서 만 가지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연애는 진행형일까. “호호, 안 해요.” 대신 그녀가 남긴 노랫가락.

“개구리란 놈이 뛰는 것은 멀리 가자는 뜻이요/ 이내 몸이 웃는 뜻은 정들자는 뜻일세/ 우리들의 연애는 솔방울의 연앤지/ 바람만 간시랑(살짝) 불어도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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