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중학교 2학년이고, 친구(A라고 지칭할게요)와는 작년,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였습니다.
A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저는 사실 A를 만나기 전까지는 페미니즘이나 여성 인권 같은 것에는 지식이 무지했습니다. 실제로 A를 만난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A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작년에 같은 반이였던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우선 A는 입에 '한남충'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삽니다. 복도를 지나가다 남자애들이 보이면 "ㅇㅇ아 저기 한남충들 ㅋㅋㅋ" 하며 웃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였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러다 보니 남자 연예인을 까는 건 A에게 숨을 쉬는 것과 같아졌습니다. 너무 당연해졌다는 말이에요. 제 본진이 전에 여혐 논란이 있었던 그룹인데, 제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며 "나는 ㅇㅇ이 본진 지뢰야~ 얘네 저번에 여혐했었지?" 라고 제게 직접적으로 말을 합니다. 아, 물론 A의 본진에겐 해당되지 않는 사항입니다. A의 본진도 제 본진 만만치 않게 여혐 논란이 많았던 그룹인데, 어쩌다 한 번 그 얘기가 나오기라도 하면 A는 "음... 그렇긴 한데 나는 얘네한테 정이 너무 많아~ 나는 평생 탈덕 못해 ㅋㅋㅋ" 라고 말합니다. 음, 제 본진이 A의 구 본진이였다는 걸 생각하면 전혀 앞뒤에 맞지 않는 말 같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친구들과 A가 있는 자리에서 씨1발, 병1신 같은 단어가 나오면 A는 정색을 하며 씨1발은 여자의 성기를 비하하는 언어이고 병1신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라고 일일히 지적을 합니다. 하지만 누가 그걸 모르나요? 다 알면서도 사용하는 언어인데. 게다가 A 자신도 그 욕들을 다 씁니다. 스스로 한 친구를 정병이라고 칭한 적도 있고요.
아, 한 번은 미술 시간에 생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참 생리대 발암 물질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A가 뜬금없이 생리대는 참 쓸 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저와 제 친구는 무슨 뜻인 지 몰랐고요. A는 저희가 반응이 없자 "생리대는 팔레트로도 쓸 수 있어~ 몰랐지?" 라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말은 제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 친구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리대를 어떻게 물감 팔레트로 쓰냐고 묻자, A는 정색을 하며 생리를 하는 게 창피하냐고, 생리와 생리대는 창피해할 게 아니라 당당해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 생리릉 창피해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생리대를 어떻게 대놓고 팔레트로 쓰냐는 생각입니다.
제가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A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별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는 친구가 말하길, A는 페미니스트보다는 여성 우월주의 사상을 갖고 있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친구와 계속 지내는 것이 맞을까요? 사실 A의 행동이 때론 제게 버겁게 느껴졌던 적이 많습니다. 이 친구가 제게 도움이 됐던 적은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한테는 더욱 버겁게 느껴질 뿐이였습니다. 새 학년이 되고 A와 저는 옆 반이라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갑자기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 친구와 계속 지내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