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일이야
한시 쯤에 꼬깔콘이 진짜 리얼 너무 먹고싶은거야 그래서 그거 사러 편의점 가려고 나왔어
혹시 새벽공기 알아? 그 특유의 공기를 내가 진짜 좋아하고 워낙 겁이 없는 편이라 새벽에도 잘 나오거든.
우리집이 있는 곳은 빌라촌이고 고시원도 많고 노인분들도 많고 언덕에 있어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야 편의점이 있어서 좀 귀찮긴한데 뛰면 삼분 걸어가면 칠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
여튼 그래서 그 날도 그냥 후드모자 덮어쓰고 공기가 좋아서 느린걸음으로 내려갔어
편의점 앞에 도착했는데 어떤 허리구부정한 할머니가 편의점 의자에 앉아있더라 앉아있는데도
허리가 굽어있는게 보였어
새벽이고 할머니 혼자 앉아있으면서 나를 계속 쳐다보는게 수상하고 소름돋아서 나도 그 할머니를 주시하면서 편의점에 들어갔어
꼬깔콘을 사러 왔지만 이상하게 편의점 오면 이것저것 많이 사게되더라 여튼 바구니가 무거울 정도로 사고 계산하면서 유리 문으로 밖을 보는데
할머니가 아까 그 자리에서 앉아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거야 미동도 없이 무표정인데 사람 탁한 눈 알아? 눈이 자세히 잘 보이는건 아닌데
그냥 뭔가 탁하다는 느낌을 받은것같아
그게 너무 소름돋고 무서워서 계산이 끝나가는게 너무 싫은거야.
근데 어떡해 새벽이고 언제까지 편의점에 있을 수도 없잖아?
그래서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편의점을 나왔어
내가 편의점을 나와서 할머니 앞을 지나가는데 나를 확! 잡을까봐 심장이 쪼그라들었었다
내가 앞을 지나갈 때도 할머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다행이도 쳐다만 볼 뿐 해코지를 하진않아서 좀 안심했다? 내가 그냥 예민했구나 싶더라.
그렇게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뒤에 누가 있는 기분인거야 그래서 아무생각 없이 뒤를 돌았는데
아까 그 할머니가 내 바로 뒤에서 오고 있었어
나는 발소리도 못들었는데.
너무 놀라서 움찔했는데 더이상 놀란 티를 내면 무슨일이 생길까봐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앞을 다시 보고 걸었어
걷는데 뒤가 너무 신경쓰이고 뒤통수가 따가운거야 아까 편의점에서 할머니의 눈빛을 봐서그런지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같고 암튼 걸어서 칠분이 걸리던 오르막길이 그날은 엄청 길게 느껴졌어
그렇게 걷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내 옆으로 바싹와서 걷더라 여전히 허리가 굽은 상태셨어
할머니는 걸으시면서도 나를 본 상태로 걸으셨어
난 그게 너무 무섭더라 무슨 말도, 무슨 행동도 한게 아닌데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
생각해봐 걷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고개를 너희 쪽으로 돌려서 너흴 쳐다보면서 걷는다는게 기이하고 소름돋잖아
나는 이 정적이 나를 너무 무섭게 하는 것 같아서
할머니께 왜요? 라고 물었어 나한테 왜그러는지 너무 궁금하고 갑자기 조금 화가 치밀어서 용기가 생겼나봐
근데 할머니가 내가 물은 말에 답은 안하시고 나를 뚫어져라 말 없이 쳐다보시다가 나한테 뭐 샀어? 라면서 내가 들고있는 편의점 봉지를 손으로 가리키시더라
그냥 나는 그때 너무 안심이 되는거야 아 그냥 이게 궁금하셨구나 다행이다 싶어서 막 친절하게 꼬깔콘이랑 이것저것 샀다고 말씀 드렸어
그러니까 할머니가 또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거야
근데 기분이 엄청 묘하더라 진짜 그냥 엄청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만 보시는데 그 눈에 생기가 없으셨어 그냥 완전 탁한 눈.
또 나를 쳐다만 보시길래 그냥 봉지에서 내가 산것 중에 있던 과자 하나를 드렸어 내가 드린걸 받으시고는 말 없이 과자만 보시더라
나도 그냥 말없이 걸었어
그리고 집 앞에 도착했고 할머니는 나를 보다가 이내 지나쳐서 걸어가셨어 나는 열쇠로 대문을 열고
대문 철장 사이로 할머니를 보고 있었어 할머니는 내 앞집에 옆집인 빌라로 들어셨어
나는 할머니가 들어가는걸 보고
집으로 들어와서 창문을 열고 밖을 확인했어
할머니는 안계셨어 왜인지 모르겠는데 몸이 너무 무겁고 천근만근이길래 그냥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일어났는데 밖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시끄러운거야 무슨일인지 궁금해서 창문을 열었는데 막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고 경찰차랑 구급차가 있는거야 우리 빌라 앞에
집에 아무도 없고 그래서 나도 막 옷을 걸치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근데 위에서 볼 때는 우리집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걸로 보였는데 골목이 좁아서 그렇게 보였는지 나와서 보니까 우리집 앞집 옆집이더라
앞집 옆집도 빌라인데 경찰차랑 구급차도 있었어
근데 아줌마들이 막 어머어머 그러면서 막 한탄하더라 그리고 빌라에서 들것에 사람이 실려나오는데
어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던 할머니셨어
거기있던 사람들이 하는 말 들어보니까
새벽에 자살하셨다더라
너무 충격받아서 손이 다 떨리고 다리가 풀려서
집에 들어오는데 한참 걸렸어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있다가 엄마가 들어오셔서 내가 어제부터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어
엄마가 동네에 가게에서 일하셔서 동네 일들을 자주 듣거나 잘 아시는데
할머니한테 나랑 한살차이인 손녀가 있으셨대
근데 손녀 못본지는 삼년정도 됐고
할머니는 자식도 못만나고 혼자사셨나봐
왜 못만난건지는 이런저런 소문들뿐이라 정확히 모르겠고
엄마 말로는 그 손녀 생각이나서 나를 그렇게 쳐다보셨고 그렇게 되기 전에 그냥 밖에 나와서 바람쐬고 계시다가 나를 본 것같다고 하더라
너무 소름돋는 일이고 이게 평범한 일도 아니라
나도 놀랍고 안믿겼었어
우리동네엔 독거노인분들이 정말 많아서
혼자 계시다 돌아가신 분들은 꽤 있으셨는데
자살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봉사자분들이 그 일 있고나서 엄청 와서 독거노인분들 챙기더라
한달 반동안은 그 일 겪고 어두워지면 밖에도 못나갔고 눈만 감으면 할머니의 그 눈빛이 생각나서 잠도 못자고 울었었어
정신병걸릴것같아서 웃긴거 재밌는거 따듯한 이야기들만 읽고 보고 그랬어
형편이 좋지않아서 정신병원에 갈 돈이 없었거든
난 올해로 스무살인데 아직도 밤에 편의점은 못가 약 삼년 반정도 된 일이지만 왜인지 할머니가 계실것같아서..
무섭기도하고 안타깝기도하고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 보면 그냥 뭔가 무섭고 슬퍼
그래도 지금은 그냥 좋은곳에서 편안히 계실거라고 생각하면서 지내